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원전 삼중수소 논란.."공포 과도" 반박에 "관리 부재" 재반박

이정호 기자 2021. 1. 18. 21:1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탈원전 지지자들이 18일 경북 경주 월성원자력본부 앞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방문에 맞춰 삼중수소 검출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자력학회 등 기자간담회
“누설, 정상적 관리 과정 일부”

월성 원자력발전소에서 누출됐다는 논란이 일고 있는 방사성물질 ‘삼중수소’에 대해 국내 일부 원자력 전문가들이 “과도한 공포를 가져선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러자 삼중수소가 원전 내부에서 누설된 것을 예측하지 못한 것 자체가 문제란 반박이 나왔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민간조사단을 구성해 월성 원전을 다루기로 한 것에 대해선 “책임 회피”라는 비판이 양측 모두에서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국내 대표적 원자력 학술단체인 한국원자력학회와 대한방사선방어학회는 18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월성 원전 삼중수소 논란과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정용훈 카이스트(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사용후핵연료 저장조에 담긴 물 가운데 일부가 확산과 누설을 통해 아래로 수집돼 배출되는 것은 정상적 관리 과정”이라며 “문제가 되는 건 과다한 누설을 잡지 못할 때”라고 말했다. 지난해 6월 한국수력원자력이 발간한 ‘월성 원전 부지 내 지하수 삼중수소 관리현황 및 조치계획’을 보면 한수원은 2019년 4월 원전 내부 바닥의 배수관로에 ℓ당 71만3000베크렐(㏃)의 고인 물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정 교수는 이를 정상적인 관리 과정의 일부라고 본 것이다.

경북 경주 월성원자력본부 앞에서 18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삼중수소 검출 점검을 위해 월성원전을 방문하려 하자 일부 주민들이 막아서고 있다. 연합뉴스
과학계·시민단체 즉각 반박
“삼중수소 위험성 가볍게 봐”
민간조사엔 양측 “책임 회피”

삼중수소는 몸에서 장기간 축적되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왔다. 강건욱 서울대병원 핵의학과 교수는 “삼중수소는 몸속에 들어와도 10일이면 밖으로 배출된다”며 “일각에선 몸속에 오래 남는 ‘유기결합삼중수소(OBT)’로 변하는 현상을 우려하지만 그래도 40일에서 1년이면 빠져나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과학계와 시민단체에선 즉각 반박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병섭 한국원자력안전방재연구소 이사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삼중수소가 섞인 물이 누설된 상황을 ‘정상’이라고 부르려면 사전에 그런 상황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며 “갑자기 71만3000㏃의 고인 물이 나왔는데 이를 정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주행이 가능하다고 해서 예기치 못하게 윤활유가 새고 있는 자동차를 정상이라고 부르지 않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한 이사는 “이렇게 고농도로 농축될 동안 한수원이 뭘 했는지도 의문”이라며 “관리의 명확한 부재”라고 지적했다. 몸속 유전자 깊숙이 들어가는 ‘유기결합삼중수소’의 위험성을 상대적으로 가볍게 보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온다. 과학계에선 “인간을 상대로 장기간에 걸쳐 삼중수소의 위험성을 평가한 연구 결과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17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월성 원전 논란의 규명을 민간조사단에 맡기겠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선 삼중수소 누출과 관련한 입장차를 떠나 “책임을 회피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 때문에 조사가 끝난 뒤 분석의 신뢰성과 공신력을 두고 양측에서 모두 논란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김익중 전 동국대 의대 교수(전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는 “조사단에 외부 전문가들이 들어가 감시할 수는 있어도 원안위가 완전히 빠지는 건 책임을 외주화하는 것”이라며 “면피용 대책을 세워선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민간조사단 구성은 입맛에 맞는 전문가들을 선정하고 원안위는 뒤로 빠지겠다는 의도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는 “원안위가 끝까지 책임 있는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며 “민간조사단에 책임을 넘기는 것은 원안위 존재 가치를 던져 버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