뱅킹 업무 원격 처리·STM 배치..은행, 디지털 영업점 구축 속도

김현진 기자 stari@sedaily.com 2021. 1. 19. 06:1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리빌딩 파이낸스 2021-초금융사회가 온다] <3>은행의 틀이 바뀐다
내부 인력만으론 디지털화 한계
시중銀, IT전문가 잇따라 영입
전담 부서 신설 등 조직도 개편
[서울경제]

“전통 금융만 고집하면 도태된다.” “디지털 금융 혁신은 생존을 위한 최우선 과제.”

은행권이 새해부터 ‘디지털’과 ‘플랫폼’을 올해 핵심 키워드로 삼고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이제 디지털 전환(DT)은 ‘생존 전략’ 그 자체가 됐다. 빅테크와 핀테크에 주도권을 넘겨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한 가운데 은행들은 순혈주의를 타파하고 디지털 분야의 외부 인재를 영입하는 한편 조직을 확 뜯어고치는 등 디지털 전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잇따르는 은행권 외부 수혈=동남아시아 최대 은행인 싱가포르개발은행(DBS)은 대형 은행도 디지털 전환에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특히 DBS는 내부 인력만으로는 디지털 전환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최고혁신책임자(CIO) 등에 외부 전문가들을 앉히면서 변화를 이끌었다.

국내 은행권은 내부 출신 중심의 보수적인 순혈주의 문화가 강했지만 최근 대부분의 은행은 디지털 조직을 갖추고 관련 인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KDB산업은행의 '국내 은행 디지털 전환의 특징과 시사점' 리포트에 따르면 국내 은행 대부분은 디지털 전환 조직을 갖추고 있으며 상위 4대 시중은행의 평균 전담 인력 수는 194.5명이다. 조사 대상이었던 17개 은행 모두 디지털 전환과 관련된 교육 과정을 운영하거나 전문 인력 채용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업권 간 경계가 무너지고 디지털화에 집중하면서 은행권에서도 외부 인재 영입은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고 있다. 신한은행은 은행장 직속의 혁신 추진 조직인 ‘디지털혁신단’을 신설하고 김혜주 전 KT 상무와 김준환 전 SK C&C 상무를 영입해 빅데이터·디지털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삼성전자와 현대카드를 거친 윤진수 부행장을 IT총괄(CITO)로 선임했다. 농협은행은 준법감시인을 제외하고 처음으로 외부 출신 부행장을 영입했다. 지난해 7월 삼성SDS에서 데이터분석사업팀 팀장, 디지털마케팅 팀장을 거친 이상래 전 삼성SDS 상무가 농협은행 디지털금융부문장(CDO·부행장) 자리에 앉았다. 외부 출신인 황원철 우리은행 디지털추진단장(CDO)은 최근 부행장보로 승진하며 자리를 공고히 했다. 시중은행의 한 디지털 담당 임원은 “외부 인재들이 늘어나면 기존 조직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영업 환경 구축 가속화=플랫폼과 인증·보안기술 발전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대면·서류 위주의 은행 업무 과정은 비대면 방식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특히 은행 업무를 대면·비대면으로 양분화한 것이 아닌 융합한 혁신 점포 모델도 등장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1월에는 원격으로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디지택트브랜치'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2평 규모의 부스 안에 대형 스크린과 화상 상담용 카메라, 키패드, 손바닥 정맥 인식 장치 등이 설치돼 은행 직원과 직접 대면하는 것처럼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KB국민은행도 디지털 요소를 강화한 ‘디지털셀프점 플러스(Plus)’을 통해 디지털 특화 현금자동입출금기(ATM), 고객 스스로 은행 업무 처리가 가능한 스마트텔러머신(STM) 등을 배치했다. 디지털 요소를 강화한 이같은 지점 영업은 은행 영업점 감소의 대안이 되면서도 고객과 은행의 편의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비대면 은행 서비스가 확산되면 점포 수가 줄고 은행 직원 수 감소도 필연적이지만 자산관리(WM) 업무나 중견·대기업 금융 업무에서는 은행 대면 채널에 강점이 있다고 분석한다. 은행 지점의 필요성도 여전한 만큼 대면과 비대면 채널의 장점을 융합하는 '하이브리드 전략'이 필요하다고 보는 이유다.

은행들은 고객과의 디지털 접점 플랫폼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도 집중하며 금융거래만이 아닌 생활밀착형 기능을 넣고 있다. 육성형 게임 콘텐츠를 선보이거나(NH농협은행), 비대면 경매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는(우리은행) 등 은행 앱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나은행은 하나원큐 내 생활 금융 서비스 생태계를 확장하기 위해 연내 부동산(직거래 등)·모빌리티(중고차 직거래, 택시 호출 등)·펫·건강 등 4대 생태계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향후 디지털 플랫폼의 경쟁력 확보가 은행의 수익성은 물론 생존에도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는 은행 앱을 통한 음식 주문도 가능해진다. 금융위원회가 최근 은행의 음식 주문, 쇼핑, 부동산 서비스 등 플랫폼 사업 진출을 허용하기로 한 가운데 신한은행은 오는 7월 모바일뱅킹 앱을 통해 배달 음식 주문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단 기술 발전이 이어지고 다양한 기능이 추가되더라도 결국 은행의 핵심은 고객 중심이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디지털 기술의 급격한 발전에도 불구하고 은행의 경영전략은 기술 중심이 아닌 고객 중심이라는 서비스업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김현진 기자 stari@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