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수 칼럼] 중대재해법, 법적 정당성에 문제 없는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생명을 앗아가거나 중대한 부상이나 질병을 일으키는 산업재해를 막아야 한다는 점, 이를 위해 관련 책임자 처벌이 필요하다는 점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법에 대해 계속 날카로운 대립이 계속되는 것은 목적의 정당성에도 불구하고, 수단의 정당성이 제대로 확보되지 못하고 있어서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법제정의 필요성 자체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일부 조항들이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비판하는 것이다. 더욱이 그 문제점이 매우 심각해 법 자체의 정당성을 위태롭게 할 정도라면, 이제라도 신중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아직 법 시행까지 1년의 기간이 남아 있으니, 충분한 의견수렴을 통해 문제되는 조항들을 개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 법에서 가장 문제되는 것은 제5조의 도급, 용역, 위탁 등의 관계에서 안전 및 보건을 확보할 의무를 부과하고, 그 위반에 대해 '형사책임'을 묻고 있는 점이다. 예컨대 원청업체가 하청업체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 일정한 책무를 지도록 하는 것은 무리가 없지만, 형사책임을 지도록 한 것이 심각한 문제가 된다. 본인 행위가 아닌 하청업체 등의 사고에 대해 민사상 공동책임도 아니고, 형사책임을 묻는 것은 자기책임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서 '현대판 연좌제'라 비판될 수 있다.
과도한 형량도 문제다. 중대재해처벌법 제6조의 중대산업재해로 인해 사망사고가 발생한 경우 형법을 적용하면 과실치사 또는 업무상 과실치사에 해당한다. 형법상 과실치사에 대해 '2년 이하의 금고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 업무상 과실·중과실치사상에 대해선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규정돼 있다. 반면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르면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이므로 매우 심각한 형량 가중이다. 이렇게 과중 처벌하는 것은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과거 헌법재판소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등에 대해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상실하는 과도한 형벌로서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보았던 것(헌재 2015. 9. 24. 2014헌바154 등 결정)은 이 법률에도 적용될 수 있다.
과도한 형량에 더하여 제7조와 제11조에 법인 또는 기관에 대해서도 거액의 벌금을 함께 부과하는 양벌규정을 두고, 나아가 제15조에선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징벌적 손해배상이란 실제의 손해액과 상관없이 높은 배상을 인정함으로써 말 그대로 가해자에 대해 징벌적 의미를 갖도록 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징벌적 손해배상은 형사처벌이 되지 않는 경우에 가해자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것인데, 앞서 검토한 바와 같은 강력한 형사처벌에 더하여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도입하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최근 김학의 전 법무차관의 출국금지과정에서 불법적 절차가 문제된 것처럼 목적이 정당하면 어떤 수단을 동원해도 괜찮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중대재해의 방지 및 관련 책임자 처벌이 정당하다고 하더라도, 이를 위한 개별 조항들은 법원칙들을 지켜야 한다. 자기책임의 원칙을 깨뜨리는 형사처벌, 피해자들의 눈물을 고려하느라 새로운 눈물을 자아내게 하는 과잉처벌이 시행된다면, 그 정당성이 무너진다. 여론의 지지를 얻어 통과되었지만, 시행 이후에는 국민들이 등을 돌렸던 '민식이법'처럼 될 수 있다. 이는 모두를 위해 불행한 일이다.
법적 정의는 항상 모든 국민을 고려해야 하며, 그런 가운데 균형과 조화를 지켜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도 마찬가지다. 만일 이 법률이 중대재해의 피해자들 입장만 고려해서 기업과 경영책임자에게 무리한 부담을 주는 법률이라고 평가된다면 법률의 정당성 자체가 문제되고, 결국 위헌법률심판을 통해 그 효력을 다툴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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