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철살인 현수막 제가 만들었어요.. 고정관념 깨는 아이디어, 웹툰서 얻죠"
‘지옥’ ‘살인장난감’ ‘김철수씨 이야기’ ‘S라인’….
김수민(35) 국민의힘 홍보본부장이 최근 몰두해 봤던 웹툰들이다. 하나같이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에 기반한 암울한 이야기들인데, “어디서 홍보 아이디어를 얻느냐”고 물으니 이 작품들을 줄줄이 읊었다.
“기성 정치권은 그동안 선과 악, 진보와 보수의 이분법적 잣대로 논리를 펼쳐왔잖아요. 그런데 선과 악의 구분이 없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이들 웹툰에서 보면서 절대선, 절대악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됐어요. 그런 흑백논리를 깨는 게 국민의힘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라 생각했고, 저도 끊임없는 자극을 통해 고정관념을 깨려 노력하고 있죠.”
2016년 30세에 20대 국회 최연소로 입성했다. 국민의당, 바른미래당을 거쳐 지난해 7월부터 국민의힘에서 홍보본부장을 맡고 있다. 숙명여대 재학 시절 학내 동아리로 시작했던 ‘브랜드호텔’을 벤처기업으로 성장시키고, 과자 ‘허니버터칩’의 작명과 디자인으로 대박을 낸 이력이 있다.
광고업계에서 키운 창의력과 여의도 정계에서 갈고닦은 정치의 언어가 합쳐진 결과가 ‘촌철살인 백드롭(당 회의실 배경 현수막)’이다. 여당 의원의 실언을 비꼰 ‘그렇게 해도 안 떨어져요, 집값’ 같은 문구가 최근 정치권에서 화제가 됐다. 국민의힘이 내세우려 하는 메시지를 직관적으로 표현해냈다는 평을 받았다. 아이디어가 불현듯 샘솟는 건 아니란다. “아침에 눈떠서 밤에 눈 감을 때까지 고민해요. 소셜미디어는 하루 종일 보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얘기들도 꼼꼼히 체크하죠.”
가장 고민스러웠던 백드롭은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과오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할 때였다. “국민께 뭐라고 말씀을 드려야 할까 한참을 고민했어요. 결론 끝에 답이 나왔죠. ‘할 말이 없다’.” 그날 김 위원장 뒤에는 백지(白紙)가 내걸렸다. 핑계 대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국민의힘'이란 당명을 정할 때에도 그가 내심 밀었던 당명은 ‘위하다’였다. “앞으로는 ‘동사’의 시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너무 앞선 얘기였던 것 같아요.” 결국 ‘2안’이던 국민의힘으로 최종 결정됐다.
김 본부장은 지난 21대 총선에서 충북 청주시 지역구에 출마했으나 44% 득표율로 낙선했다. “‘낙선'이란 경험을 얻은 것이 저한테는 큰 성공이었죠.” 그는 일단은 “홍보본부장으로서 오는 4월 서울·부산 보궐선거 승리에 보탬이 된 뒤에 다음 이야기를 새로 쓰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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