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번 기자님" 번호판으로 질문자 지명..'불통' 논란엔 "누구보다 현장방문 많았다" [문대통령 신년 회견]
[경향신문]
문재인 대통령의 18일 신년 기자회견은 코로나19 사태로 대통령 기자회견 중 사상 처음으로 온·오프라인 혼합 방식으로 이뤄졌다. 회견 현장인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는 체온 측정과 문진표 작성을 마친 기자 20명만 착석했고, 나머지 100명의 기자는 화상으로 참여했다. 기자회견은 예정된 시간보다 23분 늘어난 123분 동안 진행됐다.
모두발언 없이 곧바로 질의응답이 이어진 회견은 문 대통령이 직접 진행했다. 기자회견장의 대형 화면에는 춘추관 기자실과 자택 등에서 연결한 기자들의 얼굴이 가득 채워졌다. 문 대통령은 “화면이 쪼개져 있어 개인적 식별이 어려워 부득불 번호로 진행해야 할 것 같다”고 양해를 구했다. 기자들은 질문권을 얻기 위해 예전처럼 손을 드는 대신 번호가 적힌 팻말을 들었고, 문 대통령은 “66번 기자님” 하는 식으로 질문자를 지명했다.
온라인 회견 특성상 매끄럽지 못한 모습도 연출됐다. 화상으로 연결된 한 기자는 문 대통령의 지명을 받았지만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한 외신 기자는 마이크 음성이 잘 안 들린다는 통역의 요청에 마스크를 벗고 같은 질문을 두 차례 더 반복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시종 담담하고 침착한 어조로 기자회견을 이끌었다. 전직 대통령 사면과 ‘추·윤 갈등’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한 질문에는 답하기 전 몇 초간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관련 질문을 받고는 짧게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방역에 대한 질문을 받기로 한 회견 초반에 정치 현안 질문이 계속되자 “방역은 너무 잘하니까 질문이 없으신가요”라고 웃으며 농담을 했다. 하지만 곧바로 동부구치소 집단감염 관련 질문이 나오면서 표정이 어두워졌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기자회견 횟수가 적어 ‘불통’ 논란이 불거졌다는 질문에 “기자회견만이 국민과의 소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저는 어느 대통령보다도 현장방문을 많이 했다”고 반박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모두 28개의 질문에 답한 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참가자들과 악수 없이 목례만 하고 퇴장했다.
김형규 기자 fideli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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