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 맛집 공간들

서울문화사 2021. 1. 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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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무는 자리를 정할 때는 뷰가 중요하다는 이들의 창밖 풍경 예찬.


VIEW #01

자연을 벗하는 아파트

결혼 후 아파트에서 아파트로 그동안 몇 번의 이사를 했던가. 우리 가족의 다섯 번째 집이 된 이곳 역시 아파트다. 주택에 대한 로망은 있지만 아직은 이르다는 판단에 아파트지만 주택처럼 자연을 가까이할 수 있는 지금의 집을 찾았다. 높은 언덕에 지어진 아파트 3층이 우리의 새 보금자리다. 창밖으로 정원의 나뭇가지가 보이고 멀리 낮은 산의 능선이 조화를 이루어 커다란 그림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거실의 정면과 측면 모두 통창으로 이루어져 있고 창호에 나무 질감의 필름을 입혀 액자처럼 보이는 탓도 있다. 커튼도 달아야 하는데, 이대로 액자처럼 남기고 싶은 마음이 든다. 거실은 지금처럼 자연과 함께하는 기분으로 누리고 싶다. TV 없이 가구도 최소한만 두고 창밖을 바라보며 요가를 하거나 운동을 하려고 비워두었다. 창밖을 자주 보게 되었다. 바람이 불면 낙엽이 스윽 떨어지기도 하고, 새들이 무리 지어 가는 모습도 보인다. 그럴 땐 신이 나서 식구들을 부르고 “저기 봐봐” 하지만 나만 보고 지나가는 찰나의 순간들. 안 그래도 집순이인데 집에만 있고 싶어 큰일이다. 언커먼하우스 정영은 대표

VIEW #02

나만의 사파리

3년쯤 되었을까? 사무실을 양재동으로 옮기면서 나는 느닷없이, 일종의 ‘풍경 채집가’가 되었다. 거의 매일 같은 자리에서 풍경 사진을 찍고 변화하는 모양을 관찰하는 버릇이 생겼기 때문이다. 기존의 사무실도 나름 멋진 뷰가 있었다. 멋진 가로수와 탄천을 10층에서 내려다보는 전망이었는데 그때의 나는 매우 관조적이었다. 지금의 사무실 뷰는 마치 동물원 사파리 체험과도 같다. 정글 속에 들어가 리얼리티를 느끼는 기분이랄까. 창문에 딱 붙어 있는 나무들은 나와 풍경의 관계를 매우 긴밀하게 만들어버렸다. 이후 많은 것들을 새롭게 깨닫게 되었다. 가을의 햇볕은 매우 깊고 낮다는 것, 자연은 하루도 같지 않으며 변화 속에 존재한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핵심은 변하지 않으며 순환한다는 것 등. 어느새 풍경이 나의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자연을 가까이에서 보고 느끼는 일은 어쩌면 삶을 깨닫게 하는 가장 정확한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가’는 내 삶의 지표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말해준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임태희 소장

VIEW #03

창 너머의 풍요

우리는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어떤 건물 안에서 보낸다. 그 안에서 무언가에 열중하다가 문득 창을 통해 바깥세상이 있음을 깨닫는다. 적절한 빛과 바람을 맞으며 그것들이 한데 섞인 풍경을 바라본다. 창밖의 풍경은 그림이자, 음악이다. 가족의 생활공간이자 건축 사무실을 겸한 집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나는 문득 창밖 풍경을 통해 새로운 에너지를 받는다. 욕실 안을 비추는 아침 해는 발랄하고 활기차게 하루를 시작하라고 말해준다. 마당의 나무 그림자와 함께 거실 깊숙한 곳까지 찾아온 겨울의 해는 마음에 온기를 준다. 수선화를 바라볼 수 있는 차분한 북향의 다실에서는 마음이 깨끗이 비워진다. 침대에 앉아서 보는 창 너머 겨울 정원은 시들어감과 죽음, 탄생에 대해서 생각하게 한다. 내가 스스로 만들어내지 못하는 기운들을 창 너머 자연을 통해 받는다. 창 너머로 받은 기운들이 쌓여 기분이 되고 하루가 된다. 우리의 하루는 창 너머의 자연을 통해 좀 더 풍요로워질 권리가 있다. 플라노건축사사무소 김근혜 건축가

VIEW #04

불꽃을 기다리며

한강 변의 집들은 각자 다른 뷰를 가지고 있다. 강북인지 강남인지, 한강과의 거리가 가까운지, 지대의 높이와 층수에 따라 또 다르다. 우리 집 거실 창밖으론 한강과 여의도, 63빌딩, 강변북로가 보인다. 강물은 차분하게 흐르지만 중앙에 놓인 63빌딩과 한강 변을 따라 바삐 움직이는 차들은 항상 역동적이다. 그래서 답답하지 않고, 다행히 아직 질리지 않는다. 어둠이 드리우는 저녁이면 도로의 가로등과 차들이 주인공이 되어 야경을 만들어준다. 강변북로는 우리에게 야경을 선물하고, 출근길 교통상황을 보여주어 이동 시간을 줄여주는 낭만적이고도 실용적인 존재다. 한강 뷰를 즐기기 위해 좀 더 실용적인 조언을 하자면, 창호가 중요하다는 점이다. 통행량이 많은 도로 옆이라 생각지 못했던 소음이 발생하기도 한다. 우리 집의 경우 인테리어를 하면서 난간을 떼고, 3중 유리로 된 시스템 창을 시공하고, 안쪽엔 폴딩도어까지 추가하며 창가에 공을 많이 들였다. 2년 전 용산구의 한강 뷰 아파트로 이사를 하고, 불꽃축제가 열린 날 양가 부모님을 모시고 집들이를 했었다. 그때가 절정이었다. KBS 오언종 아나운서

VIEW #05

명당에 살다

한자어 ‘집 우(宇)’는 ‘지붕’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다. 집이라고 해서 바깥쪽, 안쪽을 구태여 구분할 필요가 없으며, 비와 바람을 피할 지붕이면 족하다는 말이다. 집은 지붕 아래 자연과 통해야 하며 동시에 집 주변의 자연과 어우러져야 한다. 한옥이 바로 그런 집이다. 강릉의 오죽헌만 봐도 그렇다. 4칸짜리 대청에 2칸짜리 방과 마루가 전부인 작은 한옥인데 창호를 시원하게 열면 자연을 품는다. 한옥은 바깥 풍경을 담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말을 실감한다. 한옥을 직접 지어야겠다는 생각에 전국을 다니던 중 최고의 북한산 뷰를 자랑하는 진관동에 멈춰 섰다. 최고의 명당에 한옥을 짓는데 어찌 북한산 열두 봉우리를 담장으로 막을 수 있겠는가? 창을 많이 내고, 사랑채보다 안채를 더 높이고, 누마루를 더 높이 두었다. 이 때문에 집 안에서의 위치에 따라 경치가 미묘하게 다르다. 북한산 능선을 오롯이 즐기려고 집을 설계했는데 그 능선 위로 떠오르는 월출의 풍경을 덤으로 얻었다. 2층 대청에 보름달이 두둥실 뜬다. 60분은 족히 기절할 수 있는 진풍경이다. 나는 국립공원 북한산을 내 집 마당처럼 누리며 호사를 누린다. 일루와유 달보루 조진근 관장

기획 : 김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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