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세상] 전동킥보드의 위태로운 동행

이종민 2021. 1. 18.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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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0일 동대문구 회기역앞 사거리에 20명이 넘는 취재진이 몰렸다.

도로와 인도 위에는 경찰들이 서 있어 지나는 사람들은 무슨 일인지 의아해하는 표정이었다.

전동킥보드 이용자가 법을 지키며 이용하기 위해서는 도로 가장자리나 자전거 전용도로만을 이용해야 한다.

차량을 피해 인도로 올라온 전동킥보드는 다시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존재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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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0일 동대문구 회기역앞 사거리에 20명이 넘는 취재진이 몰렸다. 도로와 인도 위에는 경찰들이 서 있어 지나는 사람들은 무슨 일인지 의아해하는 표정이었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의 관심 대상은 전동킥보드 이용자였다. 이날부터 시행된 개정 도로교통법에 따라 경찰은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밝혔고, 취재진은 그 모습을 담기 위해 동행한 것이다. 이날 경찰의 계도나 단속 대상이 된 10여명의 이용자는 하나같이 억울하다는 듯한 반응이었다.

경찰이 법 시행에 맞춰 단속 강화에 나선 것은 역설적으로 관련 제도에 구멍이 생겼기 때문이다. 개정 시행된 도로교통법은 전동킥보드를 비롯한 개인형 이동장치(PM·Personal Mobility)를 기존 오토바이 수준으로 규제하던 것에서 자전거 수준으로 대폭 완화했다. 이로 인해 만 13세 이상이면 면허가 없어도 전동킥보드를 탈 수 있게 됐다. 헬멧 미착용 시 부과하던 2만원의 범칙금도 사라졌다.
이종민 사회부 기자
이런 법이 나올 수 있었던 데에는 국회가 안전 문제를 소홀히 여겼던 탓이 크다. 당시 법안이 발의되고 국회에 통과되기까지의 논의 과정을 보면 국회는 전동킥보드라는 신산업을 육성한다는 명목하에 관련 규제를 완화했다. 대략 전기자전거와 유사하니 전동킥보드에 대한 규제도 그에 맞춰 바꾸자는 것이었다. 전동킥보드가 전기자전거에 비해 바퀴가 작고, 무게 중심은 높아 사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사실은 고려하지 않았다. 실제 전동킥보드 이용자가 가해자 또는 피해자가 되는 사고도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안전사고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졌고, 국회는 부랴부랴 규제를 되돌려 놓았다.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재개정안은 다시 원동기 이상의 면허를 가진 사람만 전동킥보드를 탈 수 있게 해 놨다. 다만 해당 내용은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4월부터 적용된다. 이 공백 기간을 메꾸기 위해 정부가 대안으로 내놓은 것이 경찰의 단속 강화였다.

하지만 규제와 단속만으로 전동킥보드와 보행자, 전동킥보드와 차량의 ‘안전한 동행’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전동킥보드 이용자가 법을 지키며 이용하기 위해서는 도로 가장자리나 자전거 전용도로만을 이용해야 한다. 현실적으론 자전거 전용도로 구축이 열악한 국내 도로 사정상 이용자는 많은 순간 도로 위에서 차량과 위태로운 ‘동행’을 해야 한다.

이를 두고 한 자동차학과의 교수는 “PM 이용자들은 살기 위해서 (불법임을 알고도) 인도로 올라왔던 것”이라며 “규제가 이용자를 위험한 도로로 내몰기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차량을 피해 인도로 올라온 전동킥보드는 다시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존재가 된 것이다. 결국 전동킥보드가 인도로 올라오지 않고도 안전하게 탈 수 있는 인프라, 도로 정비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3개월 뒤 재개정된 도로교통법이 시행되는 날, 경찰과 취재진은 또다시 어느 도로 위에서 만나게 될 것이다. 경찰은 강화한 법에 따라 전동킥보드 운전자에 대한 단속과 계도를 강화할 테고, 법을 만들었던 국회는 여론의 요구대로 안전 조치를 강화했다며 팔짱 끼고 있을 모습이 그려진다. 이대로라면 전동킥보드 이용자의 안전과 ‘신산업 육성’ 어느 것도 보장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종민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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