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예방 효과 큰데.. 금강·영산강 5개 보 무력화
정부는 18일 금강·영산강의 5개 보(洑) 처리 방안을 발표하면서 “우리 강 자연성 회복의 큰 방향을 정립했다”고 밝혔다. 이날 정부 발표는 전격적으로 나왔다. 4대강 사업은 10년 넘게 우리 사회에서 큰 논란이 됐는데도 사전 예고도, 별도 브리핑도 없이 12쪽 보도자료만 내며 보 해체를 결정했다.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는 이날 ‘금강·영산강 보 처리 방안’을 심의 의결하면서 2017년 6월부터 작년 11월까지 두 강의 보 5곳을 개방하면서 관찰한 결과를 제시했다. 세종보와 공주보 상·하류 구간에서 멸종위기종인 흰수마자와 흰목물떼새 등 야생생물이 관측돼 자연성이 회복됐다는 점을 보 해체의 주요 근거로 들었다. 보 수문을 연 결과 “2019~2020년 여름철 녹조 현상이 크게 줄었다”고도 했다. 그러나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 등 주요 수질 지표가 얼마나 개선됐는지는 정부 보도자료에 들어있지 않았다. 직접적인 수질 개선 효과는 제시하지 않은 것이다.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보 수문을 연 2018년엔 녹조 현상이 오히려 더 심했다”며 “2019~2020년 녹조가 개선된 것은 수문 개방 때문이 아니라 당시 여름철 비가 많이 오고 기온 저하 등 영향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보 개방만으로 녹조를 개선했다는 정부 해석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보 해체 및 상시 개방 결정은 금강·영산강 5개 보의 기능을 완전히 무력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을 하면서 강바닥을 준설하고 10m 안팎 높이의 보를 세웠다. 홍수에 대비하고 보에 물을 가득 담아 가뭄 때 쓰겠다는 취지였다. 세종보와 죽산보 건설에는 각각 1287억원, 1540억원 세금이 들었다. 부분 해체 결정을 한 공주보는 2136억원 건설비가 투입됐다. 이들 보를 허무는 데 816억원 해체비가 또 들어갈 전망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날 발표에서 ‘홍수 방지’ ‘물 확보' 기능 상실에 대해선 언급조차 않았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명예교수는 “이런 문제를 정부가 아예 고려하지 않은 것은 큰 문제”라고 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 사업 본부장을 맡은 심명필 인하대 명예교수는 “4대강 보는 그동안 홍수와 가뭄 예방, 수질 개선 등 여러 효과가 입증됐다”면서 “국가 기반시설을 이렇게 졸속적으로 해체 결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실제로 공주보의 경우 현 정권에서 정부 주도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도 ‘보가 필요하다’(51%)는 의견이 ‘필요 없다’(29%)를 크게 앞섰다. 세종보, 백제보 등 금강 인근 주민들도 보를 해체하면 지하수 수위가 낮아져 농업용수 공급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등 이유로 보 해체를 반대해왔다. 윤병만 명지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는 “강의 자연성 회복에만 초점을 맞춰 강을 관리하는 것은 우리나라 실정에서는 무리”라며 “보에 담긴 물을 이용하는 등 강의 이용 측면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이날 보 해체를 최종 확정했다고 밝히면서도 언제, 어떻게 해체하는지 등은 명시하지 않았다. 환경부는 이와 관련해 “앞으로 지역 주민과 지자체, 시민단체 등이 포함된 협의체에서 해체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현 정권 임기 내에 정부가 보 해체를 밀어붙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윤병만 교수는 “성급한 보 해체는 누구에게도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심명필 명예교수도 “부족하거나 미흡한 점이 있으면 수정, 보완하면 되지 왜 굳이 해체 결정을 하나”라고 했다.
환경단체는 해체 시기를 정하지 않은 정부 결정이 미흡하지만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반면 지역 주민들은 ‘법적 대응' 등을 예고하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죽산보 철거반대 투쟁위원회 측은 “정부가 일부 의견만 받아들여 보의 긍정적인 효과를 왜곡한 결정을 했다”면서 “가처분 신청과 행정 소송 등 가능한 모든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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