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수의이책만은꼭] 재난 불평등, 한국사회를 덮치다

남상훈 2021. 1. 18.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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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 한 해의 살림살이 대차대조표가 나왔다.

재해는 "재산을 가난한 사람으로부터 부유한 사람에게로 이전하는" 약탈효과를 일으켰다.

강자들은 공권력을 통해서 피해를 줄이는 한편, 재난 속에서 기막힌 돈벌이 기회를 찾아냈다.

"재난 피해를 키우느냐 줄이느냐, 그것은 온전히 사람의 손에,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달려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 한국사회의 불평등을 늘리지 않도록, 시민들 모두가 행동을 요구받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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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이들에게만 더욱 가혹한 재난
피해 키우느냐, 줄이느냐는 사람 손에 달려
코로나 팬데믹 한 해의 살림살이 대차대조표가 나왔다. 통계청 ‘연간 고용동향’ 자료를 보면, 2020년 12월 취업자는 2652만6000명으로, 2019년 12월 대비 62만8000명이나 줄어들었다. 도·소매, 숙박 및 음식점, 교육서비스 같은 대면 서비스 업종 중심으로 자영업자들 충격이 무척 컸다. 직원 없이 버티는 자영업자가 9만명이나 늘어났다.

모두 나빴던 것은 아니다. 약간의 불편 말고는 재난에 별 영향을 받지 않거나, 부를 증식한 사람도 많았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가게들은 줄줄이 문 닫았으나, 고통에 동참하는 ‘착한 건물주’는 거의 없었다. 문화예술 등 ‘비생산 부문’이 거리두기로 인한 고통을 뒤집어쓰는 와중에 ‘핵심 생산 부문’은 일분일초도 거리두기를 하지 않은 채 사업을 이어갔다. 약자가 희생해서 방역을 이룩하고 강자의 소득을 보전해 준 셈이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일자리 잃고 먹고살기 힘든 시민이 많아졌는데, 거꾸로 국가 소득세수는 늘었다. 특히, ‘동학개미’ 열풍과 ‘영끌 부동산’의 영향으로 자산소득세가 폭증했다. 2020년 11월 말 기준으로 전년에 비해 양도소득세는 46.4%, 종합부동산세는 47.4%, 증권거래세는 91.6% 늘었다. 약자들은 거지가 되었는데, 강자들은 배를 두드리는 중이다.

‘재난 불평등’(동녘)에서 존 C 머터 컬럼비아대학 교수는 “재난은 왜 가난한 이들에게만 가혹할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자연재해는 모두에게 똑같이 다가온다. 자연은 지위, 신분, 재산, 성별 등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다. 그러나 재해가 피해로 나타날 때 심각한 격차가 생겨난다. 지구물리학적으로 같은 규모의 지진이나 태풍이 덮쳤을 때, 부자 나라 사망자 숫자는 가난한 나라의 30%밖에 되지 않는다. 같은 나라 안에서 약자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지는 반면 강자의 피해는 최소화된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해 뉴올리언스시의 80%가 침수되고 가옥 10만 채가 파손됐다. 미 정부의 대응은 늦었고, 언론은 이 지역을 파괴가 넘쳐나는 지옥으로 몰아갔다. 그러나 문제는 피난조차 갈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한 유색인종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폭력은 백인자경단과 경찰이 행사했다. 권력은 재해를 당한 약자들을 지원하면서 이들의 일상을 유지하는 데 집중하기보다 이들을 격리하고 통제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 때문에 지원이 끊긴 상태에서 약자들은 먹을 것이 쌓인 슈퍼마켓을 옆에 두고 죽음에 내몰렸다.

재난 이후에도 약자들 피해가 더 컸다. 정부가 피해 지역을 고급하게 재개발하면서, 이들은 살던 동네를 부자들한테 넘겨주고 쫓겨날 수밖에 없었다. 아이티에서도, 미얀마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재해는 “재산을 가난한 사람으로부터 부유한 사람에게로 이전하는” 약탈효과를 일으켰다. 강자들은 공권력을 통해서 피해를 줄이는 한편, 재난 속에서 기막힌 돈벌이 기회를 찾아냈다. 재난이 일어나면 늘 “부자가 이기고 가난한 사람이 진다.” 슬프고 화나는 일이다.

재해는 평등하나, 피해는 불평등하고, 복구 과정은 더 불평등하다. 저자는 말한다. “재난 피해를 키우느냐 줄이느냐, 그것은 온전히 사람의 손에,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달려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 한국사회의 불평등을 늘리지 않도록, 시민들 모두가 행동을 요구받는 중이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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