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교육, 골치 아픈 수학을 어찌할까

한겨레 입력 2021. 1. 18. 18:36 수정 2021. 1. 18.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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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과 함께하는 AI 기초' 교재 화제
고범석 교육방송 소프트웨어교육팀장이 지난 14일 서울 충정로 경기대 평생교육원에 있는 교육방송 융합미디어센터에서 인공지능 교육과 관련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인현 기자

올해 2학기부터 고교 선택과목 채택

2025년부터는 초·중·고교 필수

정보와 수학 융합한 교재 만들어

누구나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게 해

일상생활과 연결, 인공지능 배워

올해 2학기부터 인공지능(AI)이 고교 진로 선택과목으로 들어간다. ‘인공지능 기초’와 ‘인공지능 수학’이다. 또 2025년부터는 초·중·고교 교육과정에 인공지능 교육이 포함된다.

이에 따라 인공지능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9월 <교육방송>(EBS)에서 낸 교재 하나가 인기를 끌고 있다. ‘수학과 함께하는 AI 기초’다. 최윤석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 전무가 페이스북을 통해 “EBS가 이렇게 멋진 AI 교육자료를 준비해서 공개했네요”라고 말하는 등 인공지능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교육방송의 플랫폼 ‘이솦’(esop)에서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게 했으나, 현장의 요구가 많아 책으로도 출간됐다. 다른 인공지능 관련 책들이 대개 2만5천~3만원인 데 견줘 1만원으로 싸다. 애초 교재 자체가 교육부 지원으로 제작돼 원가를 많이 절감했기 때문이다.

수학과 정보 과목 교사들과 교수 등 모두 5명이 협업해 썼다는 것이 이 교재의 가장 큰 장점이다. 대부분의 전문서적을 그 분야 전문가가 쓰던 관행에서 벗어나, 교육 현장을 맡고 있는 이들이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게 만들어낸 것이다.

교재를 기획한 고범석 <교육방송> 소프트웨어교육팀장은 “인공지능 교육의 큰 문제는 과목 간 장벽”이라며 “올해 2학기부터 고교 진로 선택 과목으로 들어가는 ‘인공지능 기초’와 ‘인공지능 수학’을 각각 정보 과목과 수학 과목 교사들이 가르치게 되는데, 실제 현실은 이 둘을 아우르는 융합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학적 지식이 없으면 인공지능 교육을 제대로 따라가기 힘든데, 예를 들어 현행 고교 수학 교육과정에는 행렬이 빠져 있어 학생들이 난관에 부닥치곤 한다”는 것이다. 정보와 수학을 융합한 교재를 만들자고 한 이유다.

이 교재는 1장에서 인공지능의 개념과 활용 영역 등을 알아보고, 2장에서 숫자, 이미지, 소리 데이터 등의 표현과 가공을 다루고 있다. 3장에서는 인공지능을 이용해 실제 데이터를 수집하고 다루는 방법을 알려준다. 예를 들어 ‘고흐가 그린 붓꽃은 어떤 종류일까’란 제목으로 이미지 데이터, ‘아기가 내는 소리로 마음을 알 수 있다면’이란 제목으로 소리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방법 등을 안내하는 식이다. 부록인 4장은 인공지능 분야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프로그래밍 언어인 파이선에 대한 소개와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인공지능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9월 <교육방송>(EBS)에서 낸 교재 ‘수학과 함께하는 AI 기초’가 인기를 끌고 있다.. <교육방송> 제공

8년여 동안 정보 과목 교사로 일했던 고범석 팀장은 “학생들이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사안들과 연결해 인공지능을 배울 수 있도록 만든 참고서”라고 말했다.

집필에 참여한 김성훈 교사는 “개념보다 문제 해결 기반으로 서술하려 했다”며 “현 고교 교육과정에서는 배우지 않는 수학 개념이 많은데, 교육과정에 얽매이지 않고 학생들에게 필요한 내용이면 제시하고 친절하게 설명해 나가자고 집필에 참여한 교사들끼리 방향을 잡았다”고 전했다.

이 교재는 애초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만들어졌으나 교육방송에서 이 교재 강의를 위해 개설한 강좌는 성인들이 많이 수강하고 있다. 세 강좌 중 첫번째인 ‘데이터의 표현과 가공’은 3000여명이 수강했거나 수강하고 있는데, 20대가 32.6%로 가장 많고 다음이 40대 이상(28.4%), 30대(25.0%)였으며 10대는 13.5%를 차지했다.

이 교재를 무료로 내려받고 강의도 들을 수 있는 ‘이솦’은 ‘교육방송 소프트웨어 교육 플랫폼’(EBS Software Learning Platform)의 약자다. 이솦도 고범석 팀장이 기획해 만들어졌다. 고 팀장은 “이솦은 교재는 물론 강좌까지 제공해 처음 시작하는 이들이 혼자 학습하는 단계까지 이를 수 있는 것을 목표로 했다”며 “각종 교재의 피디에프(PDF) 파일은 물론 소스코드까지 공개해 이를 이용하여 여러 실습을 해볼 수 있다”고 자랑했다.

현재 이솦에는 인공지능과 관련해 이 교재 외에도 ‘AI야 놀자’ ‘인공지능 첫걸음―데이터에서 딥러닝까지’ ‘생활 속에서 찾아보는 인공지능 이야기’ 등이 있다.

고 팀장은 인공지능 교육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교육의 목적 가운데 하나가 사회를 준비하는 것”이라며 “세상이 바뀌면 그 바뀌는 세상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예를 들어 노인학교에서 스마트폰 지도 앱을 배운 어르신들은 어디에서 갈아타야 하는지 묻지 않고 시간에 맞춰 나갈 수 있는 것에서 보듯 스마트폰 활용도 교육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그는 또 “인공지능 스피커 등 우리 주변의 많은 것들이 인공지능에 접목돼 있고 스마트폰으로 집안에서 제어할 수 있는 것이 많지만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며 “2017년 세계경제포럼에서 인공지능과 로봇이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는데, 이에 따라 새로 생기는 일자리를 차지하는 것도 인공지능을 아는지 여부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2025년부터 초·중·고교 교육과정에 인공지능 교육이 포함되는 것과 관련해 “어느 정도의 비중으로 반영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학교 36시간 교육을 의무화할 경우 매주 1시간씩 두 학기나 매주 2시간씩 한 학기만 하면 되는데, 이 정도론 제대로 된 교육이 힘들다”는 것이다. 그는 “교육과정은 제로섬 게임이라 특정 과목 시수가 늘기 위해서는 다른 과목 시수가 줄어들어야 하고, 그러면 그 과목 교사 임용도 줄어들게 된다”며 “2025년부터 적용되는 2022교육과정이 나오기까지 상당한 논란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성희롱, 차별, 개인정보 유출 등으로 논란이 됐던 인공지능 챗봇 ‘이루다’ 사례를 들며 “인공지능이 굉장히 중요한 만큼 파급효과도 상당히 크다”며 “지나치게 상업적으로만 가면 위험하며, 인공지능 윤리 등에 대한 사회적 저변 구조를 형성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들 알파고를 보며 인공지능이 엄청 대단하고 완벽하다는 환상이 있다”며 “그러나 인공지능은 아직도 개발 중인 기술이며, 오남용될 경우 개인정보 침해 등 온 국민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인현 객원기자 inhyeon0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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