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대신 염화칼슘 수북한데.. 기상청 꿋꿋이 "대설주의보" 오보 문자

선정민 기자 2021. 1. 18.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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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불만 폭발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 주변 인도에 염화칼슘이 뿌려져 있다. 기상청은 이날 오전 중부 지방을 중심으로 최대 10㎝ 폭설이 내려 출근길 혼잡이 우려된다고 예보했지만, 실제 서울에는 1㎝ 안팎의 눈이 내렸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큰 눈이 내린 것도 아닌데 제설제를 너무 많이 살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연합뉴스

18일 ‘수도권 출근길 대설(大雪)’ 예보가 빗나가면서 시민들이 큰 혼란을 겪었다. 기상청은 전날 서울 등 수도권에 평균 2~7㎝ 눈이 올 것이라면서 출근길 혼잡을 예고했다. 하지만 그 이후 서울에 쌓인 눈은 1㎝(종로 관측소 기준)에 그쳤다. 기상청이 예고한 눈구름은 충청·전라 등 다른 지역으로 대부분 빠져나갔다.

직장인들은 허탈해했다. 서울 광진구에서 서초구로 출근하는 강모(25)씨는 “폭설이 온다길래 차를 두고 평소보다 1시간 일찍 나와 지하철을 탔는데 눈이 거의 안 와서 황당했다”고 말했다. 눈길을 피해 자동차 출근족들이 대거 대중교통으로 몰리면서 출근 시간대 도로는 오히려 한산했다. 강남역까지 차를 몰고 출근한 금융사 직원 서모(34)씨는 “길이 전혀 막히지 않아 평소보다 빨리 회사에 도착했다”고 했다. 이날 소셜미디어엔 “폭설 예보 때문에 연차까지 썼는데 아깝다” “9시까지 출근인데 새벽 5시에 나왔더니 30분 만에 회사에 도착해 버렸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지난 폭설 때 ‘제설 작전'에 실패해 비난을 샀던 서울시도 눈 예보가 내려지자 부랴부랴 전날 밤부터 도로와 인도 곳곳에 제설제를 마구 뿌렸다. 18일 오전까지 주요 지역에 9000여명과 제설 장비 1000여대를 배치하고 염화칼슘 2000여t을 살포했다. 하지만 눈이 거의 오지 않아 일부 인도 등은 염화칼슘 천지가 됐다. 환경미화원 정모(71)씨는 “눈을 치우는 게 아니라 제설제를 치워야 할 지경”이라고 했다. “제설제를 너무 많이 뿌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자 서울시는 “새벽에 위험한 도로 위주로 뿌렸다”고 설명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도 지난 17일 오후 8시부터 비상 단계를 2단계로 올리고 각 지방자치단체와 민간에 대중교통 배차를 늘리고 출근 시간을 조정해달라고 요청했지만 헛심만 쓴 셈이 됐다.

앞서 기상청은 17일 오전 “경기 동부와 강원, 충북 등지에 이틀간 5~10㎝ 눈이 올 것”이라면서“수도권과 충남, 전북 내륙 등지에는 2~7㎝가 쌓일 것”이라고 대설을 예보했다. 24시간 쌓인 신(新)적설이 5㎝ 이상일 때 내리는 대설주의보도 서울⋅경기⋅인천 곳곳에 발령했다. 그런데 18일까지 서울은 1.0㎝, 인천 0.8㎝ 등 실제 내린 눈이 거의 1㎝를 넘지 않았다. 경기에서도 대부분 2~3㎝ 정도에 그쳤다. 수도권 폭설 예보가 완전히 빗나간 것이다. 기상청은 17일 오후 9시 20분 서울 동남권에 대설주의보를 내린 데 이어, 18일 오전 9시 40분 서울 전역으로 대설주의보를 확대했는데 폭설로 예고한 출근 시간대가 이미 지나간 뒤에도 ‘뒷북 오보'를 거듭했다.

그러자 기상청은 이날 오후 1시 30분에야 예상 적설량을 “서울과 경기 서부는 1㎝ 내외, 경기 동부는 1~3㎝”로 수정했다. 만 하루가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예보를 뒤집은 것이다. 기상청은 이번 예보 혼선에 대해 “한반도 북쪽 저기압의 남하 속도가 예상보다 느려졌다”고 해명했다. 당초 기상청은 저기압이 18일 오전쯤 황해도 부근에 위치,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면서 서해안의 눈구름을 수도권으로 끌어당길 것으로 예측했는데, 기류 변화가 생각보다 늦게 진행됐고 강도도 약해졌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당초 이번 적설은 지역에 따라 크게 다를 수 있다고 예보했다”고 변명했다.

기상청 예측이 빗나가면서 관련 기관들도 실책을 연발했다. 경기 구리시는 17일 오후 9시쯤 ‘코로나19로 답답하신데 밖으로 눈 쓸러 나오세요. 눈사람 만들기 등 함께해요’라는 재난 문자를 보내고 ‘눈 치우고 눈사람 만들기’ 인증샷 이벤트도 진행했다가 “재난 문자로 장난 치냐”는 일부 시민들 항의를 받았다. 결과적으로 구리에는 1.2㎝ 정도 눈이 오는 데 그쳐 구리시는 이중으로 망신을 당했다. 17일 밤과 18일 새벽까지 수도권 지자체를 중심으로 ‘대설에 주의하라’는 안전 문자메시지가 집중적으로 발송되면서 시민들이 혼란을 겪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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