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내 가능성은 열어뒀지만 "대전제는 국민 공감대" [문대통령 신년 회견]
[경향신문]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두 전직 대통령 이명박·박근혜씨 사면 문제에 대해 “지금은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다”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박씨 사면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우세하고 여권 지지층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분출되자 사면론에 선을 그은 것이다. 다만 문 대통령은 임기 내 사면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진 않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박씨 사면론에 대한 질문을 받고 “고민을 많이 했지만, 그냥 솔직히 제 생각을 말씀드리기로 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두 분의 전임 대통령이 수감돼 있는 이 사실은 국가적으로 매우 불행한 사태이고, 두 분 모두 연세가 많고 건강이 좋지 않다는 말도 있어 걱정이 많이 된다”고 했다.
“재판결과 부정 국민 용납 안 해
적절한 시기되면 고민할 때 와”
그러면서도 “엄청난 국정농단, 권력형 비리가 사실로 확인됐고 국가적 피해가 막심했다. 국민들이 입은 고통이나 상처도 매우 크다”며 “그 선고가 끝나자마자 돌아서서 사면을 말하는 것은, 비록 사면이 대통령의 권한이긴 하지만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인들에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권리는 없다”고 밝혔다.
특히 문 대통령은 “과거의 잘못을 부정하고, 또 재판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차원에서 사면을 요구하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상식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고, 저 역시 받아들이기가 어렵다”면서 “국민 공감대에 토대하지 않는 대통령의 일방적인 사면권 행사는 지금 어렵다고 생각한다. 제 개인적으로만이 아니라 그런 것이 시대적 요청”이라고도 덧붙였다. 문 대통령이 한명숙 전 총리 구속 당시 표적수사라고 비판했다는 점을 들어 한 전 총리와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함께 고민하느냐는 질문에도 “개인적으로 한 전 총리님이나 두 전임 대통령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그러나 개인적으로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과 대통령의 사면권은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사면 문제에 대한 문 대통령의 입장은 일찌감치 정리된 것으로 보인다.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 13일 “국민의 눈높이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했고, 청와대는 박씨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확정된 14일 “대법원 선고가 나오자마자 사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새해 벽두 사면론에 불을 지폈지만 두 사람에 대한 형량이 확정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무엇보다 두 사람이 반성이나 사과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 여론이 우세했다.
문 대통령이 사면 반대 입장을 명확히 밝힌 것도 이 같은 여론을 고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이 대표가 사면론을 꺼낸 과정을 둘러싸고 여권 내 갈등과 이견이 있는 것으로 비치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발언은 더 이상의 정치적 논란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다만 임기 내 추진 가능성은 열어뒀다. 문 대통령은 “사면을 통해 국민통합을 이루자는 의견은 충분히 경청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적절한 시기가 되면 아마도 더 깊은 고민을 해야 될 때가 올 것”이라면서 “그러나 그에 대해서도 대전제는 국민에게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주영 기자 young7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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