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코로나 층간소음
[경향신문]
아래층 주민: “제발 애들에게 까치발로 걷게 하거나 뭐라고 해요.”
위층 주민: “뛸 때마다 혼내는 데도 말을 안 들어요. 한참 뛰어다닐 나이라….”
아래층: “아니, 우리 보고 계속 참고 살란 말인가요?”
위층: “그렇다고 애를 묶어 놓나요?”
코로나19로 공동주택의 층간소음 문제가 커지고 있다. 특히 유치원과 초등학교 수업이 비대면으로 대체되면서 층간소음을 둘러싼 이웃 간 갈등이 빈발하고 있다. 지난해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민원이 4만2250건으로, 전년 2만6257건보다 60.9%나 늘었다. 방송인 이휘재씨나 개그맨 안상태씨 등 유명인들도 층간소음 가해자로 지목돼 홍역을 치르고 있다.
층간소음은 생각보다 성가시다. 사소한 소리도 귀에 한번 꽂히면 좀처럼 떨쳐내기 어렵다. 윗집이 대개 가해자이지만 때론 아래층이 우퍼스피커를 천장에 대는 등 보복전도 벌어진다. 경찰관을 불러봐도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 둘 중 한 집이 이사 가지 않는 한 도돌이표가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층간소음에서 간과해선 안 되는 사실이 있다. 바로 윗집만 소음 원인이 아니란 점이다. 특히 국내 아파트의 절대 다수가 벽식구조다. 작은 소리조차도 벽을 타고 대각선 집이나 심지어 한두 집 건너까지도 전해진다. 아랫집 소음 또한 위로 올라온다. 꼭대기층도 층간소음 피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니 1층으로 이사 가서 아이들에게 마음껏 뛰게 하겠다는 건 헛된 꿈이다.
코로나19가 증폭하는 것은 층간소음뿐이 아니다. 집에 대한 관점도 새롭게 제기하고 있다. TV 프로그램 <구해줘 홈즈>의 인기도 같은 맥락에 있다. 건축가 유현준 홍익대 교수는 “코로나19 시대엔 재택근무 등으로 집이 1.5배는 커져야 한다”고 말한다. 자연과 접점을 늘리는 테라스나 마당의 가치도 강조한다. 그렇다고 코로나19가 집을 ‘거주의 공간’으로서 제대로 자리매김할 것 같지는 않다. 지난해 서울 강남 압구정동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29억9259만원이었다. 이렇게 “강남, 역세권, 학세권”을 외치며 공동주택에 몰려 사는 한, 층간소음은 피할 수 없다. 온종일 갇혀 지내는 아이들을 밖으로 내보낼 날이 어서 와야 한다.
전병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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