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산의마음을여는시] 오지 않은 사람

남상훈 2021. 1. 18.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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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안 가득 꽃이 피었다.

오지 않은 사람 꽃이 피었다.

오지 않은 사람은 울타리 밖의 텃밭 오지 않은 사람은 내가 마신 커피 향   마루 가득 오지 않은 사람들   추울 때 피는 꽃이 진짜 봄꽃이다.

한겨울 초저녁, 아직 오지 않은 사람의 눈동자에 꽃을 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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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외
방안 가득 꽃이 피었다.
오지 않은 사람 꽃이 피었다.
오지 않은 사람이
탁자 곁에 머물러있다.
오지 않은 불빛이 흐른다.
오지 않은 사람의 눈빛을 바라본다
오지 않은 사람의 손톱을 깎는다.
오지 않은 사람의 밥상을 차린다.
오지 않은 사람과 소풍을 간다.
오지 않은 사람과 싸운다.
오지 않은 사람과의 약속 때문에 운다.
오지 않은 사람을 위해 춤을 춘다.
오지 않은 사람의 눈은 붉다.
오지 않은 사람은 울타리 밖의 텃밭
오지 않은 사람은 내가 마신 커피 향
 
마루 가득 오지 않은 사람들
 
추울 때 피는 꽃이 진짜 봄꽃이다.
우리는 늘 오지 않은 사랑을 꿈꿉니다.

오지 않은 그 사랑을 위해 손톱을 깎고 밥상도 차립니다.

커피를 마시면서도

울타리 밖의 텃밭을 보면서도

한겨울 펑펑 내리는 창밖을 보면서도

오지 않은 사랑을 생각합니다.

그 사람이 온다면 함께 소풍도 가고

일부러 어깃장을 부려 싸움도 해보고

아스라한 황혼도 함께 바라보고 싶습니다.

한겨울 초저녁, 아직 오지 않은 사람의 눈동자에 꽃을 심습니다.

아직 오지 않은 사람의 눈빛이 탁자 곁에 머물러있습니다.

불빛은 흐르고 방안을 지나 마루까지 그 사람의 향이 가득 번집니다.

이 추운 겨울에 온 사람, 그 사랑이 봄꽃으로 활짝 피었습니다.

박미산 시인, 그림=원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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