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일 KCC창호 광고' 대박낸 TBWA "광고, 찾아보는 콘텐츠됐으면"
한달새 유튜브 조회 800만… 이연후 TBWA코리아 국장 인터뷰
패러디 광고 뒤 뜬금없이 ‘세상을 연결하는 창 KCC창호’ 문구
"무조건 회자(膾炙) 전략 통해… 광고, 대중문화 지위 되찾길"
"‘네가 왜 여기서 나와?’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는 구성을 만드는 데 집중했습니다. 초반에 시청자를 사로잡는 게 중요한 디지털 광고의 특성상 도입부에서 바로 반전을 선보여야 시선을 붙잡아놓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 달 만에 조회 수 800만회를 돌파한 KCC창호의 광고 ‘무한 광고 유니버스에 갇힌 성동일’을 만든 이연후(43) TBWA코리아 국장(Digital Planning 팀장)은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광고 제작 시 중점을 두었던 요소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배우 성동일이 나오는 약 3분 길이의 KCC창호 광고는 누구나 알만한 유명 광고 10개를 패러디해 제품의 특장점을 전달하는 방식을 취했다. 가장 처음 패러디한 광고는 옥시레킷벤키저의 ‘개비스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답답하던 상황이 풀렸다’라는 표현으로 자주 사용하던 ‘짤’의 원본으로, ‘속 시원하게 세상을 연결하는 창’이라는 문구와 연결했다.
다음으로 경동나비엔(009450)보일러(따뜻하게 세상을 연결하는 창), 롯데칠성(005300)의 ‘2% 부족할 때’(조용하게 세상을 연결하는 창), 바디프랜드 안마의자(편하게 세상을 연결하는 창), 꽃을 든 남자(자외선 걱정 없이 세상을 연결하는 창) 등 익숙한 과거 광고와 각각 KCC창호 제품의 장점을 연결한 문구를 배치했다.
KCC창호와 큰 연관이 없는 광고도 나온다. 아웃도어 의류 브랜드 다이나핏(스타일리시하게 세상을 연결하는 창), SK텔레콤(017670)의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무제한으로 세상을 연결하는 창), 네스카페의 테이스터스초이스(콜롬비아 원두와 세상을 연결하는 창), 오뚜기(007310)진짬뽕(얼큰하게 세상을 연결하는 창), 스팸(짜지 않게 세상을 연결하는 창) 등이다.
유명 광고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점을 숨기지도 않는다. 본 광고가 모두 끝난 뒤에는 ‘웃음과 감동으로 세상을 연결한 대한민국 명광고들에게 감사드립니다’라는 문구가 나온다.
소비자들은 광고가 웃음을 주는 한편, 창호의 기능·디자인은 물론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하는 효과까지 놓치지 않았다고 평가한다. KCC 유튜브 계정에 올라온 광고 영상의 조회 수는 810만회를 넘었다. KCC유튜브 계정 구독자 수는 7300명 수준인데, 구독자 수보다 1000배 많은 사람이 광고를 본 것이다.
이 광고에는 ‘광고 보기 싫어서 유튜브 프리미엄 쓰는데, 유튜브로 광고를 찾아보게 만든다’, ‘세상을 연결하는 창 KCC창호(라는 문구)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재미있으면서도 제품의 효과가 무엇인지 제대로 드러난다’ 등 16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KCC는 앞서 지난 2019년 6월에도 야구선수 박찬호를 기용한 광고로 좋은 반응을 얻은 바 있다. 달변가로 유명한 박찬호가 광고에 등장해 제품의 특장점을 자세히 설명하는 한편, 인생의 고비를 맞닥뜨린 회사원·취업 준비생 등 평범한 사람들을 위로하는 내용을 재치 있게 함께 담았다. 다음은 KCC창호 성동일편 광고를 만든 이연후 TBWA코리아 국장과 일문일답.
-광고가 특히 20~30대의 호응을 얻었는데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나.
"창호는 젊은 세대와는 심리적으로 거리가 먼 제품군이기에 무슨 말을 해도 공감이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제품의 속성을 알리기보다 오히려 속성과 상관없이 ‘세상을 연결하는 창’을 붙였다. 이같은 소위 ‘무(無)근본적’ 구성과 맥락 없는 전개가 요즘 세대들의 코드와 맞았던 것 같다."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광고를 전파하는 현상까지 나온다. 이를 예상했나.
"요즘 세대들은 광고라고 할지라도 재미가 있으면 콘텐츠로 여기고 소비한다. 이번 창호 광고에 앞서 지난해 7월에 제작한 KCC ‘기안84의 페인트 교실’편의 반응도 상당히 좋았기에 자신감을 갖고 제작했다."
-유튜브에 ‘광고 자체보다 이 기획안이 결재가 됐다는 게 더 믿기지 않는다’는 댓글이 있던데, 광고 제작 시 어려움은 없었는지.
"이 기획안은 광고주(KCC)와 TBWA 담당 스태프의 만장일치로 선택된 안이다. 이 아이디어가 가진 ‘날 것의 매력’이 흐려지지 않도록, 내용을 구체화하면서 재미의 수위를 조절하는 것에 가장 공을 들였다."
-미국 세탁세제 브랜드 타이드(Tide) 광고와 비슷한데, 이같은 포맷을 생각해낸 배경은.
"이 광고의 처음 의도는 광고만이 아닌 드라마나 영화, 짤방 등의 다양한 대중매체 클리셰를 패러디하는 것이었다. 그러던 중 당시 유튜브 ‘앞광고’가 유행하면서 차라리 패러디 대상을 광고로 좁혀 앞광고 트렌드와 엮어보자는 쪽으로 아이디어가 발전됐다.
사실 타이드는 생각지 못했는데, 광고의 클리셰(진부하거나 틀에 박힌 생각 따위)가 이어지고 결국 그것이 우리 브랜드로 귀결된다는 부분에서 그런(비슷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패러디한 광고는 어떤 기준으로 선정했고, 순서에 이유가 있는지.
"첫 번째 선정 기준은 누구나 알만한 유명한 광고일 것이었다. 패러디는 원작의 재해석이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단열, 자외선, 방음처럼 우리 제품(창호)의 속성을 잘 나타낼 수 있는 광고들이다.
순서 역시 앞부분은 창호의 속성을 잘 나타낼 수 있는 소재들로 구성했고, 뒷부분은 요즘 세대들에게 익숙한 광고로 구성했다. 초반에 시청자를 사로잡지 못하면 이탈률이 높은 디지털 광고 특성을 고려했을 때, 도입부에서 곧바로 반전을 통해 전개의 의외성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봤다.
그러려면 누구나 알 법한 광고를 적절히 배치하는 것이 필요했다. ‘네가 왜 여기서 나와?’라는 말이 절로 나올 수 있도록 가장 유명한 광고들로 앞부분을 구성했다. 이후 후반 클라이맥스에서는 급전개로 시청자들을 몰아가야 하기에 짧은 컷만 봐도 무슨 광고인지 알 수 있도록 많이 알려진 광고를 활용했다."
-박찬호도 그렇고 KCC가 광고를 잘 만든다는 얘기가 많다. 모든 KCC 광고를 통달하는 하나의 컨셉이 있나.
"KCC 광고주가 오티(오리엔테이션·OT)를 주고 안을 선택하는 기준은 명확하다. ‘소비자들이 좋아하고 회자할만한 콘텐츠!’"
-이번 광고에서 B급 감성을 잡은 이유는.
"6초짜리 범퍼광고도 지겨워하는 시대에 3분은 광고로서 너무나 긴 시간이다. 결국 사람들이 이 광고를 중간에 끊지 않도록 하는 게 관건이었다.
다양한 패러디를 해석해서 만들었지만, 패러디로만 3분을 구성했다면 지루했을 것이다. 그래서 지루함을 느끼지 않도록 중간중간에 포인트를 주었고, 후반부는 근본 없이 속도감 있게 달렸으며, 마지막에 성동일씨가 광고 현장을 박차고 나가는 등 마지막까지 사람들이 스킵(skip) 버튼을 누르지 않도록 다양한 코드를 집어넣었다."
-기안84, 성동일 광고를 통해 KCC의 어떤 점을 알리고 싶었나.
"KCC는 오랫동안 건설 자재로 유명한 기업이기에 소비자들에게 다소 딱딱한 이미지가 존재한다. 디지털 콘텐츠를 통해, 소비자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친근한 브랜드라는 인식을 형성하고 싶었다."
-최근 광고시장의 변화 중에 가장 눈에 띄는 흐름은 무엇인가.
"그동안은 어떤 전략적 메시지를 개발해 전달할 것인가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어떤 방법으로 더 친근하고 재미있게 보여줄까가 중요해진 것 같다.
실제로 많은 광고주가 진중하고 심각하기만 한 브랜드가 아닌, 즐겁고 계속 보고 싶은 브랜드를 만드는 쪽으로 분위기가 바뀌는 것 같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진지한 화법을 고수해 오던 대기업조차도 점차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디지털 광고가 급성장했다. 앞으로 광고는 어떤 모습으로 진화할 것으로 보는지.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난 만큼, 온라인에 머무르는 시간도 월등히 늘어났다는 조사를 봤다. 그런 만큼 (광고가) 온라인상에서 즐길 거리를 제공하는 엔터테인먼트의 형태로 점차 진화하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 광고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이전의 광고는 다른 광고와 싸웠을 뿐이지만, 이제는 수많은 콘텐츠와 싸우게 됐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소비자에게 광고가 그저 빠르게 스킵 해야 할 것으로 분류가 되고 있다는 점이 씁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 우리에겐 광고를 보며 즐거워했던 시절이 있었다. 신선하면서도 충격적이고, 그간 보지 못했던 크리에이티브들은 사람들로부터 회자가 되며 하나의 트렌드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공식에 갇히지 않은 요즘 시대를 위한 더 기발한 크리에이티브(창작물)가 많이 등장했으면 한다. 광고가 더이상 건너뛰어야 할 불청객이 아닌, 찾아보는 콘텐츠이자 대중문화로서의 지위를 다시 찾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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