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귀근의 국방톡톡] 동해, 핵잠수함 각축장이 되다

2021. 1. 18.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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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근 연합뉴스 전문기자
김귀근 연합뉴스 전문기자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국의 핵잠수함 확보 경쟁이 더욱 격화하고 있다. 동해는 이들 핵잠수함의 주요 작전 무대가 된 지 오래다. 수중에서 은밀히 기동하는 잠수함의 특성상 주변국 핵잠수함의 상호 탐지·추적 작전이 동해에서 심심찮게 벌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다 북한이 핵잠수함 건조계획을 공개적으로 밝혔고, 한국군도 작전·전략상 필요성이 크다면서 군 안팎으로 의견 결집에 나설 태세다. 지정학적 여건 등으로 한반도 주변 바닷속이 강대국 핵잠수함의 무대가 된 셈이다.군 관계자는 16일 "동해에서 핵잠수함 등 주변국의 잠수함 작전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면서 "최근 북한의 잠수함 전력 증강 움직임 등과 맞물려 미국과 러시아 잠수함이 빈번하게 활동한다"고 전했다. 미국과 러시아 잠수함은 동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수중에서 정전협정에 구애받지 않고 남과 북쪽을 자유롭게 들락거린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주변국이 핵잠수함을 계속 건조할 계획이어서 동해에서 대잠수함 작전은 더욱 활발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美, 2045년까지 핵잠 80척 확보…中, 소음 줄인 최신형 잇단 건조

핵잠수함은 핵 강대국 간 '공포의 핵 균형'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수단이다. 핵 선제공격을 받아 초토화되더라도 보복전력이 끝까지 살아남아 핵탄두를 날릴 수 있는 능력인 이른바 '상호확증파괴'(Mutual Assured Destruction) 전략을 과시하는 3대 핵심 수단 중 하나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발표한 '2045년 전력계획'(Battle Force 2045)을 통해 오는 2045년까지 최대 80척의 핵잠수함을 운영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19척의 버지니아급(7천800t급) 공격핵잠수함(SSN)을 매년 1척씩 건조해 66척을 확보할 계획이다. SSN은 2500㎞ 밖에서도 정밀타격이 가능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BGM-109) 12발을 탑재한다. 2만810t급의 컬럼비아급 전략핵잠수함(SSBN)도 2031년까지 12척을 확보할 예정이다. 이 잠수함은 현재 운용 중인 14척의 오하이오급(8750t급) SSBN을 대체하는 신형 핵잠수함이다. 사거리 1만2000㎞ 이상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트라이던트-2 D5'를 16발 탑재한다. 이 미사일은 각각 8∼12개의 독립 목표 재돌입 탄두(MIRV)를 적재하며, 위력은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폭의 1000배 이상으로 평가된다. 미 해군은 컬럼비아급 SSBN을 모(母)함으로, 보잉사에서 개발하는 대형 무인잠수정을 자(子)함으로 하는 유·무인 잠수함 운용 개념을 발전시키고 있다. 길이 15∼25m로 50t 규모의 대형 무인잠수정은 단일 연료전지로 3개월간 수중에서 작전할 수 있는 성능으로 개발된다.

중국은 엔진 소음을 줄인 핵잠수함 건조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운용 중인 잠수함은 대부분이 소음이 커 주변국 잠수함에 탐지되기 일쑤다. 2018년 외신 보도에 의하면 093A형 핵잠수함이 일본과 중국의 영유권 분쟁 지역인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열도 인근 해역에서 일본 해상자위대에 발각돼 이틀간 쫓겨 다닌 끝에 공해에서 국기인 오성홍기를 돛대에 매단 채 수면 위로 떠 올랐다.

최신형 SSBN인 1만2000t급의 094형도 소음이 커 상대에게 발각되기 쉽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그래서 중국은 소음을 줄인 7900t급 095형 SSN 8척을 확보할 계획이다. 아울러 1만9000t급의 SSBN 096형도 건조 중이다. 스텔스 능력을 극대화하는 잠수함으로 24발의 SLBM '쥐랑(巨浪·JL)-3'을 탑재한다. 이 SLBM 사거리는 1만2000㎞에 달한다.

중국의 핵잠수함은 1세대 091형 한(漢)급, 092형 하(夏)급에 이어 2세대 093형 상(商)급, 094형 진(晉)급, 차세대 095형 수(隋)급, 096형 당(唐)급으로 발전한 상태다. 094형 SSBN은 2007년부터 4척을 운용 중인데 앞으로 094형 개량형 2척과 096형 6척을 추가 건조해 총 12척의 SSBN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랴오닝성의 핵잠수함 건조시설은 096형 등 6척을 동시에 건조할 수 있는 규모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북해와 태평양함대에 핵잠수함을 우선 배치하는 추세다. 보레이급(2만4000t급) SSBN 8척을 운용할 계획이다. 지난해 6월 네번째로 SSBN 블라디미르 대공함을 실전 배치했다. 보레이급은 사거리 1만㎞에 MIRV를 10발까지 장착하는 불라바 SLBM을 기본 16∼20발 탑재한다. 차세대 라이카급(1만1340t급) SSBN도 건조하고 있다. 최신형 야센급(1만4000급) SSN은 3척이 진수됐고, 6척을 추가 건조할 계획이다. 이 잠수함은 마하 2.5 속도에 사거리 300㎞인 SS-N-26 초음속 대함미사일을 탑재했다.

일본은 핵잠수함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지만, 리튬이온배터리 장착 디젤 잠수함 건조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현재 16척에서 22척까지 늘릴 계획이다. 미국과 협력해 중국 잠수함의 출항 때부터 추적, 감시하는 임무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핵잠용 소형 원자로, 핵무기 개발보다 어려워…북한 SLBM 진화

핵잠수함에 탑재되는 소형 원자로 제작은 핵무기 개발보다 어렵다. 잠수함이라는 좁은 공간에 원자로를 놓아야 하고, 승조원들이 방사선에 피폭되지 않도록 고안해야 한다. 저속 운전을 할 때도 움직이는 기계가 많아 소음도 낮춰야 한다. 북한은 지난 12일 폐막한 노동당 8차 대회에서 "새로운 핵잠수함 설계연구가 끝나 최종심사단계에 있다"고 주장했으나, 소형 원자로까지 설계연구에 포함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해군 관계자는 "북한의 디젤잠수함은 소음과 선체 진동, 소나(음파탐지기) 탐색 능력, 전투체계 등에서 우리 잠수함과 비교할 수 없게 낙후됐다"면서 "북한이 핵잠수함을 만든다면 소음은 현재 디젤잠수함보다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현재 건조 중인 것으로 확인된 3000t급을 비롯해 4000∼5000t급 잠수함을 개발하는 것으로 군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핵 추진 체계로 개발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들 잠수함에 탑재할 SLBM으로 '북극성-1', '북극성-3', '북극성-4ㅅ(시옷·수중무기 의미)'에 이어 '북극성-5ㅅ'까지 개발했다. 노동당 8차 대회를 기념해 14일 저녁 열린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북극성-5ㅅ'은 탄두부가 다탄두 형태로 커졌고 직경도 북극성-4ㅅ보다 굵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군도 핵잠수함 건조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른 나라와 협력해 핵잠수함을 개발할 경우 '한미원자력협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2017년에 개정된 이 협정은 미국에서 제공한 원자력 기술을 사용할 때 평화적인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즉 다른 나라 기술을 사용하면 이 협정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이정익 교수는 한국해양전략연구소가 발간한 'KIMS Periscope'에 기고한 글에서 "우리가 미국에서 출발한 기술로 볼 수 없는 독자적인 기술을 사용하거나, 미국으로부터 자유로운 타국과 협력해 핵잠수함을 개발할 경우에는 한미원자력협정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군이 핵잠수함을 건조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찬반 의견이 갈리고 있다.

김귀근 연합뉴스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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