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풍의 팀' 우니온, 분데스리가 상위권 판도를 뒤흔들다 [김현민의 푸스발 리베로]

김현민 2021. 1. 18.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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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니온, 구동독 팀으로 지난 시즌 구단 역사상 첫 분데스리가 승격
▲ 우니온, 지난 시즌 롱볼에 의존한 수비 전술로 11위 잔류
▲ 우니온, 이번 시즌 공격 축구를 가미하며 깜짝 5위
▲ 우니온, 16경기 전경기 골 & 팀득점 2위(32골)

[골닷컴] 김현민 기자 = 이제 분데스리가 2년차에 불과한 우니온 베를린이 강호 바이엘 레버쿠젠마저 1-0으로 꺾으며 3, 4위와의 승점 차를 1점으로 좁히는 데 성공했다.

우니온이 안 데어 알텐 푀르스테라이 홈에서 열린 레버쿠젠과의 2020/21 시즌 분데스리가 16라운드에서 경기 종료 2분을 남기고 터져나온 세드릭 토이헤르트의 천금같은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했다. 이와 함께 우니온은 6경기 무패 행진(3승 3무)을 이어오며 7승 7무 2패 승점 28점으로 5위를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더 고무적인 부분은 16라운드에서 4위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승점 29점, 골득실 +12)가 마인츠와의 맞대결에서 1-1 무승부에 그쳤고, 우니온이 3위 레버쿠젠(승점 29점, 골득실 +14)을 직접 꺾으면서 승점 차를 1점으로 좁혔다는 데에 있다. 즉 17라운드 경기 결과에 따라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인 4위 이내 진입을 충분히 노릴 수 있게 된 우니온이다.


우니온은 독일 수도 베를린을 연고로 하는 구단으로 통독 이전 구동독 지역에 위치하고 있었다. 철강 노동자들을 위해 설립한 구단으로 동독 시절엔 슈타지(한국으로 따지면 국가정보원)가 설립한 디나모 베를린과 경찰 축구단을 모티브로 하고 있는 디나모 드레스덴 등의 위세에 눌려 구동독 포칼 우승 1회(1967/68 시즌)에 그쳐야 했다.

특히 같은 베를린을 연고로 하는 디나모 베를린으로 인해 많은 불이익을 받으면서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다. 심지어 1965/66 시즌 2부 리그 우승을 차지했음에도 동독 지도층에서 베를린 연고팀은 하나만 있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인해 1부 리그 승격이 실패로 돌아갈 뻔 했으나 자유 독일 노동조합 연맹 회장 헤르베르트 바른케가 노동자를 대표하는 클럽이 필요하다고 요구해 간신히 승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역사는 역설적으로 통일 독일 이후 우니온이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구동독을 대표하는 두 구단인 디나모 베를린과 디나모 드레스덴은 슈타지와 경찰 지원이 사라지자 급격히 하락세를 타면서 무너졌던 것과는 달리 우니온은 베를린 시민들과 노동자들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차근차근 성적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특히 2009/10 시즌부터는 2부 리그 붙박이 팀으로 자리잡는 데 성공한 우니온이다. 우니온 홈구장 안 데어 알텐푀르슈테라이가 2008년 6월부터 2009년 7월까지 1년 간의 리노베이션 과정에서도 구단 서포터들이 직접 벽돌을 나르면서 건설에 참여했을 정도다.

이렇듯 팬들의 지지 속에서 내실을 다진 우니온은 우르스 피셔 감독의 강력한 지도력을 바탕으로 2018/19 시즌, 2부 리그 3위를 차지하면서 분데스리가 16위 슈투트가르트와의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원정골 우선 원칙(1차전 슈투트가르트 원정 2-2 무, 2차전 우니온 홈 0-0 무)에 의거해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분데스리가 승격에 성공했다. 이어서 승격 첫 시즌, 수비 위주의 실리적인 롱볼 축구를 바탕으로 11위를 기록하며 잔류에 성공했다.


다만 우니온은 구동독 지역 구단들과 비교하면 나름 건전한 재정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구서독 팀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는 분데스리가에선 재정적으로 가장 떨어지는 팀에 해당한다. 실제 독일 이적 전문사이트 '트랜스퍼마르크트'에서 평가한 우니온의 구단 가치는 6290만 유로로 승격팀 아르미니아 빌레펠트(4515만 유로) 다음으로 낮은 수치다.

그럼에도 이번 시즌 우니온은 위에서도 언급했다시피 한 단계 더 발전한 모습을 보이면서 분데스리가 상위권을 줄곧 달리고 있다. 7라운드에 5위로 올라선 이래로 줄곧 유로파 리그 진출권인 6위 이내의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시즌 우니온 돌풍의 원동력은? 일단 성공적인 여름 이적시장 영입에 있다. 우니온은 과거 독일 대표팀에서 뛰었던 분데스리가 정상급 공격수 막스 크루제와 볼프스부르크에서 오랜 기간 활약한 수비수 로빈 크노헤를 동시에 영입하며 공수를 동시에 강화했다. 또한 우니온은 아우크스부르크로 이적한 주전 골키퍼 라팔 기키에비츠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아우크스부르크 골키퍼 안드레아스 루테를 영입했고, 샬케 공격 멀티 플레이어 세드릭 토이헤르트와 베테랑 수비형 미드필더 제바스티안 그리스벡, 왼쪽 스페셜리스트 니코 기셀만을 영입하면서 전반적인 선수층을 강화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우니온은 프라이부르크 수비수 케벵 슐로터벡이 임대 복귀하자 동생인 니코 슐로터벡을 임대로 데려왔고, 리버풀 2군 소속으로 지난 시즌 마인츠에서 임대로 뛰었던 타이워 아워니이와 리버풀에서 전력 외 취급을 받고 있는 로리스 카리우스 골키퍼에 더해 레버쿠젠 백업 공격수 요엘 포얀팔로와 요코하마 F. 마리노스 공격형 미드필더 엔도 케이타를 임대로 데려왔다. 열악한 재정 속에서도 자유계약(실제 우니온이 이번 시즌 영입한 선수들은 모두 보스만 룰에 의거해 이적료 없이 데려왔다)과 임대를 통해 약점을 확실하게 메운 우니온이다.

변화의 중심에 있는 선수는 바로 크루제이다. 첫 2경기에 교체 출전하면서 새로운 팀 적응도를 늘려나간 그는 3라운드부터 선발 출전해 10라운드까지 8경기에서 6골 5도움을 올리는 괴력을 과시했다. 그 덕에 첫 2경기에서 1무 1패로 불안한 출발을 알렸던 우니온이 이후 크루제가 선발 출전한 8경기에서 4승 4무 1패라는 호성적을 올리면서 유로파 리그 진출권인 6위로 순위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


크노헤와 루테의 가세도 우니온에겐 큰 힘이 됐다. 그는 기존 우니온 주전 수비수 마빈 프리드리히와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면서 안정적인 수비벽을 구축하고 있다. 이들의 뒤를 루테가 버티고 있다. 자연스럽게 우니온의 팀 실점은 20골로 최소 실점 4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더 놀라운 점은 크루제와 크노헤의 가세가 우니온의 공격 방식에 크게 변화를 가져왔다는 데에 있다. 우니온은 지난 시즌 위에서도 언급했다시피 롱볼에 기반한 역습과 크로스에 이은 헤딩을 주 공격 루트로 잡고 있었다. 게다가 득점에 있어 세트피스 의존도가 과도할 정도로 높았다.

실제 우니온의 지난 시즌 전체 팀 득점 대비 세트피스 득점 비율은 무려 43.9%에 달했다. 전체 슈팅 대비 세트피스 슈팅 비율도 32.7%였다. 이에 더해 우니온은 경기당 패스 숫자가 301개에 불과했고, 패스 성공률은 76.1%로 하위권에 해당했다. 전체 패스 대비 롱패스 비율은 12.7%로 분데스리가 전체 1위였고, 점유율은 43.1%로 아우크스부르크(41.3%) 다음으로 적었다. 롱패스에 의존하고 만들어가는 플레이가 적다보니 자연스럽게 팀 득점은 41골에 모두 밑에서 4번째로 낮았다.

하지만 우니온은 이번 시즌 10라운드까지 창의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크루제를 중심으로 이전과는 비교하기 힘든 세밀한 패스 플레이를 통해 공격 축구를 구사하며 180도 바뀐 모습을 보여주었다. 게다가 패스에 강점이 있는 수비수 크노헤가 안정적으로 후방 빌드업을 주도했다(크노헤의 패스 성공률은 81.5%로 팀내 1위고, 크루제가 79.9%로 2위).

이와 함께 우니온의 팀득점은 22골로 바이에른 뮌헨(34득점)에 이어 2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전체 팀 득점 대비 세트피스 득점 비율은 10라운드 기준 25%로 대폭 줄어들었고, 전체 슈팅 대비 세트피스 슈팅 비율 역시 25.5%로 떨어졌다. 경기당 패스 숫자는 410회로 110회 가까이 늘어났고, 패스 성공률은 82.7%로 상승했으며, 전체 패스 대비 롱패스 비율은 8.6%로 대폭 줄어들었다. 대신 점유율은 48%로 상승했다.


이렇듯 크루제를 중심으로 확연히 변한 모습을 보인 우니온에 한 차례 위기가 발생했다. 바로 크루제가 인대 파열 부상을 당해 전력에서 이탈한 것. 공교롭게도 크루제가 부상으로 결장하는 동안 우니온은 독일 최강 바이에른을 시작으로 승격팀 돌풍을 일으키고 있었던 슈투트가르트와 강호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베르더 브레멘, 볼프스부르크, 레버쿠젠으로 이어지는 죽음의 일정을 맞이했다. 자연스럽게 독일 현지에선 우니온의 하락세가 시작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우니온은 지난 시즌 활용했던 롱볼 및 세트피스에 의존한 전술을 한단계 더 발전시키면서 강호들을 상대로도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바이에른전 1-1 무승부를 시작으로 우니온은 6경기에서 3승 3무 무패 행진을 이어오면서 도리어 팀 순위를 6위에서 5위로 소폭이나마 상승시키는 데 성공했다. 특히 도르트문트(2-1 승)와 레버쿠젠(1-0 승) 같은 강팀들에게 승리하는 괴력을 과시한 우니온이다.


해당 기간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 선수는 바로 세트피스 스페셜리스트이자 우니온의 주장 크리스토퍼 트리멜이다. 오른쪽 측면 수비수인 그는 이미 지난 시즌에도 8도움을 올리며 뛰어난 득점 생산성을 자랑했다. 이번 시즌 역시 트리멜은 6도움으로 분데스리가 도움 순위 공동 3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더 놀라운 점은 그가 최근 2시즌 동안 세트피스 상황에서 무려 11개의 도움을 올리면서 유럽 5대 리그(UEFA 리그 랭킹 1위부터 5위까지를 지칭하는 표현으로 스페인, 잉글랜드,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1부 리그가 이에 해당한다) 선수들 중 최다를 기록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트리멜 덕에 우니온은 이번 시즌 역시 세트피스 상황에서 12골을 넣으며 레버쿠젠(13골)에 이어 2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트리멜이 올리는 양질의 코너킥과 프리킥을 받아먹는 선수는 바로 프리드리히다. 이번 시즌 분데스리가 정상급 수비수로 급부상하고 있는 프리드리히는 강력한 수비에 더해 세트피스에서 4골을 넣으며 공격수 크루제와 아워니이에 이어 팀내 득점 3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레버쿠젠전에서도 15분경, 트리멜의 코너킥을 프리드리히가 다이빙 헤딩 슈팅으로 가져갔으나 이는 아쉽게 골대를 맞고 나갔다.


그 외 아워니이가 쾰른과의 8라운드를 시작으로 꾸준하게 골을 넣으며 크루제의 공백을 최소화하고 있고, 지난 시즌엔 부상으로 많은 경기에 결장했던 공격수 셰랄도 베커가 적극적인 돌파로 돌격대장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로베르트 안드리히와 그리샤 프뢰멜이 중원을 구축하고 있고, 왼쪽 측면 수비수 크리스토퍼 렌츠와 멀티 공격수 마르쿠스 잉바르트센도 준수한 활약으로 팀을 지탱해주고 있다. 토이헤르트는 주로 교체로 출전해 레버쿠젠전 결승골을 비롯해 3골을 넣으며 슈퍼 조커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역할 분담이 확실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도 우니온이 쉽게 패하지 않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이 덕에 우니온은 크루제가 장기간 빠진 힘든 여건 속에서도 장기인 세트피스 공격을 극대화하고 이 대신 잇몸으로 나서는 공격수들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쳐주면서 꾸준하게 골을 추가하고 있다. 우니온은 분데스리가에서 바이에른과 함께 전경기(16경기) 골을 넣고 있는 유일한 팀이다. 게다가 여전히 팀 득점은 32골로 도르트문트와 함께 공동 2위를 달리고 있다.

이렇듯 우니온은 지난 시즌보다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깜짝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조직력을 극대화하고 열악한 재정 속에서도 새로 영입한 선수들을 중심으로 세밀한 공격을 팀에 가미하면서 한층 더 짜임새 있는 팀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것이 이들이 많은 유럽 축구 전문가들로부터 2020/21 시즌, 가장 큰 이변을 일으키고 있는 돌풍의 팀으로 꼽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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