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년] 올림픽 할 수 있을까, 스포츠는 스포츠다울 수 있을까

임성일 기자 2021. 1. 1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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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개최 여전히 불투명..관중과 함께할 현장도 물음표
'바이러스' 때문에 1년 연기된 도쿄올림픽. 여전히 개최가 불투명하다 © 뉴스1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전 세계를 뒤덮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괴롭히지 않은 분야가 있을까마는 스포츠계만큼 괴로움을 겪는 곳도 없다.

기본적으로 스포츠란 몸을 움직여야 하는 데 활동에 제약을 받는 시대가 됐고 팀 구성을 위해서든 상대와의 대결을 위해서든 여럿이 모여야 하는데 그럴 수 없다는 것까지,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은 곳이 스포츠계다.

지구촌 최대 스포츠 이벤트인 하계 올림픽이 연기됐다는 사실만으로 상황의 심각성은 설명된다. 지금껏 올림픽 개최가 불발된 것은 5번뿐인데 원인은 모두 전쟁이었다. 어지간한 걸림돌은 다 극복했던 올림픽인데, 전쟁에 버금가는 재앙 코로나19가 초유의 사태를 만들었다.

프로야구와 프로축구, 프로농구와 프로배구 등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던 스포츠 일정들도 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무엇보다 관중들과 함께 호흡할 수 없다는 것이 치명타였는데 빈 경기장에서 선수들만이 뛰어다니는 그림은 허전하다 못해 우울했다.

그렇게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1년이 지나갔다. 그리고 다시 떠오른 2021년의 태양. '올해는 스포츠계가 스포츠다운 생동감을 되찾을 수 있을까' 많은 스포츠 관계자들이 서로가 서로를 향해 묻지만 뾰족한 답은 나오지 않고 있다. 올림픽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고 다른 일상적인 이벤트들도 물음표 속에 있다.

도쿄올림픽은 애초 2020년 7월24일(이하 한국시간) 개막해 8월9일 폐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창궐로 개막을 4개월 앞둔 2020년 3월24일 1년 연기가 확정됐다.

그 무렵 코로나19 상황이 위중했음에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취소 아닌 연기'를 택한 것은 최악은 면하고 싶다는 고육책이었고 '1년이 지나면 그래도 좀 나아지겠지'라는 막연한 바람이 섞였던 결정에 가깝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지금도 세상을 괴롭히고 있다.

눈물 속에 1년을 버텨낸 선수들은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 뉴스1

특히 대회가 열리는 도쿄는 근래 하루 확진자가 7000명을 웃도는 등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일본 내 여론도 좋지 않다. NHK가 9일부터 사흘 간 실시한 월례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여름 도쿄올림픽을 '개최해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16%에 불과했다.

지난 17일에는 고노 다로 일본 행정개혁 담당상이 일본 각료 중 처음으로 도쿄올림픽 취소 가능성까지 언급해 적잖은 파장이 일었다. 이튿날인 18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2월 하순부터는 백신 접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며 "도쿄올림픽을 인류가 코로나19에 이겼다는 증거로 삼고 싶다"고 개최 의지를 피력했으나 시선은 계속 부정적이다.

다시 연기하는 것은 무리다. 올림픽 때문에 다른 대회 일정들을 또 도미노처럼 미뤄낼 수도 없다.

남은 선택지는 강행 혹은 아예 취소다. 취소에 따른 피해는 짐작이 어렵고 이미 1년을 눈물로 버텨냈던 선수들을 생각할 때 더더욱 쉬운 결정은 아니다. 하지만 결단을 내려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그저 평범한 일상이었던 관중과 함께 호흡하는 스포츠도 옛날이 됐다. © 뉴스1

4년마다 한 번씩 돌아오는 메가 이벤트 올림픽이 워낙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으나 사실 일상적인 대회들도 다 꼬인 상태다. 해외나 국내나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안하는 것보다는 낫기에' 무관중으로 경기를 진행하고 경기수를 축소(메이저리그, K리그 등) 시키거나 확산 방지를 위해 한 지역에 모든 팀들을 모아 놓고 토너먼트(NBA, NHL, ACL)처럼 리그를 치르는 등 대안들로 버텨냈으나 2020년 스포츠계는 곳곳이 아팠다.

당장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됐으니 그냥 표현하는 '우는 소리'가 아니었다. 줄줄이 사라지는 일정으로 새 스폰서는 고사하고 기존에 있던 스폰서들까지 떨어져나갔고 관중들이 없으니 입장 수입은 크게 줄어들었다.

파산을 선언하는 구단들도 나왔고 구단의 재정악화 속 선수들도 고통스러웠다. 가뜩이나 웃을 일이 없는 일상, 스포츠 현장을 통해 조금이나마 기운을 얻고 싶은 팬들의 소박한 바람도 이뤄지지 않았다.

더 괴로운 것은 예전의 그 평범했던 시절을 올해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종목의 경기들이 열리고는 있으나 여전히 텅 빈 경기장 속에서다. 철저하게 방역 지침을 따르고 있다지만 선수 확진자 발생 소식도 끊이지 않는다.

소수의 지인들이 모이는 것도 어려운 시절인데 불특정 다수들이 함께 얼싸안고 어울리는 그림, 너무 먼 과거처럼 느껴지는 2021년이다. 스포츠는 다시 스포츠다워질 수 있을까. 모두의 바람은 비슷하겠으나 현실은 다를 수 있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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