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수 칼럼] '기억 속의 안철수'가 달라질까

이기수 논설위원 2021. 1. 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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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기습이었다. 안철수가 세밑에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야권단일후보”로 나서겠다고 했다. 선공을 당한 103석 제1야당은 우왕좌왕했다. 1987년 ‘1노3김’ 대선부터 단일화는 말 꺼낸 쪽이 주도권을 선점했다. 모를 리 없는 정치공력 50년의 김종인이 브레이크를 밟았다. “단일후보? 누가 인정했어?” 그러곤 국민의힘에 들어올지 물었다. 안철수는 입당·합당엔 고개 젓고, “이 정권에 분노한 서울시민이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이 또한 복잡한 말이다. 여론조사를 모든 시민에게 할지 보수야당 지지자만 할지, 적합도·경쟁력 중에 뭘 물을지 수싸움을 예고한다.

이기수 논설위원

애당초 합당은 다섯번 창당(새정치연합-새정치민주연합-국민의당-바른미래당-국민의당)하고, 세번 당을 깬 안철수의 선택지에 없었을 게다. 넉달 전 당명을 바꾼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남는 것은 여론조사다. 국민의힘이 포문을 열었다. “또 안동설(안철수 중심으로 도는 세상)이냐.” 국민의당도 받아쳤다. “또 4류정치냐.” 보수논객들은 벌써 후유증을 걱정한다. 멈출까. 싸움은 이기고 보는 게 정치의 속성이다. 상대 있는 선거에 꽃길은 없다. 숨 고르고 힘 키우며 말은 가시 돋치는 시간이 흐를 것이다.

1년 전 오늘(1월19일)이다. 16개월 전 독일로 떠났던 안철수가 귀국했다. 그는 “1 대 1로 여당과 맞서면 백전백패”라며 보수 통합·연대에 선 긋고, 특유의 극중주의를 견지했다. “반성했다”며 내놓은 그날의 공언은 결국 한 해를 넘지 못했다. 그의 정치는 즉흥적이고 어지럽다. 4·15 총선의 지역구 무공천을 “(국민의힘에) 양보했다”고 말한다. 후보가 없어서 아니었나? 39석 국민의당을 “3김 이후 최대 업적”이라고 자평한다. 한 지붕 두 가족이 싸우다 제3지대를 다 털어먹었다고 혹평받던 시절이다. 같이 일했던 금태섭·장진영·지상욱의 리더십 비평은 아플 것이다. “비선정치” “혼자 결심하고 통보하는 기업 오너식 정치”란 말이 반복된다. 아니라고 손 젓지만, 3년 전 안철수의 서울시장 선거를 돕다 빚까지 진 지인도 그런 울분을 토로한 적이 있다. 소통(청춘콘서트)으로 시작한 그의 정치에도 아집과 불통의 더께가 앉은 것이다.

안철수가 얼마 전 입법된 ‘공정경제 3법’을 직격했다. “기업지배구조 바꾼다고 공정경제가 되느냐”면서…. 그는 10년 전 쓴 <안철수의 생각>에선 순환출자도 지배구조 문제도 단호히 해소하겠다고 했다. 2017년 대선 때 ‘보유세 인상’을 공약한 안철수는 지금 재건축 규제를 풀고 고가주택 기준을 높이겠다고 한다. 해 바뀌고 신고가를 다시 찍는 압구정·잠실 재건축단지엔 ‘혹시나’ 하는 선거 바람이 움트고 있다. 그의 좌표는 완연히 부자 쪽으로, ‘줄푸세’로, 보수 쪽으로 이동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서 있는 곳이 중도라 한다. ‘과거의 안철수’와 ‘서울시장으로 방향 튼 안철수’는 다를까. 새 정치 깃발은 온데간데없고 콘텐츠는 왔다 갔다 한 10년, ‘헌철수와 새철수’ 논쟁을 다시 안철수가 불러냈다.

보수의 내전은 안철수와 김종인의 싸움이기도 하다. 김종인은 대놓고 “안철수는 비호감 1등”이라고 말한다. 한국리서치 신년조사에서 안철수는 정치인 비호감도 1위(63.1%)로 나왔다. 서울의 숫자도 61.9%였다. 수년째 이어진 불명예이자 선거 적신호다. 안철수는 “국민의힘은 2030의 비호감도가 크다”고 받아친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자동응답전화(리얼미터) 조사에서 30%대(1위)에 올라섰지만, 그외 대다수 전화면접 조사에선 낮은 20%대에서 횡보 중이다. 서로의 확장성과 본선 경쟁력에 물음표를 단 것이다. “안철수의 별의 순간이 2011년에 끝났다”는 김종인도, “제1야당을 이끄는 방향이 틀렸다”는 안철수도 비켜설 눈빛이 아니다.

2011년 ‘멘토 김종인’은 안철수에게 총선 출마를 권하다 답이 없자 미련 없이 돌아섰다. 그 후 두 사람은 좌우 정당을 어지러이 오가면서도 한배를 타거나 정치적으로 동행한 적이 없다. 보수 맹주를 노리는 두 사람은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동상이몽(同床異夢)이다. 김종인은 ‘기호 2번’ 후보를, 안철수는 ‘대선 가는 길’을 포기할 수 없다. 밀리면 그다음이 없을 ‘데스매치’가 됐다.

결판은 김종인이 3월 초로 예고했다. 합치든 따로 가든, 서울시장 후보 등록 앞에 맞을 갈림길이다. 국민의힘·여당 주자가 누굴지, 그들과 안철수의 지지율, 단일화 협상, 안철수·김종인의 결단까지 변수가 많다. 코로나19와 부동산 상황도 영향 줄 것이다. 안철수는 완주할까. 김종인·안철수는 악연을 풀까. 마지막에 누가 웃을까. 지금은 모르겠다.

이기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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