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희의 新유대인 이야기] [2] 바이든 세 사돈 모두 유대인.. 루스벨트 뉴딜은 '주딜'로 불렸다

홍익희 전 세종대 교수 2021. 1. 19.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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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권력은 'Jew'로 통한다

20일(현지 시각) 취임하는 바이든 대통령은 역대 미국 대통령 중 친(親)유대 성향이 가장 강한 것 같다. 핵심 요직에 유대인을 대거 발탁했을 뿐 아니라 자녀 3명 모두 유대인과 결혼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남편도 유대인이다.

나라 없이 떠돌았던 유대인들은 역사의 굴곡마다 학살과 추방의 참극을 경험했다. 15세기 말 이베리아 반도에서는 통일 왕국을 세운 스페인 가톨릭 세력이 유대인들을 국외 추방했고, 이들 중 다수가 네덜란드에 정착한 뒤 전쟁 자금을 대며 정치 권력에 밀접하게 연결되기 시작했다. 중세 톨레도에서 벌어진 유대인 집단 학살을 그린‘구세주의 발 아래 - 중세의 유대인 살해’(1887년作), 스페인 화가 비센테 쿠탄다 토라야(1850~1925), 스페인 사라고사 미술관 소장. /위키피디아

미국 대선은 정치 후원금과 언론의 지지 여부가 관건이다. 선거 자금이 워낙 많이 들어 개인 힘으로는 치를 수 없다. 미국 정치자금 추적 민간 단체인 ‘책임정치센터'는 지난 선거 비용을 총 140억달러(약 15조3800억원)로 추산했다. 그렇다 보니 대선 후보들은 유대인을 잡아야 당선될 수 있다고 불문율처럼 인식해 왔다. 그들이 선거 후원금과 언론의 지지에 큰 영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 후원금도 바이든이 10억7000만달러를 모아 트럼프의 7억3000만달러를 앞섰다. 또 바이든 지지 언론 매체가 트럼프보다 압도적으로 많아, 119 대 6이었다. 유대인 75% 이상이 바이든을 지지했다고 이스라엘과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렇게 바이든을 대통령으로 만든 세력 중 하나가 유대인이다. 유대인은 역사적으로 미국 권부에 깊숙이 개입해 왔다.

매년 3월 워싱턴D.C.에서 유대인 총회(AIPAC)가 열린다. 이 총회에 연방 의원 대부분이 참석한다. 왜 유대인 총회에 미국 의원들이 얼굴을 내밀까? 이 총회의 하이라이트가 롤콜(roll call) 행사로, 이스라엘과 유대인들에게 우호적인 의정 활동을 한 의원 명단을 200위까지 발표한다. 이는 정치 후원금과 언론의 지지에 비례하게 된다.

유대인들이 정치권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역사적 유래가 있다. 1492년 유대인들이 스페인 왕국에서 추방당한 이후 그들은 비교적 종교의 자유가 있는 네덜란드 저지대에 정착했다. 그러고 다시는 정치권력에 배척당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네덜란드 독립 전쟁을 지휘하는 빌럼 3세를 적극 도왔다. 전쟁 자금 지원을 위해 전쟁 채권 시장을 활성화했다. 그리고 빌럼 3세를 영국 의회가 영국 왕으로 추대하자 유대 금융인 8000명이 그를 따라 영국으로 건너갔다. 네덜란드의 빌럼 3세가 영국 왕 윌리엄 3세가 된 이 사건을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혁명을 이루었다고 해서 ‘명예혁명’이라 부른다.

16일 백악관 인선을 발표하는 조셉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 /로이터연합뉴스

영국 왕이 된 윌리엄 3세는 프랑스와 전쟁을 시작하면서 다시 한번 유대인들에게 손을 내민다. 유대인들은 막대한 전쟁 자금을 모으기 위해 ‘전쟁 기금 모금 기구’를 만들어 윌리엄 3세에게 모은 자금을 빌려주고, 그 모금 기구를 영란은행으로 전환해 왕의 채무 증서를 토대로 은행권을 발권했다. 이때부터 국채와 화폐 발행이 연계되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온 유대인들이 워싱턴 장군이 독립 전쟁을 지휘할 때도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미국의 독립과 함께 유대인이 정치권력과 밀접하게 연결된 이유다.

맨해튼을 17세기 초 네덜란드 동인도회사가 개발하기 시작한 이래 뉴욕 건설의 주역은 유대인이었다. 유대인들은 월스트리트를 중심으로 무역과 금융업을 주도했다. 돈이 도는 곳에는 사람이 모이게 마련이다. 정치 후원금도 월스트리트 유대인들이 가장 많이 내자 정치가들도 월스트리트로 모여들었다. 자연히 월스트리트가 금융 중심지뿐 아니라 정치 중심지도 겸하게 되었다. 연방 의회 의사당 페더럴홀이 월스트리트에 들어서 1789년 뉴욕이 미국 최초의 수도가 되었다. 같은 해 3월 상원과 하원이 페더럴홀에서 개원했고, 4월에는 조지 워싱턴이 페더럴홀에서 초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유대인들의 본거지 월스트리트가 미국 정치의 중심지가 된 것이다. 미국 금권정치의 씨앗이 이때 잉태되었다. 하지만 수도가 너무 북쪽에 치우쳐 있다는 남부의 반발로 양당 간 정치적 거래가 이루어져 수도가 필라델피아를 거쳐 워싱턴D.C.로 이전하게 된다.

유대인들을 본격적으로 중용하기 시작한 대통령은 프랭클린 루스벨트였다. 그는 싱크탱크를 처음으로 활용한 대통령으로, 가까운 브레인에 유대인이 많았다. 재무장관에 유대인 모건소 주니어를 발탁했다. 당시 루스벨트의 뉴딜 정책과 수정자본주의를 이끌었던 주요 인사들이 유대인(Jew)이라 일부 언론은 뉴딜 정책을 주딜 정책이라 불렀다.

헨리 키신저는 닉슨 대통령 시절 국가안보보좌관과 국무장관을 지냈다. 그는 1973~1975년에 두 직책을 겸임해 외교와 안보 정책의 전권을 휘둘렀다. 미소 ‘전략무기제한협정’, 중국과 관계 개선, 사우디아라비아와 석유 결제 통화로 달러만을 사용할 것을 이끌어낸 협상 등이 그의 작품이다. 이후 재무장관과 국무장관에 유대인이 발탁되기 시작했다.

클린턴 대통령 시절, 우리나라 운명을 결정하는 회의가 백악관에서 열렸다. IMF 사태 와중인 1997년 12월 18일 김영삼 정부는 외환 보유액을 250억달러라고 발표했으나 실상은 39억달러에 불과했다. 한국 경제 파산이 경각에 달려 있었다. 이튿날인 12월 19일 금요일 백악관 지하 벙커 상황실에서 클린턴 대통령 주재로 국가 안보 회의가 열렸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 윌리엄 코언 국방장관,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 샌디 버거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참석했다. 대통령을 제외한 네 명이 모두 유대인이었다. 이날 의제는 한국의 외채 만기 연장 문제였다. 우리나라 운명을 유대인들이 결정하는 순간이었다.

월가 출신의 루빈은 시장 논리를 들어 한국 채권의 만기 연장 문제는 민간 금융기관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반론이 제기되었다. 코언 국방장관이었다. “한국은 미군 수만 명이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북한과 총을 겨누고 있는 나라다. 한국의 경제 위기는 이런 상황을 감안해서 풀어가야 한다.” 올브라이트 국무장관도 코언 장관을 거들고 나섰다. 이날 회의 결과는 한국의 파산을 막아주자는 결정이었다. 곧 한국에 대한 자금 지원을 조기에 재개하고, 각국 은행들의 외채 연장을 미국 정부가 나서서 적극 유도하기로 했다. 파산 직전의 한국 경제가 안보 논리로 해결되었다.

바이든 신임 대통령은 정부 핵심 요직에 유대인을 대거 등용했다. 30년 최측근인 유대인 론 클레인을 백악관 비서실장에 임명했다. 바이든은 그를 부통령 시절에는 비서실장(2009~2011)으로, 대선 캠프에서는 수석 참모로 기용했다. 바이든이 인선한 각료와 보좌관 내정자 명단에서도 유대인이 강세다. 국무장관 내정자 토니 블링컨, 재무장관 내정자 재닛 옐런, 국토안보부 장관 내정자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가 유대인이다. 바이든이 무게를 두는 기후 특사로 임명된 존 케리 전 국무장관의 조부도 유대인이다.

국가 안보 투톱도 유대인으로 내정했다. 국가정보원장(DNI)에 CIA 부국장을 지낸 애브릴 헤인스를 지명했다. 그는 FBI와 CIA 등 16개 정보기관을 총괄하게 된다. 그와 호흡을 맞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는 유대인 제이크 설리번이 내정됐다. 44세라는 젊은 나이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이끄는 중책을 맡은 제이크 설리번의 풀네임은 제이컵 제러마이아 설리번(Jacob Jeremiah Sullivan)이다.

미국 국무장관은 각료 서열 1위이다. 그만큼 막중한 자리다. 바이든의 분신이라는 토니 블링컨은 대북 강경론자다. 그러나 국무부 부장관 시절 영변 핵 시설에 대한 정밀 폭격에는 반대했다. 국가 안보 투톱 역시 유대인이라 북핵 문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란의 핵 개발에 북한의 지원이 있을까 봐 이스라엘이 심히 우려하기 때문이다.

시장이 반긴 사람은 재닛 옐런이다. 그가 인선되자 주식시장이 먼저 환호했다. 옐런이 재무장관이 되면 재정정책을 확대해 돈이 많이 풀려 주식 등 자산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서민들 역시 그를 반기고 있다. 옐런이 저소득층 지원과 일자리 창출에 진력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유대인은 누구를 말하나... 엄마가 유대인이면 유대인

유대인에 대한 정의는 시대에 따라 다르다.히틀러 때는 조부모 중 한 사람이라도 유대인이면 유대인으로 간주해 처형했다. 유대인은 이제 혈통으로 구별하지는 않는다. 2000년간의 디아스포라 생활에서 피가 많이 섞였기 때문이다. 세파르디(스페인계) 유대인이 검붉은 팔레스타인 중동계 인상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반면에 아슈퀴나지(독일계) 유대인들은 십자군 전쟁 때 슬라브족이 사는 동구와 러시아로 피신해 백인 모습을 띠고 있다. 그래서 오늘날 유대인은 혈통이 아닌 종교로 구별한다. 유대교를 믿는 사람이 유대인이다. 이방인이라도 유대교를 믿으면 랍비의 검증을 거쳐 유대인이 될 수 있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 후, 유대인을 받아들일 때 어머니가 유대인이면 모두 유대인으로 인정했다. 그만큼 엄마의 종교적, 교육적 영향력이 절대적임을 인정한 것이다. 아버지가 유대인이고 어머니가 이방인이면 그는 랍비의 검증을 거쳐야 한다. 바이든의 다섯 손주가 유대인인 것은 그들의 어머니들이 유대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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