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에서] 국민 생업 걷어차는 脫원전
“아랍에미리트에 처음 수출할 때는 납기 독촉 받으면서 밤새 일해도 피곤한 줄도 몰랐습니다. 직원들도 애국심과 자부심이 대단했죠. 근데 지금은 ‘적폐’가 돼버렸습니다. 선친에게 물려받은 논밭 다 팔고, 집도 경매로 날아가고. 남은 거라곤 신용불량자란 딱지뿐입니다.”
최근 경남에서 만난 한 원전 부품 업체 대표는 인터뷰 도중 위장약을 포함한 예닐곱 알의 약을 먹으며 말했다. 그는 30여 년간 국내와 해외 원전에 부품을 납품해 왔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탈(脫)원전 정책이 본격화하면서 일감이 끊겼다. 은행 신규 대출은 막혔고, 대출 상환 독촉만 심해졌다.
그는 “신문에 내 이름은 적지 마소. 회사 힘들단 소식 나가면 은행이 득달같이 알고 빚 갚으라고 닦달하니까”라고 했다.
두산중공업 본사가 있는 경남 창원과 부산 지역에서 만난 원전 부품 협력 업체들의 상황은 그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나라에서 신한울 3·4호기를 포함해 천지·대진 등 신규 원전 6기를 짓는다기에 그 말을 믿고 대출받아 공장 부지 확장하고, 수십억원이 넘는 고가의 장비를 사들였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손바닥 뒤집듯 정책을 뒤엎었다. 이미 발전사업허가까지 받은 신한울 3·4호기 공사도 중단시켰다. 일감은 끊겼고 대출 상환 독촉장만 쌓여갔다. 도산하는 업체들이 속출하고 있다.
정부는 국내에서는 위험해서 안 한다면서 해외 수출은 지원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은 해외에 나가 “40년간 단 한 건의 원전 사고도 없었다”며 원전 세일즈를 했다. 그러나 원전 부품 업체 대표들은 한결같이 고개를 저었다.
“그게 됩니까? 국내 원전 산업 생태계가 다 죽었습니다. 설사 수주해도 납품까지는 최소 5년 이상 걸릴 텐데 그땐 이미 수십년간 기술 개발하고 익혀온 공장들 다 문 닫고 사람들도 뿔뿔이 흩어졌을 겁니다.”
정부는 원전 부품 업체 대표들을 모아놓고 ‘업종 전환’을 하라고 했다. 원전 부품 업체 대표들은 “그 말을 한 고위 공무원에게 ‘수십년 공무원만 한 당신에게 하루아침에 다른 일 찾으라면 하겠나’라고 물었더니 아무 말 못 하더라”며 허탈하게 웃었다. 게다가 경기 침체로 다른 업종도 일감이 없어서 죽을 판이란 것이다.
어쨌든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쳤다. 가족처럼 한솥밥 먹던 직원들 자르고, 자식 같던 기계 내다 팔며 버텼다. 하지만 한계 상황에 도달했다. 그들은 피울음을 토했다.
“피땀 흘려 일군 한 몸 같은 공장 문 닫게 생겼는데, 그걸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마음 상상이 됩니까. 50여 년에 걸쳐 원전 개발하고 이제 세계 최고가 됐는데, 5년짜리 대통령이 다 허물고 있습니다. 국민을 먹고살게끔 해주지는 못할망정 밥그릇 빼앗고 사지(死地)로 내몰고 있어요. 이게 나라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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