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남북 정상회담은 5년 동안 성과에서 빼버렸다

2021. 1. 18.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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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칼럼] 북한 8차 당대회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wooksik@gmail.com)]
이번 북한의 8차 당대회의 내용을 접하면서 가장 씁쓸하게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북한이 2018년에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총결기간(2016-2020년) 이룩된 성과"와 관련해 남북관계에 대한 언급을 일체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북미정상회담을 포함해 여러 나라와 정상회담을 했던 김정은 총비서가 유일하게 뺀 것이 바로 남북정상회담이었다. 한마디로 기억에서 지우고 싶다는 뜻이다. 김정은이 "북남관계의 현 실태는 판문점 선언 발표 이전 시기로 되돌아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국내에서 큰 관심을 모았던 김여정 부부장에 대한 평가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를 바라보는 남한의 시선은 "강등"과 "건재"라는 두 가지 단어로 압축할 수 있다. "강등"과 관련해선 정치국 위원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고 기존 직책이었던 정치국 후보위원에도 거명되지 않았으며 '제1'이 빠진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라는 직책으로 담화를 내보낸 것이 눈에 띈다. 김여정의 지위가 상승될 것이라는 국정원과 상당수 언론 및 전문가들의 예상이 빗나간 것이다.

그러나 김여정의 대남 비난 담화가 나오자 "건재"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이를 근거로 북한이 여전히 남북관계를 중시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이는 전형적인 아전인수로 보인다. "강등"된 김여정의 대남 담화는 북한이 남북관계를 이전보다 중시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하는 게 보다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2018년에 문재인 정부에게 '역대급 환대'를 했던 김정은 정권이 왜 2019년 하반기부터는 '역대급 냉대'로 돌아서고 이번 당대회에서도 이를 거듭 확인한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이런 질문을 던져보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2018년 판문점과 평양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거수경례를 했던 북한군 수뇌부가 그 이후 벌어진 일에 대해 김정은에게 어떤 보고를 했을까?'

▲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2일 8차 당 대회에서 폐회사를 하고 있다. ⓒ로동신문

당시 남북정상회담에서 처음으로 담긴 합의가 바로 "단계적 군축"이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그 직후부터 사상 최대 규모의 군비증강에 나서고 말았다. 2019년 7월에는 김정은이 "권언"을 통해 한미연합훈련 중단과 남한의 군비증강 자제를 촉구했지만, 그 이후 상황은 권언이 철저하게 무시당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그 결과 2017년 세계 12위로 평가받았던 한국의 군사력은 2020년과 올해엔 6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한미연합훈련도 계속되었다. 김정은이 당대회에서 "조성된 형세와 변천된 시대적 요구에 맞게 대남문제를 고찰했다"는 말한 것은 바로 이를 의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가 꺼내든 카드는 "전술핵무기화"를 비롯한 핵능력을 양적·질적으로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다양한 노림수가 있겠지만 한미연합전략에 비해 갈수록 격차가 벌어지는 '비핵' 군사력을 '핵무력'으로 상쇄하겠다는 것이 핵심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미국의 군사력 평가기관인 '글로벌파이이어파워'는 북한의 군사력을 2017년 세계 18위에서 작년에는 25위로, 올해에는 28위로 평가했다. 한국의 급상승과 북한의 지속적인 하락이 눈에 띈다.

우려되는 점은 북한이 당대회에서 "국가 방위력" 강화를 천명하고 나서자 한국도 군사력 강화에 더욱 매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미연합훈련도 예정대로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강하다. 그러나 이는 실패한 정책의 되풀이나 다름없다.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는 민생을 조금이나마 구제할 수 있는 소중한 자원의 낭비나 다름없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핵심적인 정책 재검토 대상은 바로 국방정책이 되어야 한다. 곧 출범할 바이든 행정부와의 정책 협의 우선순위를 한미연합훈련 취소로 삼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는 국방비도 줄여야 한다. 이는 2018년의 초심을 되살리는 데에도 필요할 뿐만 아니라 최악의 군비경쟁과 안보딜레마 격화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wooksi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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