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현의 마음속 세상 풍경] [38] 상대의 눈물이 불편할 때

윤대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2021. 1. 19. 03:0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눈물’에 대한 고민을 자주 접한다. 방송을 보는데 뜬금없이 너무 눈물이 흘러내려 당황했다던지, 회사에서 상사와 소통을 하는데 이성적으론 별 이야기도 아닌 내용에 눈물이 매번 폭포수처럼 흘러나와 창피하고 직장 생활이 불편한 사람도 있다. 눈물 고민도 사람마다 다양하다.

눈물 반응이 지나치면 삶을 불편하게 할 수 있어 때론 치료를 진행하기도 하지만, 눈물 자체가 부끄럽거나 문제 되는 반응은 전혀 아니다. 슬프면 눈물이 흐르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감정 반응의 하나다. 눈물은 내 감정을 해소하는 긍정적인 작용도 하고, 상대방에게 내 마음을 표현하는 데에 있어 강력한 수단도 된다.

과거보다 ‘남자의 눈물’이 늘어나지 않았나 싶다. 이전에 여성이 남성보다 5배 정도 더 눈물 흘린다는 통계를 본 적이 있다. 그렇다고 남자의 눈물샘이 작아서는 아니다. 눈물은 약함이고 내 감정을 참고 누를 줄 알아야 강한 남자란 인식이 눈물을 막는 한 이유가 아니었을까. 하지만 마음 관리 측면에서는 여성이든 남성이든 슬프면 눈물을 흘릴 수 있는 것이 긍정적이다. 울고 싶을 땐 혼자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지인 앞에서든 실컷 울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종종 상대방의 눈물을 보며 좀 불편한 마음이 들 때가 있다. 눈물로 나를 조종하려는 것은 아닌지, 또는 자신을 방어하는 수단으로 눈물을 사용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드는 경우다. 우는 사람 앞에서 이런 생각이 드는 것에 미안해 한번 더 마음이 불편하기도 하다.

1995년에 출간된 베스트셀러, ‘감성지능’의 저자인 대니얼 골먼 박사의 최근 글을 접할 기회가 있었다. 감성지능이 높으면 무조건 좋다는 오해가 있는데, 내 마음과 타인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소통하는 능력인 감성지능이 지나치게 전략적이면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흥미로웠다. 감성지능의 오·남용이 존재한다는 이야기다.

감성지능의 중요한 요소인 ‘공감’을 예로 들어보자. 타인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파악하는 ‘인지적’ 공감 능력과 타인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를 이해하는 ‘정서적’ 공감 능력을 잘 갖춘 감성지능이 높은 리더가 있다. 하지만 이 리더에게는 공감의 또 다른 요소인 타인을 진심으로 돕고 위하려고 하는 ‘공감적 관심(empathic concern)’이 결여됐을 수 있다. 이런 경우 단기적으로는 목적을 위해 멋진 단어로 잘 소통하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지만, 자신의 결정 때문에 상대가 앞으로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를 살피는 공감적 관심이 결여됐다면, 결국 상대를 정서적으로 고갈시키고 피해를 줄 수 있다. 리더의 선택에 있어 이런 경향은 없는지 신중하게 살펴야 할 부분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