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등 지키고, 울퉁불퉁 길 피하고.. 로봇 일개미 "점심 배달 왔습니다"

오로라 기자 2021. 1. 18.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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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티즈, 한 달간 시범 서비스
신호를 인식하고 길을 건너는 일개미 로봇./오로라 기자

18일 낮 12시 서울 강서구 마곡동 로보티즈 본사 정문 앞에 이 회사가 개발한 자율주행 음식 배송 로봇 5대가 줄지어 서 있었다. 배달앱으로 식사를 주문한 직장인들이 로봇의 뚜껑을 열어 샌드위치, 한식 도시락 등을 챙겨 사무실로 돌아갔다. 어른 허리 높이(70㎝) 정도의 박스형 몸통에 4개의 바퀴를 단 이 로봇의 이름은 ‘일개미’. ‘일개미'들은 이날 하루 근처 4개 식당에서 총 68인분의 음식을 배송했다. 로보티즈는 이날부터 한 달간 마곡동 본사 반경 1㎞ 안에서 근처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점심 메뉴 무인 배송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여러 배송 로봇이 시험 운영을 시작했지만, 자체 기술로 실제 실외 음식 배달에 나선 것은 로보티즈가 처음이다. 로보티즈는 2019년 12월 국내 로봇 분야 최초로 ‘실외 자율 주행 로봇’ 규제 샌드박스를 통과했다. 마곡에서 시작된 이번 시범 서비스에서 일개미는 국내 스타트업 벤디스가 개발한 모바일 식권 앱 ‘식권대장’과 연동해 앱으로 주문을 받고 배달도 한다.

18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로보티즈 본사 정문 앞에서 한 직원이 음식 배송 로봇 ‘일개미’의 뚜껑을 열어 주문한 음식을 꺼내고 있다. 로보티즈는 이날부터 한 달 동안 마곡동에서 자율 주행 음식 배송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장련성 기자

이날 인도에서 자율주행하는 일개미를 쫓아가며 관찰해봤다. 일개미는 무조건 직진하지 않고 ‘지그재그’ 형태로 주행했다. 울퉁불퉁한 노면을 살피며 최대한 평평한 곳을 찾기 때문이다. 최대 시속 5.4㎞로 주행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시속 2~3㎞로 느릿하게 움직였다. 주행 중 오토바이나 행인이 나타나면 급정거를 했고 횡단보도에서는 파란불이 켜지는 것을 기다렸다가 길을 건넜다. 회사 측은 “신호등 색상을 인식해 주행 여부를 판단한다”고 했다.

음식점 직원이 손님이 주문한 메뉴를 '일개미'에 넣고 있다./오로라 기자

일개미는 뚜껑을 열어보면 50L 크기의 보온 가방이 있어 배달 음식을 따뜻하게 유지해준다. 앞뒤·좌우에 탑재된 카메라와 센서가 행인과 장애물을 감지해 급정거를 하거나 경로를 조절하게 해준다. 최저 영하 20도의 추위나 눈·비 환경에서도 전천후로 배달할 수 있고, 100% 충전하면 최대 8시간 일할 수 있다.

현재 로보티즈는 국내 규제에 따라 일개미 한 대당 안전 보조 인력을 한 명씩 두고 있다. 이들은 로봇이 점포로 이동해 음식을 배송하는 과정 전체를 따라다니지만, 자율주행에 크게 개입하진 않는다. 로보티즈의 목표는 지금의 1:1 전담 체제를 1:10, 1:100으로 늘려 진짜 ‘무인 주행'을 실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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