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구속] 반도체 초격차 '물거품' 위기.. 4대 신성장사업 투자 '올스톱'

박정일 입력 2021. 1. 18.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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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조원대 시스템반도체 큰 타격
반도체핵심장비 확보차질 불가피
AI·5G·바이오 육성 실패 가능성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작년 9월 13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를 찾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핵심 공정인 EUV(극자외선) 장비를 직접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우려했던 '총수 부재'가 현실이 되면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수조원 단위의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시스템반도체와 바이오,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등 신성장 사업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 할 것으로 우려된다.

◇'EUV는 누가 사지?' 시스템반도체 2030 계획 급제동=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재계에서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전장부품, 인공지능(AI), 5G(5세대 이동통신), 바이오 등 4대 성장사업 육성 계획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삼성 뿐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도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은 시스템반도체 경쟁력 확보에 심각한 타격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시스템반도체의 경우 손해를 감수하고 장기간 대규모의 전략적 투자가 필요한 만큼 총수의 의지와 뚝심이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작년 10월 이 부회장이 코로나19 확산 속에서도 유럽 출장을 강행했고, 그 결과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확장을 할 수 있었던 것 등이 그 예다. 이 부회장이 파운드리 미세공정 핵심 장비인 EUV(극자외선 노광장비) 확보를 위해 네덜란드에 있는 독점 생산업체인 ASML를 방문했고, 그 결과 삼성은 최근 평택 EUV 전용 라인을 증설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아닌 CEO(최고경영자) 급에서는 대당 수천억원에 이르는 EUV 물량 확보를 쉽게 결정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파운드리 세계 1위인 대만 TSMC가 EUV 라인 증설 등을 위해 올해 30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계획을 내놓은 상황에서, 추격자인 삼성전자의 상황은 더 버겁기만 하다.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경제 확산으로 파운드리 등 시스템반도체 시장은 올해 급성장이 예상된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시스템반도체 공급부족으로 일부 완성차 업체는 물론 IT기기 제조업체들도 생산중단을 고민해야 할 상황에 처했고, 일부 프리미엄급 공정은 지금 주문해도 대기만 1년 이상 소요되는 등 파운드리 시장을 중심으로 시장은 빠르게 커가는 중이다. 올해 파운드리 시장은 지난해보다 두 자릿수 이상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인공지능(AI)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내수시장 위축과 인재부족 등 상대적으로 열악한 국내 여건을 고려하면 글로벌 영역 확장이 필수인데, 이 역시 총수의 전략적 판단과 인맥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일례로 이 부회장이 직접 수 차례 만나 노력한 결과 삼성전자는 세계 AI 분야 4대 구루로 꼽히는 요슈아 벤지오 캐나다 몬트리올대 교수와 손을 잡을 수 있었고, 이 밖에도 여러 글로벌 석학들을 삼성전자 연구진으로 영입할 수 있었다.

◇5G·바이오·배터리 등도 '암울'= 4대 성장사업의 나머지 축인 5G와 바이오 등도 마찬가지다. 5G의 경우 주로 국가 인프라 구축 차원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총수의 정·재계 인맥이 수주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여기에 미국 정부가 5G 세계 1위인 화웨이를 전방위로 압박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큰 기회를 맞았다. 그러나 이 부회장의 부재로 삼성전자는 이 같은 호기를 눈 앞에서 놓칠 수 있는 위기에 처했다.

바이오도 반도체와 마찬가지로 장기간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사업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바이오 사업의 가치는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고, 이에 맞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1조7000억원을 투자해 단일 공장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전략적인 결정도 총수 부재 상황에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등 전장부품의 경우 이 부회장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등 사업 확장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이마저 무산될 처지에 놓였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정부가 수 차례 시스템반도체 육성 계획을 세웠으나 실패했던 것처럼, 정부의 의지만 가지고는 미래 성장사업을 키울 순 없고 이는 민간 역시 마찬가지"라며 "하지만 인텔과 함께 세계 반도체의 양대 산맥인 삼성전자가 총수 부재 상황에 처할 경우 정부의 시스템반도체 등 신성장 육성 계획은 또 다시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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