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이 전설을 꺾었다
18일 미국 뉴올리언스의 수퍼돔. NFL(미 프로풋볼) 탬파베이 버커니어스와 뉴올리언스 세인츠의 NFC(내셔널 콘퍼런스) 디비저널 플레이오프(8강) 경기가 끝나고 한 사내가 세 아들과 막내 딸을 데리고 그라운드로 나왔다.
그는 세인츠의 쿼터백 드루 브리스(42). 2001년 샌디에이고 차저스에 입단해 5년 뒤 세인츠로 이적한 그는 세인츠에서 15시즌을 뛰며 뉴올리언스 지역을 대표하는 스포츠 스타로 자리 잡았다. 2010년엔 수퍼볼 정상에 올라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오랜 시름에 빠져있던 뉴올리언스 시민들에게 희망을 안겼다.
아이들과 단란한 시간을 보내던 브리스에게 사복 차림의 한 사내가 다가왔다. NFL 역대 최고 선수로 꼽히는 톰 브래디(44·탬파베이 버커니어스)였다. 둘은 뜨거운 포옹을 나누고 한참 대화를 나눴다. ‘브래디 삼촌'은 브리스의 아들들과 주먹을 맞부딪친 뒤 공을 던져주는 정겨운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플레이오프 승리를 놓고 치열하게 다퉜던 두 사내는 그라운드의 포연이 사라지자 서로를 존경하는 동료로 돌아왔다.
◇ 두 전설의 아름다운 작별
이날 경기는 두 40대(代) 전설의 맞대결로 미국 내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브리스는 역대 패싱야드 1위 기록(8만358야드)과 최다 패스 성공(7142회) 기록을 지닌 레전드 쿼터백. 두 부문 2위가 바로 브래디(7만9204야드, 6778회)다. 프로볼(올스타)엔 브래디가 14번, 브리스가 13회 선정됐다. 미국 소셜미디어에선 둘이 합쳐 86세인 두 베테랑 쿼터백의 승부를 ‘히스토리 채널’에서 방영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이미지가 큰 인기를 끌었다.
정규 시즌에선 브리스가 이끈 세인츠가 12승4패로 브래디의 버커니어스(11승5패)를 앞섰다. 작년 11월 맞대결에서도 브리스가 터치다운 패스 4개를 기록한 세인츠가 버커니어스를 38대3으로 대파했다. 당시 브래디는 터치다운 패스 하나 없이 인터셉트만 3개 당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브리스가 3차례 가로채기를 당하며 흔들리는 동안 브래디는 두 개의 터치다운 패스와 한 번의 러싱 터치다운으로 승리를 이끌었다. 4쿼터의 사나이란 칭호답게 20-20 동점에서 시작한 4쿼터에 집중력을 발휘했다. 결국 버커니어스가 세인츠를 30대20으로 꺾고 NFC 챔피언십에 진출했다.
브리스는 경기 후 “많은 것을 생각할 기회를 스스로에게 주겠다”며 말을 아꼈지만, 이미 방송사와 해설 계약을 맺었다고 알려지는 등 은퇴가 유력한 분위기다. 브래디는 “브리스는 위대한 선수이자 경쟁자였다”고 말했다.
◇ 팀을 옮겨도 역시 브래디
브래디는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자신이 왜 ‘G.O.A.T(Greatest Of All Time·역대 최고 선수)’로 불리는지 확실히 증명하고 있다. 그는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의 쿼터백으로 20년간 뛰면서 수퍼볼에 9번 올라 역대 최다인 6회 우승 반지를 꼈다. 그리고 당장 은퇴를 해도 이상할 것 없는 43세에 버커니어스로 유니폼을 바꿔 입으며 새 도전에 나섰다. 버커니어스는 2007시즌을 끝으로 플레이오프에 오르지 못한 만년 하위 팀이었다.
NFL 최고 전략가로 통하는 빌 벨리칙(69) 패트리어츠 감독의 품을 떠나 ‘홀로 서기’에 나선 브래디는 13년 만에 팀을 플레이오프에 끌어올렸다. 디비저널 플레이오프에선 브리스를 넘으며 7번째 우승 반지를 향한 위대한 여정을 이어갔다. 브래디의 버커니어스는 25일 오전 5시 5분 그린베이 패커스와 NFC 챔피언십에서 맞붙는다. 패커스엔 올 시즌 강력한 MVP 후보인 애런 로저스(38)가 있다. 브래디와 함께 ‘GOAT’를 다투는 또 한 명의 레전드 쿼터백이다. 둘 중 승리한 한 사람이 2월 8일 수퍼볼 무대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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