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위안부 합의' 발언 어떻게 달라졌나.."진실·정의 원칙→2015년 합의 토대 해결"

김유진 기자 2021. 1. 18.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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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15년 한·일 양국 정부 간 위안부 협상은 절차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중대한 흠결이 있었음이 확인됐다. 정부간 공식적 약속이라는 부담에도 불구하고, 저는 대통령으로서 국민과 함께 이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을 다시금 분명히 밝힌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12월 28일 ‘한·일 위안부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 조사 결과에 대해 내놓은 입장문의 한 대목이다. 박근혜 정부 시기 위안부 합의 체결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고, 따라서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이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랬던 문 대통령이 18일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2015년도 양국 정부간 위안부 문제 합의가 공식 합의였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토대 위에서 이번에 (배상) 판결을 받은 피해자 할머니들도 동의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한일 간 협의를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날 언급은 취임 이래 줄곧 위안부 합의를 강하게 비판해왔던 과거 발언들과는 확연히 온도차가 있다. 위안부 합의를 공식 합의로 인정한 것도 이례적이지만, 위안부 문제 해결 원칙에서도 위안부 합의를 앞세운 것 역시 이전과는 결이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최근 한국 법원의 위안부 배상 판결로 한·일 갈등이 고조된 데 대한 문 대통령의 고민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문 대통령은 이날 위안부 판결에 대해 “솔직히 좀 곤혹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도쿄올림픽 계기 북·미 대화 재개 구상 실현을 위해 한·일관계 개선에 주력하면서 기존 입장을 바꾼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 4년간 문 대통령의 위안부 합의 관련 발언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살펴봤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7년 5월 취임 후 첫 한·일 정상통화 “국민들 정서적으로 수용 못하는 합의”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이뤄진 아베 신조(安倍 晋三) 일본 총리와의 통화에서 위안부 합의에 대해 언급했다. 아베 총리가 ‘위안부 합의 착실한 이행’을 강조하자, 문 대통령이 “국민 대다수가 정서적으로 그 합의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맞받은 것이다. 직접적으로 한·일 위안부 합의 재협상을 언급한 것은 아니었지만, 위안부 합의에 대한 국내 여론을 전달하며 수정 필요성을 전달한 것으로 해석됐다.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 브리핑의 한 대목이다.

“아베 총리는 재작년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 구축을 위한 기반으로 착실히 이행해 나가길 기대한다는 기본 입장을 피력하셨습니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께서는 “위안부 문제를 포함한 과거사 문제는 우리가 양국 관계를 발전시켜 나감에 있어 함께 지혜롭게 극복해 나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라면서 일본의 지도자들께서 과거 고노 담화, 무라야마 담화, 김대중-오부치 공동성명의 내용과 정신을 계승하고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어 대통령께서는 “우리 국민들 대다수가 정서적으로 그 합의를(위안부 합의)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민간의 영역에서 일어나는 문제에 대해 정부가 나서서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시면서 “그런 국민들의 정서와 현실을 인정하면서 양측이 공동으로 노력하자”고 강조하셨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017년 8월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독립유공자 및 유족과의 오찬 행사에 참석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를 맞이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17년 8월 광복절 경축사 “피해자 명예회복과 보상, 진실규명과 재발방지 원칙 지킬 것”

문 대통령은 취임 첫 해 광복절 72주년 기념 경축사에서 한·일 간 과거사 갈등과 관련 일본 정부의 ‘올바른’ 역사인식을 촉구했다. 특히 위안부와 강제징용 등 현안 해결 원칙으로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국민적 합의에 기반한 피해자의 명예회복과 보상, 진실규명과 재발방지 약속”을 제시했다. 위안부 합의에 대한 문 대통령의 기존 비판과 맞닿아 있는 대목으로 해석됐다. 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중 관련 부분은 다음과 같다.

“그동안 일본의 많은 정치인과 지식인들이 양국 간의 과거와 일본의 책임을 직시하려는 노력을 해왔습니다. 그 노력들이 한일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에 기여해 왔습니다. 이러한 역사인식이 일본의 국내 정치 상황에 따라 바뀌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한일관계의 걸림돌은 과거사 그 자체가 아니라 역사문제를 대하는 일본정부의 인식의 부침에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징용 등 한일 간의 역사문제 해결에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국민적 합의에 기반한 피해자의 명예회복과 보상, 진실규명과 재발방지 약속이라는 국제사회의 원칙이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이 원칙을 반드시 지킬 것입니다. 일본 지도자들의 용기 있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2018년 1월 4일 위안부 할머니 초청해 “대통령으로서 사과드린다”

취임 2년차이자 첫번째 새해를 맞아 문 대통령은 청와대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8명을 초청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2015년 위안부 합의에 대해 사과했다. 또한 2017년 12월29일 외교부 산하 ‘위안부 합의 검증 태스크포스(TF)’의 발표를 언급하며 “12·28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도 밝혔다. 문 대통령의 발언 요지다.

“할머니들 의견도 듣지 않고 할머니들 뜻에 어긋나는 합의를 한 것에 대해 죄송하고 대통령으로서 사과드립니다. 지난 합의는 진실과 정의의 원칙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정부가 할머니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한 내용과 절차 모두 잘못됐습니다. 대통령으로서 지난 합의가 양국 간 공식합의였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으나 그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됐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1월4일 청와대로 초청된 위안부 할머니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서성일 기자

■2018년 1월 신년 회견 “진실과 정의가 해결 원칙…일본 진심으로 사죄해야”

문 대통령은 2018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위안부 합의 후속대책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2015년 위안부 합의가 피해자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도 ‘파기나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밝힌 데 대한 입장을 묻는 취지의 질문이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위안부 문제는 진실과 정의의 원칙에 의해 해결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일본이 그 진실을 인정하고 피해자 할머니들에 대해 진심을 다해 사죄해야 한다”고 답했다. 당시 질문에 대한 문 대통령의 답변을 옮겨왔다.

“상대가 있는 일이고 외교적인 문제이고 앞 정부에서 공식적인 합의를 했던 일이기 때문에 우리가 충분히 만족할 수 없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최선인 방면을 찾아내야하는거다. 그런 방안을 정부가 발표한 것이라 생각한다. 기존의 합의에 대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한다면 왜 파기하고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는 것이냐는 질문을 할수 있겠다. 그러나 저는 기본적으로 위안부 문제는 진실과 정의의 원칙에 의해 해결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일본이 그 진실을 인정하고 피해자 할머니들에 대해 진심을 다해 사죄하고 그리고 그것을 교훈으로 삼으면서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국제사회와 함께 노력해갈 때 할머니들도 피해를 용서하고 일본을 용서할 수 있을 것이고 이게 완전한 해결이라고 본다. 정부와 정부간 피해자를 배제하고 조건과 조건을 주고받는 것으로 해결될 수 있는건 아닌 것 같다. 지난 정부가 요구조건 주고받으며 피해자 배제하고 문제해결 도모한 것 자체가 잘못된 방식이다. 일본에 대해 위안부 문제의 진실과 정의에 입각한 해결을 촉구할 것이다. 기존 합의 파기하고 재협상 요구할 수 있는 것 아니다.”

■2019년 7월 여아 5당 대표 회동 “위안부 합의와 같이 잘못된 합의는 안 돼”

문 대통령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한·일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2019년 7월 18일, 청와대에서 여야 5당 대표와 회동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위안부 합의와 같이 잘못된 합의를 하면 안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고 회동에 배석한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정부에서 노력했지만 결국 합의 결과가 부정당했고, 피해자와 국민이 거부했다”며 “그 결과 합의를 하지 아니함만 못한 결과가 발생해 그런 방식으로 해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잘못된 합의의 전제는 2가지인데 피해자들의 수용 여부와 국민적 동의 여부”라며 “그런 것이 전제되지 않은 외교적 협상의 결과는 하지 않으니만 못하다”고 강조했다. 위안부 합의가 절차나 내용 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기존 입장을 재천명한 것이다.

■2020년 1월 신년 회견 “피해자 동의 없는 합의 문제점, 위안부 합의 때 경험”

지난해 신년 회견에서 문 대통령은 강제징용 해법을 묻는 질문에 ‘피해자 동의’를 강조하며 위안부 합의의 한계를 재차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한·일 양국이 대화로 문제를 해결할 것을 모색할 것을 강조하면서 “피해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회견에서 문 대통령의 언급이다.

“중요한 것은 그 해법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피해자들의 동의를 얻는 그런 해법안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피해자들의 동의 없이는 한일 간에 정부가 아무리 합의해도 문제 해결에 도움 되지 않는다라는 것을 우리는 위안부 합의 때 아주 절실하게 경험한 바가 있습니다. 일본 정부가 피해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해법이라는 점에 충분한 염두를 두면서 방안들을 마련한다고 그러면 저는 양국 간에 그 해법을 마련하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다라고 보고 있고, 지금 강제 집행 절차에 의해서 강제 매각을 통한 현금화가 이루어지는 데 많은 시간 여유가 있지 않기 때문에 조금 그런 한일 간의 대화가 더 속도 있게 촉진되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2020년 8월 위안부 기림의 날 축사 “할머니들 괜찮다고 하실 때까지 해법 찾을 것”

문 대통령은 지난해 8월1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기념식 영상 메시지에서 “할머니들이 ‘괜찮다’고 하실 때까지 해법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안부 문제 해결의 핵심 원칙이 ‘피해자 중심주의’라고 강조하면서다. 또한 “할머니들의 건강이 항상 걱정된다”면서 생존 할머니 열일곱분의 생활을 세심하게 살피겠다고도 밝혔다. 다음은 문 대통령의 영상 메시지 일부 대목이다.

“정부는 할머니들의 용기와 헌신이 존엄과 명예를 회복하는 것으로 보답받을 수 있도록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나갈 것입니다. 문제해결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피해자 중심주의’입니다. 정부는 할머니들이 “괜찮다”라고 하실 때까지 할머니들이 수용할 수 있는 해법을 찾을 것입니다.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한 조사와 연구, 교육을 보다 발전적으로 추진하여 더 많은 학생과 시민들이 할머니들의 아픔을 나누며 굳게 연대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충남 천안시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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