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발길에 한숨 돌린 카페..PC방은 9시 이후 '점등 시위'

유희곤·최민지·박채영·강현석·백경열 기자 2021. 1. 18.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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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두기 조정안 시행 첫날..자영업자들 "더 완화해야"
노래방 업주들 "식당 문 닫아야 오는 곳인데 손님 오겠나"
화난 유흥업소 업주들 "21일 영업제한 항의 집회 열겠다"

[경향신문]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 완화로 카페와 찻집 등의 업장 내 취식이 가능해진 18일 서울의 한 찻집에서 손님들이 음료를 마시고 있다. 김영민 기자

“매장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으니까 너무 좋네요.” “여전히 폐업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정부의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 조정 첫날인 18일 자영업자들 목소리에는 기쁨보다 절망이 더 섞여 있었다. 이날부터 카페 내 취식이 가능해지고 헬스장 운영도 재개됐지만 대부분 업주들은 방역조치는 더 완화하고 정부 지원금은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0시쯤 서울 상도동의 한 소규모 개인 카페에 중년 여성 4명이 들어왔다. 이들은 “거의 두 달 만에 왔다”며 점주인 이미경씨(60)에게 “잘 지내셨어요?”라고 인사했다. 이씨는 쿠키를 서비스로 내놨다. 이씨는 “그동안 하루 5~6잔밖에 못 팔아 임차료는커녕 재료비도 건지지 못했는데 다시 활기가 도니까 너무 좋다”고 말했다. 그는 한 시간 이상 머물면 안 된다는 정부 방침에 대해 “현실적이지 않고 식당과 비교하면 형평성도 없다”고 했다. 일부 커피전문점에서는 한동안 볼 수 없었던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동시간대 교습 인원이 9명으로 제한됐던 학원의 경우 이날부터 8㎡당 1명으로 교습 가능 인원이 조정됐다. 경기 고양시 일산의 한 영어학원 강사 A씨(32)는 “원장이 수업 중 절대 마스크를 벗지 말고 물을 마시더라도 교실 밖으로 나가서 마시라고 했다”고 말했다.

헬스장 업주들 사이에선 조정 내용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 서울 마포구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는 B씨(50)는 “헬스장은 1~3월이 대목인데 여전히 집단운동(GX)은 안 되고 오후 9시면 문을 닫아야 하니 신규 회원 모집이 어렵다”고 말했다. 김성우 대한피트니스경영자협회장도 “영업 재개는 당연한 일”이라며 “사우나, 목욕탕, 수영장의 샤워실은 되고 헬스장 샤워실은 안 된다는 정부 조치는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일부 식당, 노래방, PC방 업주들은 오후 9시 이후 영업제한과 5인 이상 집합금지 유지에 불만을 표했다. 서울 동교동에서 곱창집을 운영하는 윤모씨(58)는 “오후 8시부터 새벽까지 손님을 받았는데 영업시간 제한이 계속되며 직원을 10명에서 2명으로 줄였다”고 말했다. 서교동에서 노래방을 하는 윤모씨(56)도 “2개월 만에 문을 열었지만 오후 9시에 식당 문 닫으면 오는 곳이 노래방인데 손님이 오겠느냐”고 말했다. 한국인터넷콘텐츠서비스협동조합 소속 PC방 업주들은 이날부터 영업제한에 항의하는 의미로 오후 9시 이후 불은 켜두고 영업은 하지 않는 점등시위를 한다.

영업제한 완화 조치에서 제외된 유흥업소 점주들은 반발했다.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는 소속 업주들에게 각자 판단에 따라 이날 저녁부터 문을 열도록 공지했다. 유흥음식업중앙회 광주지부는 “방역당국에 집합금지 해제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예정대로 영업 재개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광주 지역 유흥업소 업주들은 이날 오전 광주시청을 찾아가 “집합금지를 해제하거나 현실적인 보상책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고, 인천 유흥업주 단체 70여명도 이날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형평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했다. 이들은 오는 21일 집합금지 해제를 요구하는 집회를 연다.

전날 집합금지 완화 조치를 내놓았다가 정부 지침과의 충돌 등으로 이를 재수정한 대구와 경북 경주 지역의 자영업자들도 불만을 쏟아냈다. 대구 달서구에서 4년째 일본식 선술집을 운영 중인 박모씨(45)는 “기다리던 영업시간 연장 소식이 들리자 모처럼 식재료를 추가 주문하고 기대에 부풀었는데 하루 만에 없던 일이 되는 것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며 “지역 실정에 맞게 지방자치단체가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게 바람직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대구 남구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는 한 관장은 “모든 회원에게 18일부터는 오후 11시까지 이용 가능하다는 내용을 문자메시지로 보냈는데, 뉴스를 보고 다시 공지해야 했다”며 “정부 지원금만으로 생활할 수 없게 된 지 이미 오래다. 폐업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유희곤·최민지·박채영·강현석·백경열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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