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올해 31조원 설비투자.. '넘보지 못할 1위' 굳히기

김성민 기자 2021. 1. 19.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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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로부터 대규모 수주 대비

세계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1위인 대만의 TSMC가 올해 설비투자에 최대 31조원(280억달러)을 쏟아붓는다. 작년 투자 금액(172억달러)보다 63% 늘어난 것으로, 역대 최고액이다. 작년 한 해 영업이익(22조3200억원)보다 많고 매출액(52조7700억원)의 59%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다.

지난 14일 TSMC가 2020년 4분기 실적 발표에서 이 같은 투자 계획을 발표하자 글로벌 반도체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1위를 질주하고 있는 TSMC가 빠르게 추격하고 있는 삼성전자를 따돌리고 독주 체제를 굳히기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이날 투자 발표를 두고 “TSMC가 (경쟁자들을) 죽이기 위해 움직였다”고 평가했다.

세계 파운드리 1위인 대만 TSMC의 파운드리 라인(팹16) 외부 모습. TSMC가 올해 역대 최대 시설 투자액을 발표하면서 반도체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TSMC

◇삼성 따돌리고 1위 굳히기

TSMC는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55.6%(작년 4분기 기준)를 차지하는 절대 강자다. 2위 삼성전자(16.4%)와 격차가 크다. 삼성전자는 인텔에 이어 세계 2위 반도체 회사이고, 작년 반도체 사업 매출이 70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매출이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에서 나온다. 시스템 메모리 분야인 파운드리에선 작년 매출이 TSMC의 3분의 1 수준인 140억5400만달러(15조5200억원)에 불과하다.

TSMC는 최대 280억달러에 이르는 올해 투자액 가운데 80%를 회로 선폭이 3·5·7나노m(1나노m는 10억분의 1m)인 초미세공정 개발에 투입할 예정이다. TSMC가 미국 애리조나에 짓는 공장 투자도 여기에 포함된다. 나머지 금액은 반도체 패키징(포장) 등 후공정에 투자될 것으로 예상된다.

TSMC의 목표는 강력한 추격자인 삼성전자와 격차를 벌리는 것이다. 현재 세계 반도체 기업 중 5나노 이하로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 곳은 TSMC와 삼성전자 두 곳밖에 없다. 미세공정 분야에서 TSMC와 삼성전자의 격차는 점차 좁혀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5~14나노 미세공정 분야에서 TSMC와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작년 4분기 기준 각각 70%, 30%이지만, 올해 4분기엔 65%, 35%로 좁혀질 전망이다. 두 업체는 모두 2022년 3나노 공정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도입하는 3나노 기술이 TSMC 기술보다 좋을 경우 파운드리 시장 구조가 지각변동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결국 이를 막기 위해 TSMC가 막대한 투자를 진행하는 것이다.

◇인텔 수주 대비용 분석도

이번 TSMC의 시설 투자는 미국 인텔의 주문에 대비한 측면도 있다. 인텔은 GPU(그래픽처리장치)를 자체 생산하지 않고 TSMC 5나노 공정에 위탁 생산을 맡길 것으로 알려졌다. TSMC도 이를 대비해 대당 1500억원에 이르는 극자외선 미세공정 장비를 추가로 도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이르면 이번 주말쯤 TSMC에 위탁생산을 맡기는 방안을 발표할 전망이다.

TSMC의 공격적인 투자가 향후 파운드리 시장의 장기 호황을 예견하는 중요 단서라는 시각도 있다. 현재 TSMC는 애플, AMD 등을 고객사로 두며 매분기 매출 신기록을 경신 중이다. 작년 4분기 매출은 1년 전보다 14% 증가한 3615억 대만달러(약 14조1400억원)였다. 작년 한 해 전체로 보면 매출은 1년 사이 31%, 순이익은 50% 증가했다. 올해도 매출 증가율이 1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도 투자 늘리나

삼성전자는 작년 반도체 시설 투자에 28조9000억원을 썼지만 대부분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투자였다. 그중 파운드리와 시스템 반도체 등에 대한 투자액은 6조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TSMC가 올해 설비투자를 늘리면서 삼성전자도 올해 투자 규모를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TSMC의 공격적인 투자에 맞서 올해 파운드리 시설 투자액을 작년의 2배인 12조원까지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운드리(Foundry)

퀄컴·애플 등 반도체의 설계 디자인만 하는 회사로부터 제조를 위탁받아 설계대로 반도체를 생산해주는 방식. 반도체 위탁 생산으로도 불린다.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5G 통신이 확산되면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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