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캠프의 효과 [이용균의 베이스볼 라운지]

이용균 기자 2021. 1. 18.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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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스프링캠프가 시작된 것은 메이저리그 초창기인 1910년대 초반이었다. 시즌 개막 전 따뜻한 곳에 모여 몸을 만드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메이저리그 선수뿐 아니라 마이너리그 선수들도 함께 모여 훈련을 했다. 준비와 경쟁, 목표가 한데 어우러진 공간이다.

브랜치 리키 단장은 다저스 단장 시절이던 1948년 플로리다의 베로비치에 있던 해군 비행단 기지 자리를 빌려 스프링캠프 시설을 만들고 ‘다저 타운’이라 이름붙였다. 빅리그 선수뿐만 아니라 산하 마이너리그 포함 600명 넘는 선수들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훈련 시설이었다. 그저 훈련 효율을 높이기 위한 수단에 머물지 않았다. 리키 단장은 직전 해인 1947년 빅리그에 데뷔한 ‘특별한 선수’ 한 명을 보호할 필요가 있었다. 직전 해 스프링캠프 때, 플로리다의 잭슨빌과 델란드시는 ‘특별한 선수’를 이유로 다저스 구단을 출입금지시켰다.

미국 남부 지역인 플로리다는 그때까지도 ‘인종차별’이 심했다. 밀워키 구단주 빌 비크가 플로리다 스프링캠프지에서 ‘흑인 전용 좌석’에 앉아 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경찰에 제지된 게 1947년이었다. 비크는 화가 나서 아예 스프링캠프지를 애리조나 피닉스 인근으로 옮겼다. 캑터스 리그의 시작이었다.

다저스 입장에서는 인종차별을 피해 일반 주민들로부터 어느 정도 떨어져 있는 시설이 필요했고, 군 기지가 딱이었다. 재키 로빈슨은 다저 타운 첫 시범경기부터 홈런을 때렸다. 다저 타운은 다저스의 피가 흐르는 모든 이들의 ‘성지’가 됐다.

KBO리그의 스프링캠프는 자주 바뀌었다. ‘다저 타운’처럼 성지가 되기 어렵다. 그나마 삼성이 장기 사용했던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 캠프가 비슷한 역할을 했다. 코로나19 때문에 2021시즌 스프링캠프는 모조리 국내에서 치러야 한다. 2군이 사용하던 실내 구장과 남쪽 지역의 따뜻한 구장이 활용된다. KIA는 챔피언스필드 외야 불펜에 지붕을 덮었다. 우승팀 NC는 창원 NC파크와 바로 옆 마산구장을 모두 1군이 쓴다. 2군은 통영에 최근 새로 단장한 산양스포츠파크에서 새 시즌을 준비한다.

KT는 일찌감치 기장 현대차 드림 볼파크를 쓰기로 했다. 1차 캠프를 마친 뒤 울산 문수구장으로 옮겨 실전 위주의 2차 캠프를 치른다. 두산도 KT가 쓰기 전까지 울산 문수구장을 이용하기로 했다. 한화는 거제도에 자리를 잡았고, SK는 제주도에 캠프를 차린다.

국내 캠프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기대효과가 적지 않다. 우선 구단별 약 5억원의 비용이 절감된다. 10개 구단이면 50억원이다. 첨단 훈련 시설을 보다 효과적으로 쓸 수 있다. 롯데는 상동과 사직에 웨이트 트레이닝과 피칭 디자인을 위한 첨단 시설을 갖췄다. 해외 캠프를 가면 쓸 수 없는 장치들이다. 성민규 단장은 “먹는 것도 해외 캠프보다 훨씬 잘 먹을 수 있다”며 “국내 캠프가 오히려 훈련 효율이 더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만든 장벽이 오히려 변화의 방아쇠가 될 수 있다. 한 구단 단장은 “국내 캠프 효과를 꼼꼼히 따진 뒤 코로나19 이후 국내 캠프 지속 여부를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팬들이 찾을 수 있다면 지자체의 적극적 유치 경쟁도 기대된다. 어느 곳엔가 한국식 ‘다저 타운’이 생길 수도 있다. 팬들과 가까워지는 것만큼 야구에 도움이 되는 일은 없다. 지금 KBO리그는 새로운 ‘캠프의 맛’을 찾고 있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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