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재용 또 구속 수감, '교도소 담장 위'가 숙명인 한국 기업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회삿돈 86억원을 횡령하고 이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에게 뇌물로 줬다는 혐의로 18일 서울고등법원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국정 농단 사건과 관련해 4년 넘게 수사와 재판을 받은 끝에 사실상 형이 확정됐다.
이 부회장 재판 결과는 이 나라에서 기업을 하려면 어떤 각오를 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법원은 “박 전 대통령이 먼저 뇌물을 요구했다”면서 “대통령이 요구하는 경우 거절하기는 매우 어렵다”고도 했다. 이런 사정을 알면서도 이 부회장에게 법적 책임을 물었다. 이 부회장에 대한 판결이 박 전 대통령 국정 농단 사건 판결의 종속 변수였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처음 수사했던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의 강요에 의한 것’으로 봤다. 이걸 특검이 ‘뇌물 사건’으로 바꿨다. 박 전 대통령에게 더 무거운 벌을 주려고 새로운 프레임을 만든 것이다. 뇌물죄가 되려면 뇌물을 준 사람이 있어야 한다. 결국 강요당한 사람이 뇌물 공여 범죄자가 돼 버렸다.
이 사건으로 이 부회장은 하급심부터 상급심까지 4번의 판결을 받았다. 핵심 쟁점은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 요구에 따라 최순실에게 말 3마리 등을 지원한 게 뇌물이냐 아니냐는 것이었다. 뇌물 규모가 50억원씩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했고, 이 부회장은 징역과 집행유예를 오간 끝에 실형을 받았다. 근거는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경영권 승계를 도와달라’며 묵시적 청탁을 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이 이심전심으로 ‘마음속 청탁'을 주고 받았다는 이야기다. 판사가 들여다본 피고인 마음속을 바탕으로 판결이 내려진 셈이다.
기업이 현재 정권의 요구를 거절하면 당대에서 보복을 걱정해야 하고, 거절하지 않으면 다음 정권에서 대가를 치르게 된다.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곡예를 해야 하는 게 대한민국 기업의 숙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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