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609] 내각 다양성
내일 드디어 조 바이든 제46대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다. 코로나19와 안전 문제 때문에 역대 가장 썰렁하고 뒤숭숭한 취임식이 되겠지만, 두 번씩이나 탄핵 소추를 당한 전임 대통령에게 속절없이 흔들린 미국과 세계 질서를 제자리로 돌려놓으리라 기대한다.
아울러 미국 역사상 가장 다양한 내각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 역시 크다. 미국에서 여성이 최초로 입각한 때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프랜시스 퍼킨스를 노동부 장관에 임명한 1933년이었다. 미국 정부의 흑인 장관으로는 1966년 린든 존슨 대통령이 주택도시개발부 장관으로 임명한 로버트 위버가 처음이었고, 최초의 흑인 여성 장관은 1977년 지미 카터 대통령이 발탁한 퍼트리샤 해리스 주택부 장관이었다.
캐나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2017년 그의 공약대로 내각의 절반을 여성으로 채웠지만, 미국에서는 1933년 이래 여성을 장관으로 임명한 대통령은 11명에 불과하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멈췄지만 그동안 여성과 소수 집단의 내각 참여 비율은 꾸준히 늘어왔다. 다만 재무와 국방만큼은 여전히 금녀(禁女) 구역이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이 유리 천장 중 하나가 무너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을 지낸 재닛 옐런이 최초의 여성 재무장관으로 임명됐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장관 임영신은 1948년 초대 상공부 장관으로 입각했다. 대한민국 정부는 처음부터 여성 장관과 함께 시작했다.
내각의 다양성은 왜 중요한가? 민주제를 직접이 아니라 대의로 하려면 사회 여러 계층의 의사를 대변하고 집행해줄 대리인들이 필요하다. 남자는 죽었다 깨어나도 여성의 마음을 모른다. 소외 계층으로 살아보지 않은 ‘금·은수저'가 어찌 그 아픔과 억울함을 제대로 가늠할 수 있으랴? 다양성은 편하고 좋아서 추구하는 덕목이 아니다. 귀찮고 힘들지만 반드시 떠받들어야 할 최고의 사회적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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