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선 경쟁 불붙인 나경원 '짜장면론'
[경향신문]
“짬뽕·짜장면 섞으면 이도 저도 아니다”
서울시장 후보 놓고 안철수·오세훈 견제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야권 내 노선 투쟁에 불이 붙고 있다. 중도를 표방하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합리적 보수’를 내세우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 보수의 적자임을 강조하는 나경원 전 의원 등 ‘안·오·나’로 불리는 야권 ‘빅3 후보’들이 서로 다른 색채를 강점으로 내세우면서다. ‘대선 전초전’으로 불리는 서울시장 선거에 누가 최종 후보로 결정되느냐는 당의 방향성을 정하는 일이기도 하다.
노선 투쟁을 전면에 내세운 건 나 전 의원이다. 나 전 의원은 지난 1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짬뽕을 좌파, 짜장면을 우파에 비유한 뒤 “큰 그릇에 짬뽕과 짜장을 부어서 섞어서 주지는 않는다”며 “시대에 따라 때로는 좌가 옳기도 하고, 또 때로는 우가 옳기도 하지만 둘을 섞어버리면 이도 저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중도를 ‘이도 저도 아니다’라는 의미로 짬짜면에 비유하면서 보수로서 자신의 선명성을 강조한 것이다. 나 전 의원은 그러면서 “짬뽕을 잘 만드는 사람은 더 맛있는 짬뽕을 선보이고, 짜장면에 자신 있는 사람은 더 훌륭한 짜장면을 만들면 된다”며 “좌파가 짬뽕을 만든다면, 우파는 짜장면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나 전 의원이 보수 색채를 강조한 것은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 것으로 해석된다. 중도를 비판함으로써 안 대표를 견제하고, 동시에 당내 경선에서 지지층 결집을 통해 표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나 전 의원은 2019년 원내대표 시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정국’에서 강경 보수 이미지를 쌓았다. 당 핵심 관계자는 18일 기자와 만나 “경선에선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 지지율이 필요한데 태극기 세력까지 소구할 수 있는 방법을 나 전 의원이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는 중도 확장을 추구해온 ‘김종인 비대위’의 방향성과는 충돌한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광주를 찾아 무릎을 꿇고 사과하고,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과오를 사과하는 등 중도층을 공략해왔다. 나 전 의원의 전략은 강경 보수층만 바라봤던 ‘자유한국당’으로 회귀했다는 이미지를 줄 우려도 있다.
반면 안 대표는 출마 선언을 할 때부터 ‘야권 단일 후보’를 앞세우며 중도를 강조하고 있다. 국민의힘 입당을 거부하는 이유도 보수 색채가 덧씌워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오 전 시장은 이념적으로 안 대표와 나 전 의원 사이에 위치한 것으로 평가된다. 오 전 시장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무상급식 등 복지 분야에서 선별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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