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해명에도 불붙은 '성 인권 교육' 논란, 왜?

고민서 2021. 1. 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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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향된 교육" 우려 쏟아지며
시민 청원 일주일새 3만명 돌파
서울교육청, 3월 교육자료 배포
"성차별·왜곡된 성인식 개선 목적"

서울시교육청 시민청원 게시판이 '동성애 교육'을 반대한다는 청원글로 도배가 됐다. 최근 서울시교육청에서 내놓은 '학생 인권 종합 계획' 내용 중 '성소수자 학생의 인권교육 강화' 등을 명시한 부분이 논란이 되면서 자녀에게 동성애를 가르칠 수 없다는 학부모들의 원성이 이어졌다. 이후 서울시교육청은 사실 관계를 바로잡고자 설명자료를 내놨지만, 현장의 반발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성인권 교육이 동성애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다.

그렇다면 성인권 교육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배우는 것일까. 일각의 목소리처럼 정말로 문제일까.

우선 논란의 계기가 된 서울시교육청의 학생 인권 종합 계획을 보자.

학생 인권 종합 계획은 관내 학생인권조례에 따라 올해부터 2023년까지 적용된다. 직전 계획은 2018~2020년까지 시행됐다. 여기서 논쟁의 시작점이 된 대목은 성소수자 학생의 인권교육을 강화하고 이들을 보호·지원한다는 부분이다.

구체적인 수업의 방식이나 적용 학년(학교) 등이 나와있지 않아 이를 접한 학부모 등의 중에선 서울시교육청이 '젠더 이데올로기'를 강제 주입하려 한다는 오해 아닌 오해를 하게 됐다.

일각에선 "성인권 교육에서 말하는 성소수자의 범위가 동성애, 게이, 레즈비언, 양성애자 등을 넘어 기계 성애자, 심지어 동물 성애자 등을 모두 포함하는 것인지 범주가 명확하지 않다. 학생들에게 이성이 아닌 다른 제3의 성을 인정하게 하는 것인가" "종교적인 가치관 등에 따라 배치되며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 등의 반응을 쏟아냈다.

예비 중3 학부모(서울)는 "어떤 식으로 교육을 한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설프게 하다간 아이들에게 동성애를 조장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인권 교육이라는 이름 하에 동성애 교육은 아직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에 대해 "실제 교육 내용과 거리가 먼 우려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서울시교육청이여성가족부의 `학교에서의 성인권교육` 운영학교를 선정해 매년 15곳 안팎의 초등학교(고학년)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성인권 교육` 자료 중 일부 내용. [출처 = 여성가족부 `학교에서의 성인권 교육`]
일단 성인권 교육 자체가 의무교육이 아닌 신청학교를 대상으로 운영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또 만 3세 유치원생에게도 동성애를 가르친다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며,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유치원까지 학생인권 보장의 대상을 확대한 것은 전적으로 아동학대나 체벌, 폭력 등의 사안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신고 보호의 대상으로 인권문제에 적극 대응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눈여겨봐야 할 사항은 서울시교육청이 오는 신학기부터 배포하기로 한 중·고등학교 교육과정 연계 성평등 교육 자료다. 서울시교육청은 그동안 초등학교 고학년을 주된 대상으로 해왔던 성인권 교육을 중·고등학교로 범주를 넓혀 3월부터 관련 교수학습 자료를 배포할 계획이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성차별, 성별 고정관념, 왜곡된 성 인식 등과 관련된 교육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고려해 전문기관을 통해 교수학습 자료를 개발한 것"이라며 "기존 국어, 도덕, 영어, 기술가정, 음악 등 과목에서 연계해 지도할 수 있고 혹은 창의적 체험활동에서 병행할 수 있는 등 학교 선택 사항으로 할 수 있는 교육"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전에도 여성가족부의 '학교에서의 성인권교육' 운영학교를 선정해 매년 15곳안팎의 초등학교(고학년)를 대상으로 관련 교육을 진행해왔다.

그동안 일부 초등학교에 국한돼 시행했던 성인권 교육에선 주로 외모(몸)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차별하지 않는 법, 남을 존중하는 동시에 성적 착취나 폭력과 학대 등으로부터 나의 권리를 찾는 법, 성역할 고정관념의 문제점을 알고 이해하는 법, 성폭력·가정폭력 등으로부터 나를 보호하는 법 등에 주안점을 둔다. 따라서 학부모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지금까지 해온 서울 관내 일부 초등학교 대상 성인권 교육 내용만 볼 때에는 동성애 교육을 한다고 보긴 힘들다.

여성가족부에서 일선 학교에 제공한 고등학생 대상 `성인권 교육` 자료 중 일부 내용. 주로 성적 주체로서 인권의 정의와 성적 자기결정권, 정체성과 다름을 존중하는 법, 성 평등 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방법 등이 담겨있다. [출처 = 여성가족부 `성인권(고등학교)`]
그러나 학교급(학년)이 올라가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학교급에 따라 성인권 교육 범주는 확대될 전망이다. 앞서 여성가족부에서 발간해 일선 학교들이 사용하고 있는 성인권 교육 교수·학습안의 경우 주로 고등학교 단위에서 '성적 자기결정권'을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에서 앞으로 진행하는 중·고등학교 대상 성인권 교육의 경우 성적 자기 결정권을 이해하고 배우는 내용에 따라 현장의 우려가 현실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경우엔 가르치는 교사와 수업 내용에 따라 서울시교육청의 계획대로 '성차별을 해소하고 왜곡된 성인식을 개선해 인권친화적인 학교문화를 조성'할 수도 있고, 반대로 학부모 등의 우려처럼 학교 '현장에서 동성애를 인정하고 조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혼재하고 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성인권 교육이 전문화된 영역인 만큼 가르치는 입장에서 교수학습 목표에 따라 제대로 내용을 전달하지 않으면 자칫 학생들에게 동성애를 해도 된다는 식으로 받아들이게 할 여지가 있다"면서 "교원 훈련과 학교에 보급하는 교수학습자료가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관내 또 다른 중학교 교사 역시 "반대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것은 교육 내용이 어떤 식으로 전개되는 지를 모르는 과정에서 나온 오해와 갈등일 것"이라며 "지금까지 일부 학교 단위에서 하던 성인권 교육을 대상 학년을 넓혀 확대 시행한다면, 현장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친절한 안내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보탰다.

한편 성인권 교육을 하는 지역은 서울 외에도 여성가족부 지원 사업 기준 부산, 경북, 경남, 충북, 충남, 전북, 제주 등으로 다양하다. 지역에 따라 초등학교 외에도 중·고등학교에서도 선택 수업으로 일부 학교들이 성인권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고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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