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사면 말할 때 아니다"..갈등 현안 '매듭'에 주력

이완 입력 2021. 1. 18. 19:46 수정 2021. 1. 18.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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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기자회견 두시간 동안 진행
박근혜·이명박 사면론에 선그어
월성 원전 감사·검찰 수사에는
"정치적 목적 있다고 생각 안해"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새해 기자회견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새해 기자회견에 이어 1년 만에 기자들을 만난 문재인 대통령은 첨예한 쟁점을 피해가지 않고 대체로 분명한 의견을 밝혔다. 이전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이 때문에 이날 회견은 예정된 100분을 훌쩍 넘겨 2시간 넘게 진행됐다. 임기 5년차에 접어든 만큼 그동안 파열음이 컸던 이슈에 대해서도 정면돌파 등으로 갈등을 증폭시키기보다는 최대한 균열을 봉합하는 등 조정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려는 태도가 역력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에 대해선 “국가적으로 매우 불행한 사태”라며 “그래도 지금은 말할 때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은 18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직 대통령 사면을 비롯해 검찰 개혁, 코로나19 방역, 부동산, 남북관계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첫 질문으로 받은 전직 대통령 사면부터 “국민들이 사면에 공감하지 않는다면 이 사면이 통합의 방안이 될 수 없다”며 국민적 공감대가 먼저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만 솔직히 제 생각을 말하겠다”며 “두 분의 전임 대통령이 수감되어 있는 사실은 국가적으로 매우 불행한 사태다. 그래도 지금은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을 지지하셨던 국민들이 지금 상황에 아파하는 상황까지 다 아우르는 사면을 통해서 국민통합을 이루자는 의견은 충분히 경청할 가치가 있다”며 “언젠가 적절한 시기가 되면 아마도 더 깊은 고민을 해야 될 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여 사면 가능성을 완전히 봉쇄하지는 않았다. 문 대통령은 그 시기가 퇴임 전이냐는 질문에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지금으로서 미리 말하기는 어렵다. 국민들의 공감대에 토대하지 않는 일방적인 사면권 행사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답해, 국민 여론을 우선하겠다는 점을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사면’ 문제를 제외한 다른 대부분의 이슈에 대해서는 갈등을 완화시키려는 자세를 유지했다.

그동안 여권과 각을 세웠던 최재형 감사원장,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선 감사원의 독립성과 검찰의 중립성을 강조하며 다독이는 선에서 정리했다. 문 대통령은 월성 원전 조기폐쇄와 관련한 감사원 감사와 이어진 검찰 수사와 관련해 “정치적 목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여권에 반기를 들며 ‘대선 주자’ 반열에 선 윤 총장에 대해 “저의 평가를 한마디로 말씀드리자면 그냥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다”라며 “윤 총장이 정치를 염두에 두고 정치할 생각을 하면서 지금 검찰총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1년 반 동안 외형적으로 청와대와 가장 극명한 대립각을 세웠던 윤 총장까지 끌어안는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이에 따라 검찰과 감사원에 대해 날을 세웠던 여권의 분위기가 다소 누그러질지도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또 방역과 부동산 등 민생 문제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려 애썼다. 백신과 관련해 무료 접종 입장을 다시 한번 밝히는 한편,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에 충분히 정부가 보상하게 된다”며, 정부를 믿고 방역과 접종에 협조해줄 것을 당부했다. 부동산 문제에 대해선 “투기 방지에 역점을 뒀으나 결국 부동산시장 안정화에는 성공하지 못했다”며 지난 신년사에 이어 거듭 자세를 낮췄다. 과거 “부동산 문제는 자신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던 것과는 차이가 많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시장이 예상하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으로 주택 물량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투기 억제 기조는 유지하면서도 공급을 적극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강조한 것이다.

한편, 문 대통령은 최근 위안부 배상 판결로 더욱 악화된 한-일 관계를 두고 “과거사 문제는 사안별로 분리해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며 “(판결 결과에 따른) 강제집행은 한·일 양국 간 관계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해, 파국을 피하려는 자세를 보였다.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비대면을 포함해) 언제 어디서든 만나겠다”며 임기 내 추가적인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강한 애착을 드러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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