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입양 아동 교체" 하나만 남은 文 회견, 4년간 어찌 이리 똑같은가

2021. 1. 19.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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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취임 후 4번째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과 질의 응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항상 같다. 국민이 실제 궁금해하는 사항에 대한 질문은 없고 문 대통령의 답에선 본심 아닌 연극 대사 같은 말들만 나온다. 이번 신년회견도 마찬가지였다. 문 대통령은 추미애의 윤석열 공격에 대해 “민주주의가 건강하게 작동·발전”이라고 했다. 그 온갖 위법한 무리수로 법치와 국정을 희화화한 추미애 사태 뒤에 문 대통령이 있다는 것을 모두가 아는데 남 얘기 하듯 한다. 이 사태는 월성 1호기 평가 조작에 대한 검찰 수사를 막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이 이 수사가 “정치적 목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런데 왜 그런 무리수로 검찰총장을 쫓아내려 했나. 문 대통령은 심지어 “윤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했다. 1년 가까이 윤 총장을 몰아내려 온갖 일을 다 한 사람이 태연히 이런 마음에 없는 말을 하는 것을 보니 놀라울 따름이다. 월성 1호기 평가 조작에 대한 감사원 감사에 여권은 벌떼처럼 일어나 감사원장을 공격했다. 관련 공무원들은 감사원을 속이려고 자료 400여 건을 삭제하는 범죄까지 저질렀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감사에 일절 개입하지 않고 원칙대로 했다”고 한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엔 “안타깝다”는 한마디뿐이었다. 문 본인이 만든 ‘단체장 귀책사유로 재보선 시 무공천 당헌’을 뒤집은 데 대해선 “고정불변은 없다”고 했다. 이런 식이면 당헌 당규는 국민을 속이기 위한 것일 뿐이다. 문 대통령은 주택 공급 부족에 대해 전 정부 탓,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해선 “저금리” “세대수 증가” 탓을 했다.

북한에 대해선 “김정은의 비핵화, 평화 의지는 분명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김정은이 웃을 얘기다. 김정은은 핵을 포기할 수 없고 포기할 리도 없다. 문 대통령이 김정은이라면 핵을 포기하겠나. 북핵 미사일에 대해선 “방어 시스템을 다 갖고 있다”고 했다. 북이 이스칸데르형 미사일, 대구경 방사포, 노동 미사일 등을 섞어서 일시에 발사하면 사드와 PAC-3로 요격이 불가능하다. 국방 안보에 중대한 기본 사실조차 모르고 어떤 결정을 내리나. 문 대통령은 “트럼프 정부 성과인 싱가포르 선언에서 다시 시작하자”고 했다. 지금 미국 상황에서 그게 바이든 행정부에 통할 것으로 본다면 순진하기에 앞서 위험하다.

문 대통령은 입양 아동이 학대 끝에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입양 부모의 마음이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안 맞는 경우 취소한다든지 아동을 바꾸는 방식도 필요하다”고 했다. 입양을 물건 반품 정도로 여기는 황당한 발상이다. 이날 문 대통령 회견에서 ‘화제'가 된 건 이 한마디뿐이었다. 그는 코로나 대처에 성공했다고 연신 자랑하며 백신 확보 지연에 대해서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주요국들의 백신 확보 경쟁이 치열할 때 지켜보기만 한 정부의 책임자로서 송구해하는 기색은 조금도 없었다. 정부가 윤 총장 몰아내는 데 정신이 팔려 발생한 구치소 집단감염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에도 여러 사례가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2018년 첫 신년회견에선 소득 주도 성장·일자리 정책의 성과를 내세웠다. 현실과 크게 동떨어진 얘기였다. 이듬해에도 ‘경제 마이웨이’를 외치면서 청와대 특감반과 인사 개입 의혹 등에 대해 잘못된 게 없다고 했다. 작년 회견 땐 검찰 학살 인사에 대해 “대통령 인사권 존중”을 강조했다. 내 잘못은 없고 남 탓만 하며 마이웨이를 외치는 신년회견이 4년째 똑같이 이어져온 것이다. 문 정부 4년간 변한 건 아무것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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