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의 재테크] "은행주 너무 싸"..손태승 우리금융·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자신감 적중

서상혁 2021. 1. 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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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경영 차원서 매수 나선 금융지주 수장들..3.7%, 50.9% 수익률

지난해 3월은 글로벌 금융시장에 세계 대공황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 모양새였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좌표인 미국 다우와 나스닥은 각각 2만선과 7천선이 붕괴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세계대공황의 우려감을 싹틔운 것이다. 미국과 동조화가 심한 국내 시장의 충격파는 더 컸다. 국내 코스피 시장이 1400선까지 주저 앉으면서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였다. 10년 8개월 만에 나온 최악의 수치였다. 반전의 기회를 만들어 낸 것은 각 그룹 리더의 역배팅이었다. 이후 동학개미까지 힘을 보태면서 이달 6일 코스피는 3천선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 위기 상황을 기회로 잡은 리더들의 재테크가 돋보이는 이유다.

[편집자주]

[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주가 부양에 나섰던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들이 주식 시장 호황기를 맞아 준수한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업계는 올해에도 CEO들이 부지런히 주식 매입에 나설 것으로 관측한다. 이른바 '삼천피' 시대의 막이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금융주가 제 값을 받지 못하고 있는 만큼,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각 금융지주 CEO들은 지난 해 매입한 주식을 통해 양호한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그래픽=아이뉴스24 DB]

◆지난 해에만 2만5천주 매입한 손태승 회장…김정태 회장도 수익률 '쏠쏠'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지난 해 다섯 차례에 걸쳐 2만5천주의 우리금융 주식을 매입했다. 매입 시기도 1·3·4·8·12월로 균등한 시간차를 두고 사들였다.

특히 손 회장은 코로나19로 우리금융 주가가 전년 수준을 밑돌았던 시기인 3, 4, 8월에만 1만5천주의 주식을 매수했다. 주주 가치 제고와 함께 코로나에도 흔들리지 않는 우리금융의 자신감을 표현하기 위해서다.

지난 해 손 회장이 매입한 우리금융지주 주식 2만5천주의 주당 평균단가는 9천397원이다. 지난 18일 종가 기준 해당 매입분에 대한 손 회장의 수익률은 3.7%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도 지난 해 2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쳐 하나금융 주식을 매입했다.

2월엔 주당 3만3천원에 2천주, 4월엔 2만2천550원에 5천668주를 사들였다. 김 회장이 매입한 7천668주에 대한 주당 평균단가는 2만5천275원이다. 지난 18일 종가 기준 김 회장의 수익률은 50.9%에 달한다.

손 회장의 수익률이 비교적 낮은 까닭은 주가 부양을 위해 꾸준히 추가 매입에 나섰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리금융의 주가가 상승하는 국면에서도 계속해서 매입에 나서면서 평균단가가 높아진 것이다. 아울러 우리금융 주가가 비은행 포트폴리오 부족, 예금보험공사 지분 매각 작업 지연 등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더 저평가된 것도 원인이다.

◆"금융주 저평가 됐다"…올해도 매입 러시 이어질 듯

작년 상반기만 해도 금융지주의 주가는 그야말로 처참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융주는 반전 드라마를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우리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는 각각 지난 3월20일에 전저점을 찍고 반등하기 시작해 지난 18일 종가 기준 전저점 대비 35.2%, 51.6%씩 상승했다.

금융주 회복 배경으로는 풍부한 유동성이 꼽힌다. 코로나19로 저금리 기조가 고착화되면서 갈 곳 잃은 돈들이 주식 시장으로 쏠린 것이다. 작년 2~3분기만 해도 부동산으로 자금이 몰리는 모습을 보였으나, 정부의 규제 이후 주식시장으로 유동성이 집중되는 모양새다.

또한 코로나19 충격에도 불구하고 당초 우려했던 것보다 금융지주들의 실적이 선방하고, 건전성이 양호하게 유지되면서 저가 매수세도 유입됐다.

시민들이 은행 자동입출금기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다만 주식시장이 역대급 호황을 보이고 있는 것에 비하면 금융주는 여전히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기준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주가순자산배수(PBR)은 0.31~0.43배다. PBR은 순자산과 비교해 1주당 몇 배로 거래되고 있는지 보여주는 수치로, 1을 넘지 못한다는 건 현재의 주가가 처분 가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다.

특히 연말연시는 배당 기대감으로 은행주가 오르는 시기인데, 올해엔 금융당국이 축소를 권고하면서 '배당 호재'도 누리지 못했다.

구경회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금리 상승에도 은행주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배당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라며 "다만 금리가 상승세를 보이면서 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고, 1월 후반에는 배당 실망감이라는 악재가 기반영되면서 금리 상승으로 인한 호재가 주가에 반영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설명했다.

금융지주 CEO들은 올해에도 꾸준히 주식 매입에 나설 전망이다. 아직까지 금융주가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만큼,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나설 당위성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의 경우 주가 변동에 따라 정부의 지분 매각 작업이 탄력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들이 벌어들이는 수익이나, 보유한 자산 가치에 비춰볼 때 현재의 금융주는 크게 저평가 돼있는 게 사실"이라며 "CEO들도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4대 금융지주 회장 중에선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올해 가장 먼저 신한지주 주식 매입에 나섰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한지주는 지난 13일 조 회장이 신한지주 주식 1천580주를 장내 매수했다고 공시했다. 지난 2018년 3월 2천171주 매입 이후 3년여 만에 사들인 것이다.

서상혁기자 hyu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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