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 노래 선생님 좀 찾아주세요".. 트로트 인기가 불러온 '조기교육' 열풍
회사원 최모(43)씨는 TV를 보며 트로트를 따라 부르는 아들(9)이 노래에 소질이 있다고 생각해 지난주 가족 회의를 열었다고 했다. 방송사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출전을 준비시키기 위해서였다.
최씨는 "트로트는 배워두면 나중에 사회생활 할 때도 유용한 강점이 된다고 생각했다"며 "트로트 강습은 돈이 크게 들지 않아 부담없이 뒷바라지 해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최근 TV조선의 미스트롯·미스터트롯을 비롯한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면서 트로트 교육에 관심을 갖는 학부모들이 늘고 있다. 트로트는 배우는데 바이올린이나 첼로처럼 고가의 악기 구매비나 교육비가 크게 들지 않아 평범한 가정들도 쉽게 자녀들에게 교육을 시킬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18일 서울 강남구의 한 노래학원 관계자는 "최근 미스트롯 시즌2, 전국트롯체전 등 오디션 프로그램이 다시 시작된 이후 아동⋅청소년 수강생 문의가 쇄도, 작년보다 5배 정도 수강생이 늘었다"고 말했다. 이곳은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아동부에서 본선 진출자들을 배출해 입소문을 탄 곳이다.
인천의 한 트로트 전문학원 관계자도 "지난해 미스트롯 시즌 1이 끝난 직후 아동⋅청소년부 수강생이 크게 늘었는데 올해도 작년보다 수강생이 2배 이상 증가했다"며 "개인레슨을 받으려고 노래 선생님을 찾는 문의가 많다"고 했다.
트로트 학원 수강료는 학원마다 천차만별 다르지만 개인레슨의 경우 보통 1회당 5만~13만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단체레슨은 개인이 받을 때보다 가격이 더 내려간다. 트로트학원 관계자 김모(45)씨는 "개인 역량에 따라 걸리는 시간이 다르지만 6개월~1년 정도 수업을 받으면 어느 정도 이상 실력이 있다는 인정을 받는 것이 가능하다"고 했다.
트로트의 경우 꼭 학원을 다니지 않아도 독학이 가능하다. 이는 트로트 교육이 많은 학부모들 사이에서 최근 인기를 끄는 이유기도 하다.
학부모들의 대표적인 독학 롤모델은 지난해 미스터트롯 탑 7에 들며 유명세를 떨친 정동원(14)군이다. 정군은 당시 13세의 나이로 성인 못지 않은 가창력을 뿜어내며 단숨에 스타 반열에 올랐다. 정군은 3살 때부터 할아버지와 함께 생활하면서 트로트를 따라 불렀고, 유튜브로 독학해 트로트 신동으로 불렸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김모(41)씨는 "우리 아이도 정동원군처럼 소질이 있을지 몰라 유튜브에 올라오는 트로트 강의를 직접 들어보고 아이에게 가르쳐 보기로 했다"며 "한달 정도 집에서 가르쳐 보고 소질이 있으면 트로트 선생님을 찾아 과외라도 시킬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자녀가 아무리 타고난 재능이 있어도 전문적인 도움을 받지 못하면 트로트 스타로 성장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김현아 한국예술원 실용음악계열 K트롯학과장은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가진 학생도 특정 수준 이상까지 도달하려면 가수 출신 트로트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보통 일반 노래학원에는 트로트 전문가가 아닌 일반음악 전공자들이 많은데, 특유의 ‘뽕필(트로트 분위기)’과 '꺾기(트로트 창법)'가 특징인 트로트의 기교를 배우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가수 출신 트로트 선생님을 찾는 게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한 번 행사를 뛰면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출연료를 받는 트로트 가수들이 굳이 학생들을 상대로 개인 레슨을 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설령 운좋게 섭외가 돼 개인레슨을 받을 수 있다고 해도 고액의 레슨비를 중산층이 감당하기에는 부담이 커 일부 부유층만 가능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 트로트 학원 원장 김모(45)씨는 "일반 노래학원에는 트로트 가수 출신 선생님이 많지 않고, 실제 가수 경력이 있는 선생님을 구하기도 어렵다"며 "개인적인 인맥을 통한 소개를 제외하면 유명 트로트 가수에게 레슨을 받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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