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서·커제·셰커, 세계바둑 패권 놓고 3파전 돌입

[화요바둑]

새해 세계 바둑 정상권 판도가 신진서(21)와 커제(24), 그리고 셰커(21)의 3각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 다수의 세계 메이저 타이틀전들이 연초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이들 3명의 활약상은 압도적이다.

LG배 보유자인 신진서는 지난주 벌어진 제9회 잉창치배 준결승 관문을 뚫고 생애 두 번째 메이저 가시권에 들어섰다. 삼성화재배 디펜딩 챔피언인 커제는 내달 1일부터 제25회 LG배를 놓고 신민준(22)과 겨룬다. 셰커는 올해 초 불과 9일 사이 제4회 몽백합배와 제9회 잉씨배 결승에 잇달아 진출, 최고 스타 대열에 합류했다.

춘란배 8강전에 나선 한국 출전기사 3명은 이날도 한국기원에 마련된 대국장에 집결, 중국 기사들과 원격으로 대국했다. 오른쪽부터 신진서, 변상일, 박영훈. /한국기원

정리하면 잉씨배는 신진서 대 셰커, 몽백합배는 셰커 대 미위팅, LG배는 커제 대 신민준의 결승카드가 확정됐다. 18일엔 제13회 춘란배가 4강 진출자를 가렸다. 신진서는 판팅위를, 커제는 대만 쉬하오홍을 각각 따돌렸다. 변상일과 박영훈은 롄샤오 및 탕웨이싱에게 패해 탈락했다.

20일 열릴 준결승 대진은 신진서 대 롄샤오, 커제 대 탕웨이싱전으로 결정됐다. 춘란배는 준결승전을 단판으로, 결승은 5번기로 진행한다. 춘란배 준결승이 끝나면 4개 메이저 국제대회 ‘결승 대진표’가 모두 완성된다.

신진서와 셰커, 두 2000년생 동갑나기의 경쟁은 올해 바둑계 최고의 흥행 이슈로 꼽힌다. 잉씨배 결승 3번기가 ‘핵심 전장(戰場)’이다. 신진서는 자신에게 2000년대 출생 첫 세계 정복이란 영광을 안겼던 LG배 챔피언 벨트를 내달 풀고나면 무관(無冠)이 된다. 잉씨배와 춘란배 우승이 간절할 수밖에 없다.

지나간 경력만 따지면 셰커는 신진서의 상대가 안 된다. 신진서가 세계 메이저 우승 1회, 준우승 3회 포함 총 16번 우승한 반면 셰커는 국내서조차 변변한 우승 경력이 없다. 2017년 제3회 몽백합배 4강이 그간 국제대회 최고 성적이었다. 지난해 글로비스배에선 세 살 아래 문민종에게 대마가 잡히며 8강에 그쳤었다.

한국 1위와 중국 13위인 둘은 작년 중국 갑조리그 쑤보얼항저우 팀에서 동료로 뛰었다. 신진서가 주장전에 12번 기용되면서 14승 3패를 기록한 반면 셰커는 11승 8패(주장 3회)에 그쳤다. 자국 내 2000년생 경쟁자들인 딩하오 랴오위안허 등에 비해서도 뒤처져 보이던 기사다. 단, 신진서와의 딱 한 맞대결(2017년 이민배)에선 승리했다.

커제는 종종 굴곡을 보이면서도 여전한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무려 26개월째 연속 중국 1위다. LG배 첫 도전에 성공할 경우 중단 상태인 바이링배를 빼더라도 현존 유일의 다관왕에 복귀하게 된다. 동시에 메이저 우승 회수 동률인 구리(古力·8회)를 따돌리고 중국 기사 통산 메이저 최다 우승 기사로 등극한다. 신진서에게 통산 10승 4패로 앞서있다는 점도 경계 대상이다.

하지만 신진서는 믿음직하다. 최근 들어 역전승이 많아진 것은 노련미가 붙어간다는 징조다. 유리한 판은 쉽게 밀어붙이고, 불리했던 판은 뒤집어버리니 거칠 게 없다. 지난해 12월 21일 이후 국내외서 10연승 중이다. “올해는 국제전에서 패하지 않는 것이 목표”라는 말이 공허하게 들리지 않는다.

커제는 지난 연말 몽백합배 판팅위와의 8강전서 패하는 등 예전 같지 않다. 비공인 세계 바둑 순위 사이트인 ‘고 레이팅’ 최신판은 신진서와 커제를 각각 1, 2위에, 셰커는 10위에 올려놓고 있다. 3파전의 최종 승자는 누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