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로 러시아 귀국… 나발니, 공항서 체포

파리/손진석 특파원 2021. 1. 19.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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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극물 테러로 獨서 5개월 치료… ‘反푸틴 운동’ 계속하겠단 의지
5개월만에 러시아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알렉세이 나발니의 모습. 왼쪽은 아내 율리아./AP 연합뉴스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가 독극물 공격을 받고 독일에서 치료받은 뒤 17일(현지 시각) 모스크바로 귀환했지만 곧바로 당국에 체포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대 정적(政敵)으로 꼽히는 그는 지난해 8월 옛소련이 개발한 독극물인 노비촉을 사용한 공격을 받고 독일로 이송돼 치료받은 지 5개월 만에 자국 땅을 밟았다. 서방 국가들은 일제히 나발니를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이날 모스크바 외곽 셰레메티예보 공항에 도착한 직후 입국 심사대에서 체포됐다. 러시아 교정 당국은 그가 돌아오는 대로 체포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는 2014년 화장품 회사에서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은 적이 있다. 교정 당국은 그가 수사기관에 정기적으로 출두해야 하는 의무를 비롯해 집행유예 기간에 지켜야 할 의무를 준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를 체포했다. 그의 혐의는 러시아 검찰이 조작한 것이라고 인권단체들은 주장하고 있다.

체포될 줄 알면서도 그가 귀국한 이유는 러시아 안에서 반(反)푸틴 운동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표시한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러시아 야권 정치인 드미트리 구드코프는 “남아공의 넬슨 만델라가 오랫동안 수감돼 있으면서 대중의 지지를 얻어 후일 권력을 잡았듯이 나발니도 비슷한 길을 걷는 것”이라고 했다. 나발니는 오래전부터 러시아 당국의 온갖 박해를 받으면서도 해외로 도피하지 않았다. 노비촉 공격을 받고 독일에서 치료를 받는 동안에도 “회복되는 대로 러시아에 돌아가겠다”고 공언해왔다.

러시아 야권 지도자인 알렉세이 나발니(가운데)가 17일 아내 율리아와 함께 모스크바 공항 입국 심사대에 서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날 모스크바에 도착해 체포되기 직전에도 그는 “나는 두렵지 않다. 내가 옳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소셜 미디어에 적었다. 러시아 정치 분석가 키릴 로고프는 “푸틴은 나발니를 두려워한다”고 했다.

러시아 당국은 이날 나발니 지지자들이 대거 기다리고 있다는 점을 의식해 그가 탑승한 여객기가 당초 도착 예정지인 모스크바 남쪽의 브누코보 공항에 착륙하기 직전 모스크바 북쪽의 셰레메티예보 공항으로 회항해 착륙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취재진은 공항 내 진입이 허용되지 않았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나발니에 대해 즉각적이고 조건 없는 석방을 요구한다”고 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초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내정된 제이크 설리번도 “나발니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은 그의 목소리를 듣기 원하는 러시아 국민에 대한 모욕”이라고 했다. 샤를 미셸 EU(유럽 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 등도 나발니의 석방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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