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설에 못 가요.. 대신 비싼 한우 보낼게요
김택훈 현대백화점 정육 바이어는 지난 12일 오후 강원도 홍천의 한 한우 농가 앞마당에서 5시간 동안 눈을 치웠다. 농장 주인에게 “한우 몇 마리 더 달라”고 매달리던 중 눈이 내리자 함께 눈 삽을 든 것이다. 김 바이어는 “올해는 설 선물상품 예약 구매가 작년 설, 추석에 비해 크게 늘어나 질 좋은 한우를 확보하는 경쟁이 붙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이날 최상급 한우 다섯 마리를 확보했다.
올해 설(2월 12일)을 앞두고 선물 수요가 급증하자, 유통업체들이 선물용 상품의 물량 확보에 총력을 쏟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5인 이상 집합금지’가 장기화하면서 귀성을 포기한 이들이 늘어난 데다,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이 한시적으로 완화되면서 한우 등 고가(高價) 선물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농축산물 가격 급등세가 ‘더 오르기 전에 사자’는 심리에 불을 붙였다는 분석이다.
◇‘5인 이상 집합 금지'에 설 선물 예약 29% 급증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28일부터 설 선물세트 사전 예약을 받고 있다. 17일 기준, 총 예약 금액이 작년 설에 비해 29% 늘었다. 지난 추석에 비해서도 24% 많다. 도상우 롯데백화점 수석바이어는 “명절 선물 시장은 추석이 설보다 10% 정도 크다는 업계 상식이 깨질 조짐”이라며 “코로나 사태로 부모님을 찾아뵙지 못하게 된 소비자들이 미안한 마음을 비싼 선물로 대신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25%, 신세계백화점도 7.4% 예약 금액이 늘었다.
가족이라도 주민등록지가 다르면 모일 수 없는 ‘고강도 5인 이상 집합 금지’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 규제는 일단 오는 31일까지이지만 이미 한 차례 연장된 전례가 있는 데다 국내 코로나 일일 확진자 수도 세 자릿수가 유지되고 있다.
실제로 ‘개인 소비자'가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거래가 급증했다. 현대백화점의 설 선물세트 온라인 거래는 지난해 설보다 229.1% 늘었다. 롯데백화점에서도 온라인 거래가 41% 늘어 전체 거래 증가율(29%)을 웃돌았다. 특히 소고기 정육은 555%, 냉장식품·반찬류는 134%를 더 예약했다. 신세계백화점은 18일 현재 설 선물 예약자의 약 80%가 개인 소비자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백화점들, 물량 확보 쟁탈전
유통업체들은 앞다퉈 물량을 늘리고 있다. 18일부터 설 선물 세트 판매를 시작한 롯데백화점은 한우와 와인 물량을 작년 설 대비 30% 늘렸다. 지난해 추석 때 매출이 40%가량 증가했던 호주산 소고기 물량은 이번에 50% 이상 늘렸다. 현대백화점도 ’30만원대 이상' 선물세트 물량을 지난 설보다 30% 늘렸다. 한우나 양념육 세트, 와인 선물세트 수를 각각 20%씩 확대했다. 25일부터 설 선물을 판매하는 신세계백화점도 물량을 25% 늘렸다. 마찬가지로 프리미엄 상품을 늘리고, 온라인 전용 상품도 30% 확대했다.
물량 확보를 위한 바이어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현대백화점 바이어들은 지난주부터 아예 식품 산지(産地)로 출근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산지 출장은 원래 명절 1~2주를 남긴 시점에 부족분을 확보하러 가는 건데 올해는 예약 소진 추세가 심상치 않다”며 “특히 프리미엄 상품은 품질이 소비자 기대에 못 미치면 신뢰 상실에 따른 타격이 커서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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