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하는 미국 국채 금리..'빚투' 개미들에 경고음 커진다 [코스피3000, 개미의 시험대 (2)]

정원식 기자 2021. 1. 18.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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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경향신문]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18일 코스피 종가인 3013.93이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71.97포인트(2.33%) 하락하며 거래를 마쳤다. 연합뉴스
10년물 금리, 7일 새 0.22%P 급등
기대인플레이션도 2.10%까지 올라
인플레이션 압력 커졌다는 신호

코스피지수가 3000포인트를 넘는 변동성을 보이면서 외부변수에 주식시장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미국 시장금리가 상승할 경우 ‘빚투’(빚내서 투자)에 나선 개인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시장에서는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지난해 3월 이래 연 1.0%를 밑돌던 10년물 금리는 지난 6일 연 1.04%를 기록하더니 11일에는 연 1.15%까지 올랐다. 시중금리와 글로벌 장기 시장금리 지표로 간주되는 이 금리가 불과 일주일 만에 0.22%포인트나 급등한 것이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와 물가연동채(TIPS)의 금리차를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BEI)도 지난 4일 2.01%를 기록하며 2018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2%대를 넘어서더니 15일에는 2.10%까지 빠르게 오름세를 나타냈다.

이처럼 국채 금리가 상승하는 것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졌다는 신호로 분석할 수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자가 1조9000억달러 규모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추진하는 데다, 코로나 백신 접종으로 올해 경기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것이 국채 금리 상승 배경으로 꼽힌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호조가 넘쳐나나 리스크 요인 역시 수면 아래에서 부상하고 있다”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증대될 경우 시장금리 상승과 함께 조기 통화정책 정상화 등을 초래할 수 있고 이에 대한 시장의 경계감이 점진적으로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저금리 기조 속에서 채권 금리가 높아지면 투자자들이 증시에서 차익 실현 매도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부양책·백신 보급 기대감
미 연준, 조기 통화정책 정상화 땐
외국인 자금 이탈 코스피에 악재
개인들 이자부담 커져 피해 우려

향후 방향타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쥐고 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 압력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고 판단해 국채 매입을 줄이고(테이퍼링)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전 세계 금융시장이 영향을 받는다. 한국의 경우 미국 시장금리가 오르면 원화값이 하락하면서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 게다가 미 기준금리에 발맞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빚투’ 개인투자자들의 이자부담이 커진다. 국내 증권사가 주식을 사려는 고객에게 빌려준 신용융자 잔액은 지난 15일 기준 21조2962억원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1년 전 9조원대의 두 배가 넘는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1.2~1.5%선까지 오를 경우 위험신호로 봐야 한다고 경고한다. 이은택 KB증권 주식전략팀장은 “기술적으로는 1.2~1.5%를 추세적으로 상향 돌파하면 국내 증시에 부담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금리가 상승하면 안전자산인 채권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위험자산인 주식에 대한 투자를 줄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예로 2018년 4월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약 한 달 새 2.739%에서 2.998%로 0.259%포인트 급등하면서 한국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들의 순매도 물량이 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바 있다.

미국 연준은 일단 올해 안에는 물가상승률이 2%를 넘더라도 기준금리를 올리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14일 온라인 콘퍼런스에서 “금리를 올릴 때가 오면 틀림없이 그렇게 하겠지만, 그 시기가 아주 가까운 것은 아니다”라면서 금리 인상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또 다른 교훈은 너무 빨리 출구를 모색하지 않고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는 앞서 2013년 5월 금융위기 이후 연준이 양적 완화 정책을 펼치던 상황에서 당시 벤 버냉키 의장이 “자산 매입 속도를 줄일 수 있다”고 발언한 후 미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신흥국 주가와 통화가치가 급락했던 경험을 의식한 것이다.

그럼에도 시장의 불안은 지속되고 있다. 파월 의장 발언 당일 미 국채 금리는 전날 1.10%에서 1.15%로 오히려 올랐다. 경제전문매체 블룸버그는 파월의 발언이 금리 인상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더욱 금리를 우려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는 말 때문에 코끼리 이외의 것에 대해 생각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시장의 눈은 오는 26~27일에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쏠려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과 함께 코로나19 백신 보급이 1월 FOMC 회의에서 미 연준의 경기 전망을 상향시킬 수 있을지가 시중금리의 추가 상승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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