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규제로 노후선박 교체 활발..올 발주 30% 급증 기대
고부가·친환경船 도입 늘며
기술 우위 韓, 시장 선점 기회
'빅2' 본격 출범땐 협상력 UP
그러나 한국 조선은 아직 얼음 바다에 있다. 조선업 구조 조정의 마지막 기회로 여겨지는 한국조선해양(009540)의 대우조선해양(042660) 인수 ‘빅딜’을 매듭지어야 한다. 국내 조선 생태계를 떠받치는 중형 조선소들의 매각 작업이 마무리되면서 앞으로 생존 전략을 다시 짜야 하는 점도 큰 도전이다.
올해 전망이 어둡기만 한 것은 아니다. 국내 조선소들이 강점이 있는 고부가 선종인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발주가 회복세이기 때문이다. 국내 조선 업계는 글로벌 환경 규제 강화가 노후 선박의 교체 시기를 앞당겨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조선·대우조선 빅딜 최대 관심사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사업 중간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대우조선해양 합병을 완료하고 ‘메가조선소’의 닻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중국의 승인으로 유럽연합(EU)과 한국·일본 등 3개 경쟁 당국의 심사가 남게 됐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지난해 3·4분기 기준 세계 조선 시장의 73.1%(수주량 기준)를 차지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국내 조선업이 빅3(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010140))에서 빅2 체제로 재편하는 계기로 과잉 경쟁, 저가 수주를 지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양종서 수출입은행 연구위원은 “세계 1·2위 회사가 합치면서 출혈 경쟁이 해소되면서 선가 협상력이 강화될 것”이라며 “조선업 전반으로 선가가 올라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합병 과정에서 불거진 노조와의 갈등이 걸림돌이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해 말 2년치 임단협 타결을 위해 최종 의견 조율을 시도했지만 법인 분할 반대 파업 과정에서 발생한 폭력 사태로 인한 조합원 징계와 고소 고발,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 현안 처리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빅3의 재편 작업이 매듭을 지어가는 사이 중형 조선소들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대선조선과 성동조선해양이 새 주인을 찾고 한진중공업과 STX조선해양이 우선 협상 대상자를 선정해 본계약 체결을 목전에 두고 있지만 갈 길은 여전히 멀다. 경영 정상화 방안을 짜고 중국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밑 빠진 ‘도크(건조장)’에 물 붓기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정부의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선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쟁력을 가진 설계 업체나 기자재 업체가 무너지면 기술·인력 유출 과정을 통해 한국 조선업의 순환 구조가 깨진다”며 “중소 조선이 차례로 무너지면 조선업의 생태계가 무너지고 대형 조선소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빅3 업체 같은 거목만 살리다가는 숲(생태계)이 죽는 결과를 맞이할 수 있다는 경고다.
LNG선 발주 순풍···기술 격차 더 벌린다
다행인 점은 올해 조선 업황의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얼어붙었던 발주 시장이 환경 규제 등의 영향으로 풀릴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EU는 오는 2022년부터 해운사도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에 포함하기로 했다. 선주들은 기존 선박에 탈황 장치를 설치하거나 친환경인 LNG 선박 도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해운·조선 조사 기관인 클락슨은 올해 세계 조선 시장 발주량이 2,380만 CGT로 32% 급반등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 중 고부가가치 선박이자 조선 빅3가 강점을 보이고 있는 LNG운반선은 320만 CGT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조선 업황이 회복세에 들면서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조선 부문 수주 목표를 전년 110억 달러에서 149억 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조선 3사는 이런 모멘텀을 놓치지 않기 위해 기술 개발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LNG 이중 연료 추진선을 넘어 암모니아 및 수소 추진선 등 연구개발(R&D)을 추진하고 있다. ‘기술의 중요성’은 조선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신년사에서도 읽힌다. 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회장은 “불확실한 위기 속에서는 기술만이 미래를 여는 유일한 열쇠”라고 강조했고 정진택 삼성중공업 사장은 “생존을 위해 적극적인 변화와 실천, 기술 격차를 통한 미래 성장 동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동희기자 d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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