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이재용' 없는 삼성, '30만 직원' 글로벌 전략도 멈췄다

심재현 기자 2021. 1. 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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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 구속] <상>
삼성, 최악의 시나리오 현실로…생존 고민해야 할 판
법원이 18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면서 삼성그룹이 또 다시 '시계제로' 상황에 처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선고를 TV 중계와 보도로 접한 삼성그룹 고위 임원들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삼성 서초사옥에선 선고 공판이 끝난 뒤에도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대화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삼성전자의 한 직원은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와중에도 고군분투했는데 자칫 리더십 공백이 국가적인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는 게 아닌지 걱정"이라고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이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에서 이 부회장에 대해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하고 2018년 2월 이후 3년 만에 다시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가 선고 직후 진술 기회를 줬지만 이 부회장은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법원 판단에 유감"이라며 "판결문을 검토한 뒤 재상고 여부를 말하겠다"고 밝혔다.

◇구심점 공백…2017년 당시보다 심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전문가들은 이 부회장의 실형 선고로 연매출 300조원, 임직원 30만명에 달하는 삼성그룹의 미래를 고민할 구심점이 사라진 점을 가장 크게 우려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전문경영인 체제나 계열사별 독립경영체제 얘기가 나오는데 삼성처럼 업종이 다각화된 그룹에서는 사업 전반을 큰 그림에서 보고 총체적인 의사결정을 할 중심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과 교수는 "전문경영인들이 열심히 하는 체제는 국내 상황에서 오래가기 어렵다"며 "경영진 내부 소통이 줄면 잠재 경쟁력마저 떨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삼성그룹 경영진이 받아들이는 충격도 2017년 2월 이 부회장의 첫 구속 당시보다 엄중하다. 이 부회장이 이미 4년 가까이 구치소와 법정을 오가면서 사실상 그룹 전반의 미래준비전략이 제자리걸음을 한 데 이어 파기환송심 실형 선고로 이마저도 후퇴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다.

삼성그룹 한 인사는 "그룹 핵심인 삼성전자가 사업 유지를 위한 기본적인 투자 결정 외에는 상당수 전략적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라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2017년 글로벌 전장(자동차 전자장비)업체 하만 인수 이후 M&A(인수합병) 사례가 없다.

◇"미래동력 앞서 생존 고민할 판"

비상경영체제가 불가피하지만 쉬운 여건은 아니다. 2018년 2월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등을 중심으로 '미니 컨트롤타워'가 만들어졌지만 노조 관련 수사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최지성 전 부회장이나 장충기 전 사장 등이 이 부회장과 함께 구속되면서 조언을 해줄 원로들도 없다. 복수의 삼성그룹 관계자는 "미래동력이 아니라 당장 생존을 고민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2017년 이 부회장 구속 당시처럼 계열사별 독립경영체제 외에는 딱히 다른 방도가 없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계열사간 시너지 약화, 신규투자 지연 등의 전철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다. 이 부회장이 밝힌 '뉴 삼성' 비전 역시 미뤄지게 됐다.

실형 선고에 따른 또다른 부담은 대외 신인도 하락과 브랜드 가치 하락이다. 글로벌 기술·수주 경쟁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는 가운데 애플이나 구글, TSMC 등 해외 경쟁업체가 삼성의 상황을 활용해 반사이익을 챙기면 삼성뿐 아니라 한국 경제의 경쟁력까지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재계 한 인사는 "실형 선고를 계기로 미국 정부가 해외부패방지법(FCPA)을 내세워 삼성에 수조원의 벌금을 부과하거나 계약 해지를 통보할 가능성도 있다"며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예측할 수 없다는 게 더 큰 불안"이라고 말했다.

심재현 기자, 이정혁 기자

M&A·투자·고용, 의사결정 공백…"삼성뿐 아니라 韓경제 타격 불가피"
18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끝내 구속되자 재계를 넘어 학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총수 부재에 따른 그룹 차원의 M&A(인수합병)나 대규모 투자 등 신성장 동력을 기대할 수 없는 만큼 삼성의 경쟁력 하향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이날 논평에서 "삼성그룹의 경영공백이 현실화됐다"며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이 중대한 사업 결정과 투자를 미루면서 경제·산업 전반에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총은 삼성의 경영차질이 최소화되도록 정부 차원의 정책적·행정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내놨다.

재계를 대변하는 대한상공회의소도 이 부회장 재구속에 당혹스러운 기색을 보였다. 특히 박용만 회장이 7년 8개월 동안 재직하면서 기업인의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를 처음 제출했는데도 결과가 좋지 않자 공식입장도 내지 않은 채 침묵했다.

학계에서는 삼성의 경쟁력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명예교수는 "오너와 CEO(최고경영자)의 경영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며 "한국 대기업 특서앙 총수가 아닌 이상 M&A나 채용 같은 분야에서 중대한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삼성전자가 2017년 미국 자동차 전장(전자장비)전문기업 하만을 인수한 뒤 이렇다할 M&A 성공사례가 없는 점을 예로 들었다. 삼성전자가 주춤한 사이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의 경쟁자인 대만 TSMC는 250억~280억달러(약 27조~31조원)에 달하는 올해 설비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최 교수는 "파운드리 등의 분야에서 최첨단 기술 도입이 절실한데 이는 M&A나 대규모 투자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며 "이런 면에서 오너의 부재는 삼성전자의 경쟁력 저하를 부추길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의 글로벌 신인도 하락 가능성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 부회장 구속으로 국내 외국인 자본투자가 일부 줄어들 가능성과 함께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홍 교수는 "글로벌 투자자본 조달비용뿐 아니라 시장개척, 마케팅비용 등에서 삼성의 경제적 손실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총수에 대한 사법리스크는 한국의 경영환경이 나쁘다는 신호를 전세계에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최석환 기자, 이정혁 기자

외신 "총수부재 삼성, 비상사태 직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다시 수감되자 외신은 일제히 "삼성이 최고경영자 부재로 비상사태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전례없는 글로벌 불확실성의 시기에 세계 최대 전자회사 수장이 다시 수감됐다"며 "코로나19가 미중관계를 악화시키고 글로벌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세계 최대 메모리반도체·스마트폰·소비자가전 회사의 최상부에 '공백'을 만든 선고 결과"라고 평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또 "삼성의 통상적인 사업은 다수의 전문경영인이 운영하지만 이 부회장의 부재로 대규모 투자나 전략적 중장기 움직임은 지연되거나 복잡하게 된다"며 "이 부회장은 감옥에서 석방된 뒤 자주 정부 관련 행사와 공공행사에 참석하는 등 적극적인 역할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이 부회장의 재수감 소식을 속보로 전하면서 "삼성성은 다시 총수 부재라는 비상사태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닛케이는 "이 부회장에 대한 집행유예는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경영수장이 될 예정이었지만 재수감되면서 한국 최대 기업의 경영자가 정해지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게 됐다"고 전했다.

또 그동안의 재판과정을 전하며 이날 삼성전자 주가가 한때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덧붙였다. 일본의 교도·지지통신을 비롯한 주요 언론도 이날 이 부회장의 실형 소식을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이 부회장 수감되면서 삼성전자가 경쟁기업과의 사투에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이 부회장이 재수감되면서 선친인 고 이건희 회장으로부터의 상속과 승계 과정에도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황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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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현 기자 urme@mt.co.kr, 최석환 기자 neokism@mt.co.kr, 이정혁 기자 utopia@mt.co.kr, 황시영 기자 appl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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