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재용 2년6개월 징역형, 정경유착의 고리 끊는 계기 되길

2021. 1. 18.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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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고법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나 불구속으로 재판을 받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다시 수감됐다. 서울고법 형사합의1부(재판장 정준영)는 18일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 등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이미 대법원이 2심의 무죄 판단 부분을 유죄로 바로잡은 만큼 파기환송심의 실형 선고는 예상됐다. 이 부회장은 권력과 자본의 부도덕한 유착으로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야기하고, 거액의 회삿돈을 빼돌리는 등 재벌의 악습을 극복하지 못했다. 재벌 총수라도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이 부회장은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에게 그룹 경영권 승계 작업에 도움을 받는 대가로 최서원씨(개명 전 최순실) 딸 정유라씨에게 승마 훈련 비용을 대준 혐의(뇌물공여) 등으로 2017년 2월 구속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승마 지원금 72억원 등 총 89억원을 유죄로 인정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승마 지원금 72억원 중 용역대금 명목의 36억원만 뇌물로 인정하고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2019년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심이 무죄로 판단한 말 세 필 구입대금 34억원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 16억원 등 총 50억원 뇌물을 추가로 인정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이 주요 사안에 유무죄 판단을 내렸기 때문에 이날 파기환송심 선고의 관심은 양형이었다. 재판부는 감형 조건으로 참작하려 했던 삼성의 준법감시위원회에 대해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준법감시위는 위법행위를 적발하지 못해도 책임을 지지 않는 등 알맹이가 빠져 있고, ‘위법행위 관여자는 주요 보직에서 배제한다’는 준법감시위 평가 기준을 고려하면 이 부회장은 즉시 자리에서 물러났어야 맞기 때문이다. 삼성은 과거에도 준법지원인 등의 제도를 운영했지만 이 부회장의 범행을 막지 못했다.

이 부회장이 저지른 86억원의 뇌물 및 횡령은 최대 무기징역에 처해질 수 있는 중범죄지만 재판부는 1심의 절반인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 선처한 결과다. 재판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보여준 반성과 참회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최후 진술에서 “준법을 넘어 최고 수준의 투명성과 도덕성을 갖춘 회사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의 다짐이 꼭 실천으로 이어져 정권유착의 고리를 끊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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