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한미 연합훈련 시행, 北과 협의".. 軍내부 "美 반발 우려"
"군사공동위 통해 협의" 발언 논란.. 한미동맹 핵심 훈련을 北과 논의
가능성 낮고 언급 자체 부적절" 지적.. 국민의힘 "대한민국 대통령 맞나"
文 "김정은, 평화-비핵화 의지 확고 종전선언, 바이든정부 설득할 것
언제 어디서든 김정은 만날 용의"
문 대통령은 이날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매번 아주 신경을 쓰면서 예민하게 반응을 한다. 한미 연합훈련도 크게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이라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틀 안에서 논의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9·19 남북군사합의에 ‘상대방을 겨냥한 대규모 군사훈련 등에 대해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가동해 협의해 나간다’는 내용이 있으니 여기서 훈련 중단이나 축소 여부 등을 북한과 논의할 수 있다는 것. 앞서 김 위원장은 5∼12일 열린 8차 노동당 대회에서 “미국과의 합동 군사연습을 중지해야 한다는 우리의 거듭된 경고를 외면하고 있다”고 정부를 압박했다. 문 대통령은 다만 “한미 연합훈련은 연례적으로 이뤄지는 훈련이고 방어적 목적의 훈련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고 했다.
군 내부에서는 9·19 남북군사합의 이후 군사공동위가 구성된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북한이 합의를 지키지 않아 사실상 사문화한 상황에서 주권 사항에 해당하는 한미 연합훈련 실시 여부를 북한과 논의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미동맹의 핵심인 한미 연합훈련은 미군과 긴밀한 협의가 필요한 문제이기도 하다. 군 관계자는 “향후 미국 측이 반발할 수 있는 우려스러운 발언”이라고 말했다. 외교부 차관을 지낸 국민의힘 조태용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대한민국 대통령이 맞느냐”며 “북한이 대한민국을 목표로 하는 전술핵무기 개발을 언급하며 우리 안보를 도발하고 있고 이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 한미 연합훈련이다. 훈련 실시 여부를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니 가히 충격적”이라고 비판했다.
○ 핵보유국 선언한 김정은에 “비핵화 의지 분명”
北최고인민회의 진행하는 최룡해…김정은은 불참 최룡해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17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4차 회의에서 일어서서 발언하고 있다. 노동신문 뉴스1 |
이날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가 굳건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김 위원장의 평화에 대한 의지, 대화에 대한 의지, 비핵화에 대한 의지는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북한이 요구하는 것은 미국으로부터 확실하게 체제 안전을 보장받고 미국과의 관계가 정상화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여러 가지 핵을 증강한다든지 무기체계를 더 하겠다는 부분도 비핵화와 평화 구축의 회담이 아직 타결되지 못한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핵보유국 지위를 강조하면서 한국과 미국을 겨냥한 각종 신형 핵무기 개발 사실을 공식화하고 선제 타격 가능성까지 위협한 상태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답방이 먼저 이뤄질 필요는 없다”며 “언제 어디서든 만날 용의가 있다. 그렇게 만남을 지속해 신뢰가 쌓이다 보면 언젠가 김 위원장의 답방도 이뤄질 것이라고 믿는다”고도 했다. 김 위원장이 “비본질적 문제”라며 거부한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도 “남북관계 발전에 크게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북-미 대화를 진전시키는 추동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 “바이든 행정부에 종전선언 구상 설득할 것”
문 대통령은 이날 “종전선언이 비핵화나 평화협정 과정에서 굉장히 중요한 모멘텀이 될 수 있다”며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출범하면 다양한 소통을 통해 (종전선언에 대한) 우리의 구상을 미국 측에 설명하고 또 설득해 나갈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북한은 종전선언에 대해 소극적이고 미국도 회의적인 입장이다.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을 설명하다 “북-미나 남북 또는 (남북미) 3자 간에 평화협정 체제를 통해 평화가 구축되는 과정”이라고도 했다. 평화협정 대상에서 중국을 제외해 정전협정 당사자라고 강조해온 중국이 반발할 가능성도 있다.
문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으로 북-미 대화와 남북 대화를 새롭게 시작할 전기가 마련됐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성과를 계승해 발전시켜야 한다”고 했다.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 간 합의로부터 시작하자”는 것이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북핵 협상 방식을 비판해온 바이든 행정부가 수용할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오혁 hyuk@donga.com·신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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