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란했던 국내 코로나 백신·치료제, 주가만 올리고 결과 맹탕이네

유지한 기자 2021. 1. 18.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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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나도 뛰어든 개발, 선진국서 결과 나오니 '우수수'

방송 장비 전문 업체 A사는 지난해 6월 “코로나 치료제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두 달 뒤 코로나 치료제 개발 자회사도 설립했다. A사는 코로나 치료제를 간편하게 먹는 알약으로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발표가 날 때마다 A사 주가는 폭등했다. 1년 전 9000원 안팎이던 주가는 한때 2만원 가까이 치솟았다. 하지만 주가는 현재 다시 1만원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의료계에서는 이 회사의 코로나 치료제 개발 계획이 현실성이 없다고 본다.

지난해 코로나 사태가 본격화되며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치료제⋅백신 개발에 앞다퉈 뛰어들었다. A사처럼 전혀 상관없는 분야 회사까지 가세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렇다 할 결과를 내놓은 곳은 없다. 그 사이 관련 회사들의 주가만 롤러코스터를 탔다. 제약 업계 관계자는 “주가로 재미를 본 회사는 많지만, 국산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를 진짜로 만들 만한 회사는 거의 없다”면서 “화이자·아스트라제네카 등 글로벌 제약사들의 백신이 이미 보급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올해가 지나면 대부분 회사가 소리 소문 없이 연구·개발을 접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코로나 발표 때마다 주가는 수직 상승

바이오의약품 회사인 셀트리온은 코로나 치료제 개발에서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 회사이다. 서정진 회장이 여러 차례 온라인 간담회를 열어 개발 계획과 진행 상황을 발표했고, 정세균 총리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여당 인사들이 회사 연구소를 방문했다. 그 사이 셀트리온 주가는 폭등했다. 지난해 초 17만~18만원대였던 셀트리온 주가는 관련 발표가 있을 때마다 수직 상승해 지난해 12월 최고 40만3500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지난 13일 임상 2상 결과가 발표되자 반대로 주가는 폭락했다. 셀트리온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해외 치료제보다 효과가 뛰어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발표 후 18일까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등 3사의 시가총액은 15조8895억원이나 증발했다. 의료계에서는 “임상 결과가 일부만 공개돼 발표된 수치도 검증이 필요하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앞서 코로나 치료제 개발을 진행하며 1년 새 두배나 주가가 올랐던 대웅제약도 지난해 12월 임상 2상 결과를 발표하면서 주가가 폭락했다. 임상 시험에서 효과가 있다는 유의미한 수치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른바 ‘K백신’ 대표 주자로 꼽은 바이오회사 제넥신과 진원생명과학도 성과가 지지부진하다. 제넥신은 개발하던 백신이 효과적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자 지난해 12월 다른 물질로 변경해 임상을 하기로 했다. 작년 말 임상 결과를 내놓겠다는 계획은 올해 하반기로 연기됐다. 그 사이 19만원까지 올랐던 제넥신 주가는 10만원으로 반 토막 났다. 진원생명과학도 작년 12월에야 임상 시험 승인을 받았다. 진원생명과학은 2015년 메르스 때도 백신을 개발하겠다며 주가를 끌어올렸지만, 임상 2상에서 연구를 중단한 바 있다.

◇중소 제약사들 임상 모집 난항

중소 제약사들의 경우 임상 시험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식약처가 승인한 제약사들의 코로나 관련 임상 시험 환자 모집 목표는 총 5326명(36건)이지만, 모집 완료된 환자는 650명(8건)으로 12%에 불과하다. 치료제를 개발 중인 부광약품과 신풍제약은 각각 지난해 4월과 5월 식약처로부터 임상 승인을 받았지만 아직도 인원을 모으지 못했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국산 코로나 치료제·백신 개발이 애초부터 과대포장됐다고 지적한다. 우선 국내 제약사들은 신약 개발 경험이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는 확진자가 많지 않은 데다 대부분 경증 환자여서 임상 시험 자체가 어렵기도 하다. 정부가 ‘코로나 극복’을 외치면서 지원에는 소극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우리 정부가 코로나 치료제·백신 개발에 지원하겠다고 밝힌 예산은 1936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 화이자 한 곳이 1년에 연구·개발비로 쓰는 돈만 10조원이다. 서동철 중앙대 약대 교수는 “국내 제약사들이 글로벌 제약사보다 우수한 치료제·백신을 개발한다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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