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부터 엇갈린 부동산 통계.. 전문가들 "상승세 둔화는 아냐"
새해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을까. 매주 아파트 가격동향을 발표하는 두 조사기관이 최근 상반된 진단을 내놓으면서 부동산 시장 상황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은 전국 아파트값 상승세가 둔화하고 있다고 발표했고, KB부동산은 오름세가 가속하고 있다고 진단했다.주택시장 흐름을 피부로 체감하는 전문가들은 "최소한 상승장이 꺾이는 국면은 아닌 것 같다"면서 "매도자 우위 상황이 지속되며 거래량은 줄었어도 가격 자체는 여전히 오르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1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한국부동산원과 KB부동산이 각각 발표한 1월 둘째주 ‘주간 아파트(주택) 가격동향’ 통계는 전국·수도권·5대 광역시·지방 4가지 권역에서 전주 대비 상승폭 확대·축소 여부가 모두 다르게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1월 둘째주 권역별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전주보다 축소되거나 전주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구체적으로는 △전국 0.27%→0.25% △수도권 0.26%→0.26% △5대 광역시 0.37%→0.32% △지방 0.28%→0.25% 등이다. 지방 부동산 시장을 중심으로 상승 폭이 다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같은 기간 아파트 가격 상승 폭은 모든 권역에서 전주보다 확대됐다. 구체적으로 △전국 0.34%→0.41% △수도권 0.42%→0.51% △5대 광역시 0.28%→0.32% △지방 0.20%→0.21% 등이다. 수도권과 5대 광역시를 중심으로 상승세가 다시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기관이 생산하는 통계가 절댓값 뿐만 아니라 추세도 서로 다르게 나타나는 원인은 표본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한국부동산원이 주간 조사에 활용하는 아파트 표본 수는 9400개다. 반면 KB부동산은 전국 3만4495개 아파트를 표본으로 활용한다. 가격 상승을 주도하는 신축 아파트가 표본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다르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조사는 KB부동산에 비해 신축 아파트 비중이 작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가격이 대체로 오름세를 계속하고 있다고 보는 가운데 상승 폭은 커지고 있다고 보는 경우가 많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현재의 시장은 KB부동산 통계대로 매물이 적은 가운데 다시 상승세가 가속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1월은 계절적으로 비수기라 거래량이 많지는 않지만, 화성·남양주·고양 덕양구 등 경기 지역에서 신고가가 집중적으로 나오고 있다"면서 "시장 둔화의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전세난으로 여전히 매도자 우위 시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특히 서울로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면서 "조만간 발표 예정인 부동산 대책이 또 시장에 실망감을 안길 경우, 수도권을 중심으로 다시 ‘불장’이 펼쳐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했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서울 외곽 중심으로 가격 상승이 이어지고 있으며, 연말부터는 정비사업 호재로 서울 도심 집값 상승세가 탄력을 받고 있다"면서 "부동산114도 가맹 부동산을 통해 자체적으로 통계를 작성하고 있지만, 적어도 상승세가 둔화되는 모습은 나타나지 않는다"고 했다.
한편 통계청은 지난해 12월 한국부동산원을 대상으로 한 ‘정기통계품질진단보고서’에서 △주간 조사의 표본이 작은 점 △주간 조사에 신축 아파트 비중이 낮은 점 △조사자의 인지적 편의에 따라 오차가 발생할 수 있는 점 등을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이에 따라 한국부동산원은 주간 조사에 활용되는 아파트 표본을 3만2000가구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다만 표본 재설계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두 조사기관의 ‘숫자 차이’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현재 주택가격동향 조사에 사용하고 있는 표본은 아직 지난해 표본에서 달라진 점이 없다"면서 "올해 중순은 되어야 확대된 표본으로 조사한 통계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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