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마세요" 주변부터 챙기는 '민뱅다움', 건강한 복귀 기대되는 이유

최익래 기자 2021. 1. 19.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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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목소리가 너무 우울해요."

'민뱅'다운 모습, 빠른 복귀가 기대되는 이유 민병헌은 큰 부상이 익숙하지 않은 선수다.

팬들이 진심으로 쾌유를 바라고 있다고 전하자, 민병헌은 "팬들께서는 내가 건강하게 돌아와서 야구를 잘하는 모습을 가장 바라실 것이다. 치료를 잘 마친 뒤 돌아온다면 해를 안 끼치는 선수가 되겠다. 지난해에는 내가 생각해도 팀에 너무 폐만 끼쳤다. 이젠 도움 될 일만 남은 것 같다"고 진중한 목소리로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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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민병헌. 스포츠동아DB
“다들 목소리가 너무 우울해요.”

수술, 그것도 쉽지 않은 부위라면 당사자는 물론 주위사람들도 우려의 마음을 숨길 수 없다. 하지만 민병헌(34·롯데 자이언츠)의 목소리는 덤덤하다 못해 아프기 전과 다르지 않았다. 가장 떨리고 가장 긴장되는 이는 누가 뭐래도 당사자일 텐데, 특유의 넉살 좋은 성격 그대로 “정작 나는 괜찮은데 연락 오는 사람들마다 너무 무겁게 이야기를 꺼내서 당황스럽다”며 웃었다. 물론 이 모든 게 자신을 걱정하기 때문이라는 것도 모를 리 없다. 모두의 염려를 아는 만큼 쉽지 않을 치료 과정도 잘 버티겠다는 각오다.

“개인기록은 상관없지만 팀에 미안해서…” 롯데는 18일 “민병헌이 22일 서울대병원에서 뇌동맥류 수술을 받는다”고 전했다. 2019년 두통으로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던 중 뇌동맥류를 발견했고, 꾸준히 통원치료 중이었다. 그런데 최근 검진에서 수술이 필요하다는 소견이 나왔다. 뇌동맥류는 뇌혈관 벽 일부가 약해지며 혈관이 부풀어 오르는 질환이다. 최악의 상황까지 이어질 수 있기에 민병헌으로서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중학교 1학년 때 부친이 같은 병환으로 별세한 만큼 본인은 물론 걱정하는 가족을 위해서라도 결단을 내렸다. 그는 “너무 늦게 발견하지 않아 오히려 다행”이라고 말했다.

민병헌은 두산 베어스 시절인 2013년부터 7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하는 등 ‘콘택트의 장인’으로 꼽혔다. 2018년 생애 첫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었고 첫 2년간 롯데에서 기대만큼의 활약을 했으나 지난해에는 109경기에서 타율 0.233, 2홈런, 23타점으로 고전했다. 뇌동맥류의 영향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18일 스포츠동아와 연락이 닿은 그는 “지난해 개인기록으로 스트레스를 받은 건 오롯이 내 책임이었다. 다만 나로 인해 팀이 떨어진 건 너무 힘들고 죄책감이 들었다”며 “프로 입단 후 스프링캠프에 못 가는 것도 올해가 처음이다. 답답하기도 하고 팀에 미안한 마음뿐”이라고 밝혔다.

‘민뱅’다운 모습, 빠른 복귀가 기대되는 이유 민병헌은 큰 부상이 익숙하지 않은 선수다. 스스로도 “어디가 부러지지 않는 이상 언제나 그라운드에 있기 위해 노력했다”는 말을 자랑스럽게 하는 선수다. 다만 골절, 파열 등의 부상과 달리 뇌수술은 쉽사리 복귀시점을 예측하기 어렵다. 롯데 구단 관계자 역시 “지금 복귀시점을 예측하긴 어렵다. 그보다는 민병헌의 빠른 쾌유를 모두가 응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말처럼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회복이다. 올 시즌 후 다시 FA 자격을 얻지만, 이를 생각할 단계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민병헌은 2월 1일부터 시작되는 스프링캠프 엔트리가 발표되고 자신의 이름이 빠져있다면 팬들이 혼란을 겪을 것이라고 예상해 구단에 먼저 이 사실을 알리자고 제안했다. 이날 통화에서도 팬들에게 지난해 부진에 대한 미안함을 전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팬들이 진심으로 쾌유를 바라고 있다고 전하자, 민병헌은 “팬들께서는 내가 건강하게 돌아와서 야구를 잘하는 모습을 가장 바라실 것이다. 치료를 잘 마친 뒤 돌아온다면 해를 안 끼치는 선수가 되겠다. 지난해에는 내가 생각해도 팀에 너무 폐만 끼쳤다. 이젠 도움 될 일만 남은 것 같다”고 진중한 목소리로 거듭 강조했다.

흔히 수술과 치료는 의지의 싸움이라고 한다. 물론 민병헌의 향후 스케줄이 결코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두려움의 시간 속에서도 정작 자신보다는 주위의 걱정을 더 먼저 챙겼다. 언제나 그라운드 위에서 유쾌함으로, 그리고 진지함으로 팬들을 감동시켰던 민병헌이기에 건강한 복귀를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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