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전 이수현의 용기, 유학생 1000명에게 전해져”
2001년 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숨진 고려대생 이수현씨를 기리는 장학금 수혜자가 1000명을 넘어선다. 그의 이름을 딴 ‘LSH 아시아 장학회’의 가토리 요시노리(鹿取克章·71) 회장은 18일 “지난해까지 이수현씨 이름으로 장학금을 받은 아시아 학생이 모두 998명”이라며 “올해 중 50여 명을 선발해 전체 장학생이 1000명이 넘을 예정“이라고 했다.
도쿄 국제문화회관에서 만난 가토리 회장은 “오는 26일 이수현씨 사망 20주기를 맞는다”며 “국적을 넘어서 인간에 대해 동료 의식을 가진 그의 정신이 장학 사업을 통해 계승되고 있다”고 말했다.
LSH 아시아 장학회는 이씨의 부모가 그의 사후에 기부한 1억원이 바탕이 됐다. 2001년 8월 이씨의 희생정신에 감동한 일본인들을 중심으로 장학회 준비위원회가 결성되자 각계 인사들이 참여했다. 위험에 처한 이의 국적을 가리지 않고 몸을 던진 그의 뜻을 기리기 위해 아시아 국가에서 일본으로 유학 오는 학생들을 돕기로 했다.
2002년 NPO(비영리) 법인으로 발족 후 93명에게 장학금을 수여한 것을 시작으로 매년 약 50명을 꾸준히 선발해왔다. 1인당 장학금 10만엔은 아르바이트를 해가며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이수현 정신’을 알려가며 작은 격려금 역할을 했다.
가토리 회장은 “올해 장학회가 발족한 지 20년째인데, 일본의 유명 인사들이 모인 ‘도쿄 클럽’을 비롯해 지속적으로 후원해주는 이들이 있다”고 말했다. 국제교류기금은 장학 활동을 돕는 이들에게 기부금 감면 혜택이 돌아갈 수 있게 했다. 일본항공(JAL)은 명예회장을 맡고 있는 이군의 어머니 신윤찬씨가 일본을 오갈 때 왕복 비행기표를 제공하고 있다. 장학회는 꾸준한 활동으로 2017년 일본 외무성으로부터 표창도 받았다.
가토리 회장은 주이스라엘· 주인도네시아 대사를 지낸 엘리트 외교관 출신. 2000년부터 2년간 주한 일본 대사관의 총괄공사를 역임했던 인연으로 2017년부터 제2대 회장을 맡고 있다. “일한 양국 관계에 도움이 된다면 어떤 역할이든 하고 싶었다”고 했다. 한국을 떠난 후에도 신각수 전 이스라엘 대사, 김영선 전 주인도네시아 대사 등 일본통 외교관들과 꾸준히 교류해온 것도 영향을 미쳤다.
장학회는 그동안 ‘가케하시(架橋·떨어진 양쪽을 잇는 다리)’라는 제호(題號)의 회보를 매년 펴내며 이수현 추모 분위기를 확산해 왔다. 가장 최근호인 가케하시 34호는 이씨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를 특집으로 소개했다. 한국인이 일본인을 위해서 몸을 던지고 이에 감명받은 일본 사회가 장학회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LSH 아시아 장학회는 한일 간의 새로운 모델로 평가된다.
가토리 회장은 이수현씨를 한일 젊은 세대의 새로운 상징으로 평가한다.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정치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양국 시민 관계를 발전시키는 에너지로써 이수현씨의 상징성은 대단히 큽니다. 국적을 가리지 않고 몸을 던진 그의 용기와 희생정신은 양국이 이어 갈 필요가 있습니다.”
주일 한국 대사관과 재일교포 단체는 26일 일본 각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씨의 20주기 추모식을 거행한다. 도쿄=이하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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